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2026년의 경제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특히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시장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여러 위험 요인들을 고려할 때, 2025년에 이어 올해도 매 순간 어려운 정책 판단을 요구받을 것 같다”라며 “이처럼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변수 간 상충이 심화하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제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외 여건을 두고 “글로벌 통상환경과 각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미국 내 사법적·정치적 변수의 전개에 따라 관세 및 무역정책을 둘러싼 위험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요국 통화정책과 관련하여 “5월로 예정된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 미 연준의 정책 방향과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은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는 물가 안정과 성장률 회복을 언급하면서도 부문 간 격차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1.8%로 작년에 비해 높아져 잠재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칠 것”이라며 “이러한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연간으로는 작년과 같은 2.1%를 기록하며 주요국보다는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환율 문제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구조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해외투자 급증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한·미 성장률 및 금리 격차,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이를 개선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통한 투자유인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여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큰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 해외투자 확대가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며 “정부 관련 부처, 국민연금, 한국은행이 협력하여 국민연금 해외투자의 ‘New Framework’ 구축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은 큰 진전이며 조만간 개선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해서는 시장과 정교한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총재는 “시장 기대에 후행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하지 말고, 정책여건이 변화할 때 그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성을 적시에 설명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내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의 운용 방향 등을 재점검하면서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 뿐 아니라 한국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재는 임직원들에게 디지털 금융 혁신과 AI 기술 도입을 통한 조직의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프로젝트 한강’ 2차 실거래를 추진하고 디지털화폐 시스템 및 예금토큰의 상용화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져 나갈 것”이라며 “이달 말부터 선보일 ‘한국은행 AI 언어모형’을 업무 전반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끌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임직원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중앙은행 직원으로서 원칙과 사명을 마음에 새기고 오직 우리 경제의 장기적 안정을 생각하고 노력할 때 그 성과는 반드시 평가받을 것”이라며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는 말처럼 뜻을 모아 한마음으로 임한다면 새해의 여러 난관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