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 최근 한국 정치권과 유착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애초 통일교는 수천 쌍이 동시에 결혼하는 ‘대규모 합동 결혼식’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통일교가 일본과 한국을 잇는 ‘한일 해저터널’에 교세를 집중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선명·한학자 총재 탄신 기념행사(왼쪽), 사진자료. ⓒ뉴스1, 어도비스톡
한일 해저터널은 국가 차원에서도 쉽사리 추진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규모’의 대공사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세계적 해저터널인 ‘채널터널’의 총 길이가 약 50.45㎞인 것과 비교하면, 통일교가 구상한 한일 해저터널은 200㎞가 넘는다.
통일교 문선명 총재 1주년 추모식. ⓒ뉴스1
◆ 한일 해저터널, 통일교는 도대체 왜 집착하나?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에 집착해온 배경에는 교리적 세계관이 자리한다. 한일 해저터널은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니라, 통일교 교리와 깊게 맞닿아 있는 상징적 프로젝트다. 이 구상은 1981년 통일교가 주최한 국제행사 ‘제10회 국제과학통일회의(ICUS)’에서 문선명 통일교 초대 총재의 발언을 통해 처음 공식화됐고, 이후 통일교의 대표적인 숙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문 총재는 한국을 ‘아버지의 나라’, 일본을 ‘어머니의 나라’로 규정했다. 통일교 교리에서 한국은 하나님의 섭리가 시작되는 중심 국가이자 메시아가 탄생한 종교적 종주국, 즉 ‘아담 국가’이다. 반면 일본은 자식을 낳고 기르는 역할을 맡은 ‘하와 국가’로 불린다.
문 총재는 남편과 아내가 결합해야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 분리된 한국과 일본 역시 해저터널을 통해 물리적으로 연결돼야만 새로운 문명과 섭리가 열린다고 보았다. 통일교 교리의 핵심에는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는 메시아적 사명이 자리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 해저터널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통일교의 종교적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상징물로 기능한다.
사진 자료. ⓒ어도비스톡
◆ 한일 해저터널, 과연 실현 가능한가?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 사가현 가라쓰에서 부산 또는 거제도를 잇는 사업으로 구상돼 있다. 실제로 통일교는 일본 신자들에게서 거둔 헌금을 부지 매입과 사전 조사 비용 등에 투입해 왔다. 가라쓰 일대에 토지를 매입하고, 약 40여 년 전에는 지질조사를 목적으로 약 540m 길이의 갱도를 뚫기도 했다. 이 갱도는 해수면 아래 약 56m 지점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일 해저터널이 이미 진행 중인 실질적 사업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현실적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최소 100조 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생산 유발 효과가 33조62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13조432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내놓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과 부산시 용역 결과에서는 막대한 건설비에 비해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공사 난이도 역시 걸림돌이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 ‘채널터널’의 총 길이는 약 50㎞이고, 해저 구간은 38㎞에 불과하다. 반면 한일 해저터널은 총 길이 약 200㎞, 해저 구간만 해도 약 140㎞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 해저터널의 네 배에 가까운 길이다. 여기에 대한해협의 최대 수심은 약 220m로 수압이 높고,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은 단층 지대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로 인해 해당 사업은 1980년대부터 한일 양국에서 공론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째 실현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진 자료. ⓒ어도비스톡
◆ 한일 해저터널, 만약에 정말 완공된다면?
2009년 부산광역시의회가 공개한 ‘한일 해저터널 건설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해저터널이 완공될 경우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 횡단철도가 연결돼 동북아는 물론 러시아와 유럽까지 철도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해저터널 건설 과정에서 해양 탐사, 지반 조사, 터널 굴착 장비 개발, 유지·관리 기술, 배수 및 환기 기술 등 관련 분야의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터널이 완공될 경우 한국은 일본 방향으로 공간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만, 일본은 한국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까지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이로 인해 부산이 지니고 있던 기·종착지로서의 이점이 약화되면서 물류·해운·항공·관광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