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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괌 추락사건과 땅콩회항
ⓒ연합뉴스

대한항공 부사장이 내부 직원들 대상으로 '갑질'한 것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직장인 매거진 의 2013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갑질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윽박지르기'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하청업체와 같은 거래처 직원이 아닌 사내 부하 직원이었다. 직장인들에게 갑은 '상사'인 셈이다.

1997년 8월 발생한 KAL기의 괌 추락 사고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도 기장과 부기장 간의 소통 부재였다. Gladwell(2007)의 '아웃라이어'에서도 괌 추락 사건의 원인을 '경직된 소통 문화', 즉, 상사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완곡어법에서 찾았다. Hofstede의 권력거리(power distance)를 나타내는 조종실에서의 권위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정도를 국가 순으로 보면, 브라질에 이어 한국이 2위로 나온다. 이러한 강한 위계적 문화 때문에 기장의 권위에 눌려 부기장이 의견을 강력히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부기장이 상사인 기장에게 'No'라고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면, 288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땅콩회항 사건은 그때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더 생각나게 한다.

대한항공은 이처럼 오래 전부터 수직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위계적 문화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괌 사고 이후 대한항공은 미국인 전문가를 영입하여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문화로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수직적 위계 문화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오너가 바로 회사'라는 문화가 뿌리 깊게 박힌 기업은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더 높다. 대한항공은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태를 촉발한 뒤 이를 덮기에 급급했다. 담당 상무는 부사장의 잘못을 정확하게 인식하기보다는 무조건 사건을 은폐하려 하였고, 그 결과가 사건을 더욱 눈덩이처럼 크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부사장은 재벌 3세로서, 조직 내 네포티즘(nepotism)과도 관련이 있다. 네포티즘은 자기 친척에게 관직이나 지위 등을 부여하는 족벌주의로서, 15~16세기 교황들이 자신의 사생아들을 '조카(nepos: nephew)'로 위장시켜 온갖 특혜를 베풀던 관행에서 유래되었다. 오늘 날의 예로, 미국의 일부 대학들은 동문졸업생 자녀들을 우선 선발하는 특혜를 주고 있는데, 동문들로부터 기부를 더 많이 얻어내려는 목적이 있다. 이러한 네포티즘은 학교나 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만연되어 있다.

네포티즘의 존재는 조직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네포티즘은 조직의 문화를 더 강하게 만든다. 강한 조직 문화라는 것은 구성원들 간에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과 가치(value)를 강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한 조직 문화는 여러 측면에서 순기능을 가진다. 네포티즘을 중시하는 가족 기업이 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 강한 문화를 가진 조직은 구성원들의 특성(성격이나 가치 등)에서 동질성(homogeneity) 수준이 높다. 그러나 강한 조직 문화는 유연성과 다양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지닌다.

조직심리학의 대표적인 이론 중의 하나인 유인-선발-이탈(ASA) 모델(Schneider, 1987)은 왜 조직이 특정한 문화를 가지게 되는 지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이 모델에서 사람들은 특정한 색깔을 지닌 조직에 끌리게 되어 지원하게 되고(attraction), 조직을 대표하는 면접관들은 조직의 색깔과 잘 부합(fit)하는(유사한) 지원자를 선발하게 되며(selection), 조직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조직의 색깔과 잘 부합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attrition).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처음 특정한 색깔을 만든 초기 창립자들이 조직을 모두 떠나고 나서도 계속 조직은 그 색깔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ASA의 기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수록 조직 구성원들의 가치, 목표, 행동 특성에서의 동질성은 더 높아진다. 네포티즘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효과를 가지며, 네포티즘이 만연한 기업은 더 독특하고 강한 기업문화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볼 때, 오래 전부터 총수 중심으로 위계와 복종의 수직적 조직 문화가 형성되고 강화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가죽을 벗겨낸다'는 뜻의 혁신(革新)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ASA 기제 관점에서 살펴보면, 수평적 문화를 가진 조직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변화시켜 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회사에 지원하도록 하고, 선발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를 면접관으로 활용하여 신규 인력을 선발하도록 하고, 새로운 인력들이 조직 내에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때까지 희생되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Gladwell, M. (2007). Outliers: The story of success. Little, Brown and Company.

Schneider, B. (1987). The people make the place. Personnel Psychology, 40, 437-453.

* 이 글은 한국심리학회 웹진 PSY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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