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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통일교가 치밀한 전략을 세워 정치권을 공략해 왔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녹취록 내용을 살펴보면 통일교의 로비도 전·현직 의원들을 상대로 한 ‘개별적 민원 로비’와 ‘대선 후보를 향한 조직적인 전방위 지원’으로 명확히 구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17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17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찰의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강제수사와 핵심인물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종교계와 정치권의 유착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통일교와 관련된 정치권 로비 의혹은 2018~2020년 당시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와 2022년 대선 직전 상황으로 크게 나뉜다.

먼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언급된 2018년~2020년 로비는 통일교의 오랜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이나 지역구 내 종교 시설 관련 민원 해결에 집중돼 있다. 

전 전 장관은 2018년 무렵 통일교 측으로부터 한일해저터널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 2천만 원과 1천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 1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8일 통일교 2인자라는 평가를 받는 정원주 전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수천만 원의 현금 등을 전달한 정황이 있는지 집중 조사했다.

통일교가 전 전 장관을 비롯한 정치인 3명에게 접촉한 것은 통일교의 조직적 접근이라기 보다 선거나 정치활동 등을 지원하면서 통일교 관련 현안을 요구하는 이른바 ‘현안 해결형 개인 로비’에 해당된다.

그러나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통일교가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앞선 ‘현안 해결형 개인 로비’와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한 민원 해결을 넘어 대선자금과 통일교 신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등 차기 정권의 향방에 직접 개입하려 한 정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18일 보도한 녹취록에서 윤 전 본부장은 2023년 3~4월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어머님, 우리가 윤석열을 밀었는데 이재명이 됐으면 작살나는 거죠. 완전히 풍비박산 났다고 생각한다”며 “어머님 성심이 결정하셨기 때문에 그때 윤이라는 사람이 당선이 됐다”라고 말했다. 2022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한 총재의 결정으로 통일교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미다.

김건희특검이 확보한 윤 전 본부장의 ‘특별보고’에는 2021년 11월 말부터 ‘야당 대선후보 캠프 관심’, ‘대선 지원’ 등의 문구가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2022년 3월에서 4월 사이 국민의힘 17개 시도 당협위원장에게 후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KBS가 확보해 지난 12일 보도한 통일교 문건에는 한 총재가 제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2일 통일교 간부 120여 명을 호텔로 불러모아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이 정부는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윤석열 후보 지지를 이끄는 발언을 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대선이 끝난 뒤 통일교 내부 보고서에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완전 투입했다”며 “참어머님의 권능으로 강한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가 당선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에 대해 경중을 가려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통일교와 불법적으로 접촉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특정 종교 단체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대선 국면에 개입하고 후보를 선택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서 “통일교 사태의 본질은 유사종교집단의 정치 개입이지 개별 정치인에 대한 로비가 아니다”라며 “한-일 해저터널을 둘러싼 개별적인 로비는 있을 수 있으나 그게 본질은 아니고, 특정 종교집단의 정당 내부 경선 개입이 그 본질”이라고 짚었다.

홍 전 시장은 “통일교는 자체 정당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유력 정당에 기생하는 방법으로 그 목적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라며 “차제에 이런 유사종교집단의 정치 농단은 발본색원해야 한국 정치가 병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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