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외국인 혐오 감정을 조장하자 비판에 나선 이언주. ⓒ뉴스1 / 유튜브 채널 ‘이언주’
2025년 9월 29일 국민의힘은 인천관광공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김민수 최고위원은 “많은 국민의 걱정과 우려 속에 금요일부터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작됐다”라며 입을 열었다.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두고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본 김민수 최고위원은 “중국 정부는 중국 국민의 해외 이동과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인의 출국을 막고 있는데 이상하지 않나. 지금 무비자로 한국에 대거 몰려드는 중국인은 대체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이날 최고위원회는 공개석상이었지만 김민수 최고위원은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 조직 등의 침투 가능성이 있다”, “마약 유통 및 불법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창구가 확산될 수 있다” 등 경고를 빙자한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또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야외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성별을 떠나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동해 주기를 바라며, 중국인 등과 마찰이 발생 시 직접 충돌을 피하고 사고나 피해 상황을 목격한 분은 즉각 신고와 상황 촬영을 바란다”라며 우리 국민의 공포 심리를 조장하기도 했다.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인 혐중 발언을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민수. ⓒ유튜브 채널 ‘JTBC News’
여기에 더해 국내에 전염병과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펼쳤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중국인을 전염병 매개체로 낙인찍은 셈. 김민수 최고위원은 “손 소독 등 개인위생과 주의를 다해주시고 발열이나 호흡기에 이상 증상이 발생할 시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빠르게 방문하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힘을 보탰다. 앞서 법무부는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무관하다”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나경원 의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연기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법무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국민 우려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헛다리 짚기”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과 같이 주소 입력이 누락되면 실제로 무비자 입국자가 입국 후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알 수 없어 사후 관리와 현장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범죄, 불법체류, 감염병 확산 등 유사시 신속 대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라고 적었다. 이어 나 의원은 “법무부는 실질적 신원확인·정보관리·사후 대책을 완비하기 전까지 무비자 입국 정책을 연기해야 한다”라고 재차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이 도 넘은 주장을 이어가자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은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된 것이라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온다. ⓒ뉴스1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발 벗고 나서 외국인 혐오 감정을 조장하자 여당에서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민의 불안을 틈탄 야당 국회의원들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 도를 넘고 있어서 정말 개탄을 금치 않을 수가 없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나경원 의원은 관광 활성화를 통한 민생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 때 결정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두고 별안간 근거 없이 이번 화재와 연계시켜 막아야 한다고 지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인 박상혁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정자원 화재 사태를 빌미로 나경원 의원 같은 다선 의원이 사실을 호도하고 혐오를 강화시키기 위한 주장을 펼치는 건 무책임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혁 의원은 “서울 시내에서도 특정 국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6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재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위축된 관광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시범 사업을 조속히 시행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덕수 전 총리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건 국제사회에 한국 관광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