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폭력은 연애의 일부가 아니다
ⓒgettyimagesbank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은 한 사무라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네 명이 그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만, 그 이야기는 다 다르다. 한 죽음에 관한 네 가지의 설명. 명백한 하나의 사건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설명조차 다 다를진대, 두 사람의 감정과 그에 얽힌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는 얼마나 구구하게 다른 설명들이 가능하겠는가.

이혼 소송에 얽힌 양 측의 증언에서 이에 관한 매우 극단적인 예를 찾을 수 있다. 어떠한 일화가 여자 측의 입에서 나올 때와 남자 측의 입에서 나올 때, 이는 도저히 같은 일이라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인 것이다: 아내는 바람을 피운 남편이 적반하장 격으로 뻔뻔하게도 길거리에서 자기 팔목을 비틀며 이 따위니까 너랑 못살지! 라고 화를 내며 자기를 밀쳤다고 주장한다. 남편은,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의심마귀가 든 아내가 길거리에서 나가 죽어! 라고 외치며 핸드백으로 자기를 죽일 듯이 내리쳤기 때문에 이를 막은 것 뿐이라고 하고. 둘 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다. 앞뒤 맥락을 생략하거나 본인의 부당한 행위를 이야기하지 않고 상대의 부당한 행위를 강조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상대가 왜 저러는지 모르기도 하는 거고. 일어났던 어떤 사건을 본인은 모르거나(극단적인 예로 친척 누군가에게서 부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서로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때도 있다. 어쩌겠나. 부족한 것은 인간일지라.

길게 썼지만, 말하자면, 나는 정말로 진심으로, 남녀상열지사는 본인들만이 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본인들 사이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그거 참 좋겠지. 조용히. 남 시끄럽지 않게. 가능하면 우호적으로. 그러면 세상도 고요하고 본인들 면도 안 상한다. 훨씬 좋다. 그러나.

이름을 알만한 진보적 논객의 데이트 폭행에 대한 폭로가 있었고, 그에 따른 설왕설래가 있었다. 이 사건에 관해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3자의 입장에선 차분히 두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적인 이야기를 왜 까발리느냐, 왜 둘이 해결하지 못하고 시끄럽게 구느냐, 는 이야기를 몇 번 읽었다. 그에 찬성하는 반응도 많았다.

이야기가 둘이 사귀었다더라, 헤어졌다더라, 의 문제를 넘어서 폭력에 관한 폭로로 넘어가면, 이는 더 이상, 단순한 남녀상열지사의 문제는 아니다. 서로의 합의 하에 벌어지는 SM 플레이의 경험에 대한 상세 까발림도, 상대의 성격적 결점에 대한 이야기도 아닌 거다. 폭행이고, 상해에 대한 것이라고.

더구나, 가족 내에서의 폭행이나 연인 사이에서의 폭행은 그 성격이 특수하다. 일방이 여러가지 사유에 의하여 불법적인 상황을 파국에 이를 때까지는 감내하거나, 피치 못하여 용인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이다. 설마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남편이 때릴 때 공권력이 그 피해자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보호하는지 그 실상을 한번 떠올려 보라. 애인 관계는 좀 더 복잡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가 아닌 감정에 의하여 정상적이고 단호한 권리행사를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격의 폭력,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온 피해자에게(본인의 평판 역시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여야만 하는데), 왜 둘 사이의 일을 둘이서 조용히 해결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일견 공정한 듯한 발언이지만 피해자가 어떤 식으로든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어쩌면 거의 유일한 수단을 막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피해자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권리 행사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위에 쓴 바와 같다.

누군가가 피해자라며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할 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할 때, 공권력에게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할 때, 하물며 대중교통에서 어이 없는 일을 당했다고 주장할 때, 이거 둘이 해결하거나 경찰에 가서 조용히 처리하지 왜 세상 시끄럽게 하느냐 그 사정을 누구도 모른다고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런 사건도 법에 호소하면 되는 것이고 그 구체적 사정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말이다.

가정 폭력도 데이트 폭력도 마찬가지다. 범죄라는 거다. 사실관계를 모르니 제3자로서는 사건의 추이를 차분히 객관적으로 보자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왜 남부끄럽게 남녀 간의 일을 세상에 대고 떠드느냐고 한다면, 이는 부당하다. 필요한 것은 이미 시끄러워진 사건을 당사자 간의 스캔들로 한정하여 소비하지 아니하고 사회적 논의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이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결국 눈물 흘린 신지 : 상상도 못 했다…5월 결혼 앞두고 ♥7살 연하 문원과 뜻밖의 근황 공개
  • 2 서울구치소 수감된 윤석열 8개월간 받은 영치금 액수 : 이재명 대통령 연봉의 4.6배
  • 3 길 걷던 중학생에게 다가가더니 망치로… 40대 남성이 대낮에 ‘아들뻘’ 내리친 이유 : 듣자마자 탄식 탁 터져 나온다
  • 4 시그널 시즌2 다 찍고 터진 ‘소년범’ 논란에 은퇴 선언한 조진웅 근황 : 깜짝 목격담이 한국 밖에서 튀어나왔다
  • 5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6 '대구 신천 캐리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딸과 사위의 사연 : 안타까움 숨길 수 없다
  • 7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의 엄마와 딸, 사위 모두 지적 장애인 : 약자임에도 '부정적 인식'의 대상
  • 8 대구 신천 ‘캐리어 시신’ 사건의 전말이 알려졌다 : 딸과 사위가 경찰에 체포됐다
  • 9 “돈까스 먹고 싶어” 새벽에 아빠 손 잡고 나섰던 김창민 감독 아들 근황 : CCTV 속 참담한 장면에 숨이 턱 막힌다
  • 10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허프생각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엔터테인먼트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어떻게 인연이?

  •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엔터테인먼트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대체 어떤 곳일까.

  •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글로벌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미국은 무엇을 잃고 있는가

  • 대우건설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김보현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씨저널&경제 대우건설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김보현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글로벌 원전 기업으로 첫발

  • 국힘 주호영 'TK 통합' 강한 바람, 총리 김민석에게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뉴스&이슈 국힘 주호영 'TK 통합' 강한 바람, 총리 김민석에게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양쪽 모두 할 말 있겠다

  •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씨저널&경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사망자 0명'에 목숨 걸어야

  •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씨저널&경제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꼭' 살려야 한다

  •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씨저널&경제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신한카드의 역사가 비자와의 협력 역사

  •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라이프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인생 사진 건져보자.

  •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검사 박상용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 거부했다 : 녹취 추가공개 “좀 지나면 이화영은 나갈 것”
    뉴스&이슈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검사 박상용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 거부했다 : 녹취 추가공개 “좀 지나면 이화영은 나갈 것”

    안하무인 대한민국 검사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