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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12일(현지시각) 밴스 부통령의 관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12일(현지시각) 밴스 부통령의 관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정·재계 네트워크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러한 ‘광폭 외교’가 신세계그룹의 실질적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 인싸’로 불릴 만큼 존재감은 커졌지만 그 영향력이 숫자로 증명되지는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올해만 주요 접촉 4차례 이상, 정용진 정·재계 인맥 급확장

정 회장은 최근 몇 년간 미국을 축으로 정치·금융·기술 인사들과의 접점을 빠르게 넓혀왔다. 록브리지네트워크 아시아 총괄 회장 겸 록브리지 코리아 이사로 활동하며 글로벌 정·재계 핵심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록브리지 코리아 설립 과정에서는 초기 운영 자금을 사재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 총수의 행보로서도 이례적이다.

정 회장이 몸담고 있는 록브리지네트워크는 미국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평가된다. 연간 1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운용하며 정치인 후원과 여론 형성, 유권자 조직화 등 미국 정치 전반에 걸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록브리지의 위상은 소속 인사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 라인의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도 활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미국 내에서는 사실상 ‘비공식 권력 네트워크’로 인식된다.

미국 정치권과의 접점 확대도 계속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미국 보수 성향 투자사 1789캐피털 경영진 등과 연쇄 회동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밴스 부통령이 주최한 성탄절 만찬에 참석했으며, 내년 초 방한 예정인 록브리지 공동 설립자 크리스토퍼 버스커크의 일정에 동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들어서만 카타르 도하 국빈 만찬 참석,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 및 스페인 재회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이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1789캐피털과 협력해 국내 투자 플랫폼인 ‘1789파트너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대외 행보가 단순한 사교를 넘어 투자와 사업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개인 차원의 글로벌 인맥이 곧바로 그룹의 실질적 사업 성과로 이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이커머스 사업과의 연결 고리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각) 성탄절 만찬 참석과 관련해 “정 회장이 미국 일정에서 AI 관련 인사들을 만나 기술 도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협업 논의라기보다는 AI 기술 체계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 정용진의 AI기반 유통혁신 밑그림, 아직은 성과없는 상태

정 회장은 ‘기술 혁신을 통한 유통 구조 변화’를 기조로 디지털 전환과 이커머스 확장, 리테일 AI 기술 도입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적 개선이나 사업 구조 전환으로 이어진 가시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2021년부터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체질 전환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반전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이 시기 네이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협업에 나섰으나, 이커머스 기업 ‘G마켓’ 인수를 계기로 협력 관계는 사실상 약화됐다.

지분 교환 뒤 신세계 유통망은 네이버 쇼핑 채널을 통해 일부 확장됐지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멤버십 통합이나 물류 협력 등 구조적 시너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해 6월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함께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섰지만, 네이버가 매각가 부담과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리스크 등을 이유로 중도 이탈하면서 이마트의 단독인수로 마무리됐다. 인수금액은 3조4천억 원으로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였고 당시에도 ‘무리한 베팅’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인수 이후 시장 환경은 급변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 중심의 독과점 구조로 빠르게 재편됐고, G마켓은 2022년 1분기 적자 전환 이후 2023년 4분기를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분기 흑자를 내지 못했다. 

G마켓은 지난해 매출 9612억 원으로 2023년보다 19.7% 감소하며 연간 매출 1조 원 선이 무너졌고, 영업손실은 674억 원으로 적자 폭이 2배 이상 확대됐다.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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