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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선예(좌), '소녀램프라디오' 가상현실(VR) 영화 포스터(우) ⓒ뉴스1/ 브이레인저·에스케이티(SKT) 제공
가수 선예(좌), '소녀램프라디오' 가상현실(VR) 영화 포스터(우) ⓒ뉴스1/ 브이레인저·에스케이티(SKT) 제공

“귀여운 척 그만 좀 해.” “표정 진짜 가식적. 그냥 정 떨어져.” “자기가 예술가인 줄 아는 거 아냐?” “얘는 팀에 피해만 주네.”

가시처럼 뾰족하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악플’(악성 댓글)들이 사방을 가득 채운다. 360도 어디를 둘러봐도 악플뿐이다. 악플은 사람 목소리가 되어 끊임없이 귀를 파고든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진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만 싶어진다. 지난 5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욘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는 경기 부천시 삼정동 부천아트벙커비(B)39에서 관람·체험한 가상현실(VR) 영화 ‘소녀램프라디오’의 한 대목이다.

상현실(VR) 영화 '소녀램프라디오' 한 장면. ⓒ브이레인저·에스케이티(SKT) 제공
상현실(VR) 영화 '소녀램프라디오' 한 장면. ⓒ브이레인저·에스케이티(SKT) 제공

‘소녀램프라디오’는 관객 2명이 각각 케이(K)팝 아이돌 가수 지나의 방 안 램프와 라디오가 되어 25분간 지나의 마음을 함께 체험하도록 해준다. 10대에 연습생으로 뽑혀 인기 케이팝 그룹 멤버가 된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화려한 아이돌로서의 삶과 악플에 번번이 무너지는 위태로운 마음 사이를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내린다. 관객은 괴로워하는 지나를 단순히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램프가 된 관객은 빛으로, 라디오가 된 관객은 소리로 지나가 깊은 우울감의 침잠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다. 지나는 마음속 또 다른 자신으로부터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위안을 얻는다.

영화를 연출한 최민혁 감독은 “케이팝 아이돌이 겪는 타인의 시선과 언어의 폭력은 기존 매체로 다루기 어려울 수 있다. 그 안에서 아이돌을 또 대상화하기 때문이다. 반면 브이알(VR)은 대상에 가까이 들어갈 수 있다. 관객이 아이돌 마음속 공간에 들어가 체험해보면 좋겠다는 의도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관객이 램프나 라디오가 되어 주인공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에 대해선 “보통 브이알에선 관객이 구경꾼 아니면 주인공이 되는데, 이 작품에선 관객이 목격자에서 시작해 점점 소녀에게 공감하고 나중에 도와주는 존재로 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소녀 방의 사물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R) 영화 '소녀램프라디오' 한 장면. ⓒ브이레인저·에스케이티(SKT) 제공
가상현실(VR) 영화 '소녀램프라디오' 한 장면. ⓒ브이레인저·에스케이티(SKT) 제공

‘소녀램프라디오’는 시각특수효과(VFX) 기반 사업을 하는 브이레인저와 에스케이티(SKT)가 공동 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감 콘텐츠 제작 지원을 받았다. 지난 4~5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오는 9일까지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사전 온라인 예매는 받지 않고, 현장에서 대기 등록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가상현실(VR) 영화 '소녀램프라디오' 한 장면. ⓒ브이레인저·에스케이티(SKT) 제공
가상현실(VR) 영화 '소녀램프라디오' 한 장면. ⓒ브이레인저·에스케이티(SKT) 제공

3디(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지나의 목소리를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연기했다. 실제 아이돌 가수인 선예는 작품의 취지에 공감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된 지나가 실사로 된 선예로 바뀌어 노래하는데, 이 장면을 위해 국내 가상현실 극영화 최초로 100여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인물을 3차원으로 촬영하는 볼류메트릭 기술을 사용했다.

원더걸스 출신 가수 선예의 디지털 싱글 ‘댓츠 미’ 표지. ⓒ박스미디어 제공
원더걸스 출신 가수 선예의 디지털 싱글 ‘댓츠 미’ 표지. ⓒ박스미디어 제공

선예는 영화에 쓰인 주제가 ‘댓츠 미’를 직접 불러 디지털 음원으로도 발표했다. 작사·작곡에도 참여했다. 선예는 이렇게 노래한다. “이제 일어나 네 아름다움을 봐/ 밝고 선명해/ 세상의 그 무엇도/ 끊어낼 수가 없는/ 빛나고 소중한/ 내 안의 나인 걸” 선예가 영화 속 소녀에게, 또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다.

한겨레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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