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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25%에 이르렀던 미국 수출 관세,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 심화,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정책 약화 등 다사다난했던 2025년을 보내고 새해를 준비한다.

현대차그룹 안팎의 여러 이슈와 정의선 회장의 고민은 2024년보다 한 달 이상 늦었던 지난해 말 인사 시기에서도 나타난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송창현 전 AVP본부장 사장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자율주행 전략의 방향성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송창현 전 AVP본부장 사장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자율주행 전략의 방향성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현대차그룹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자율주행 위기론’ 속에서 정 회장은 첨단차플랫폼(AVP)본부의 수장을 다시 찾고 빠르게 전략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 219명의 인사로 불확실성에 선제 대비, AVP본부 리더만 빈 자리

지난해 12월18일 이뤄진 현대차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모두 219명 규모의 정기 인사를 실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40대 신규 상무 비율을 50% 가까이 확대하는 등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리더십 측면에서도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본부장 및 제조부문장,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새로 임명하고 주요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더하는 ‘꽉 찬’ 인사를 단행했다.

정기 임원인사 일주일 여 뒤에는 후속 인사도 이어졌다. 현대차·기아 ICT담당으로 현대차 첫 여성 사장인 진은숙 사장을 승진·임명하고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에도 신임 대표를 내정했다.

다만 업계의 관심이 쏠렸던 AVP본부장은 여전히 공석으로 남게 됐다. 사실상 유일하게 빈 자리로 유지된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AVP본부장직은 지난해 11월 말 테슬라가 국내에서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선보인 뒤 공석이 되면서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송창현 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의 퇴임 소식은 그룹 인사를 앞둔 12월3일 알려졌다. 

◆ “격차가 있다”는 정의선 회장의 인정, 외부 영입 ‘송창현 카드’ 실패로 판명

“미국에서 모셔널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저희가 좀 늦은 편이고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 하고 있어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에 좀 더 중점을 두려고 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5일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자율주행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송 전 사장의 퇴임 소식이 알려진 직후 나온 발언인 만큼 정 회장이 자율주행 관련 전략을 재정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최근 수년 동안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경쟁력 향상을 주도해온 ‘송창현 체제’는 실패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자율주행 선도그룹과 비교해 2년가량 기술력이 뒤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송 전 사장이 퇴임하는 과정에서 기존 현대차그룹 인력과 송 전 사장이 설립해 그룹에 편입된 포티투닷 사이 갈등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씁쓸한 뒷맛까지 남기면서 외부 영입의 아쉬운 사례로 남게 된 셈이다.

송 전 사장은 정 회장이 적극적으로 신뢰를 보내 영입한 인물로 평가된다. 포티투닷은 정 회장이 설립 당시 초기 투자를 진행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던 회사인데다 송 전 사장은 현대차그룹 영입 뒤에도 이례적으로 창업기업인 포티투닷 대표를 겸직하기도 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해 주요 보직까지 맡기는 성공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현재 현대차그룹 담당 부회장으로 전방위적 미래사업 및 기술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실행력’을 진두지휘하는 장재훈 부회장이나 현대차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호세 무뇨스 사장 등이 외부 인재 기용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 정의선의 자율주행 내재화 의지는 확고, AVP본부장 선임이 새로운 기점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에 자율주행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의지를 유지하는 만큼 확실한 방향성은 새 AVP본부의 수장이 선임된 뒤 본격적으로 재정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훈 부회장은 지난해 12월4일 열린 수소산업 박람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반적 FSD 및 상용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송 전 사장의 퇴임 소식이 퍼진 이후 그룹의 방향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도 AVP본부장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직접 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실력 점검’에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24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본사를 방문해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아이오닉6’에 탑승해 개발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으며 포티투닷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개발 관련 조직 내 갈등을 겪었던 탓에 AVP본부장을 내부 인사로 발탁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만 향후 자율주행 전략 재정립의 중요도를 고려해 인사를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증권가에서도 AVP본부장 선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현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에서 부족한 점은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적용한 뒤 다시 수정하는 과정”이라며 “AVP본부의 새로운 수장이 임명돼 (전략을) 정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신속히 공백을 메우겠다는 앞선 인사 때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 당시 “송 전 사장의 후임을 빠른 시일 내 선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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