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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혐의 ‘권력형 성폭력’ 판례…‘징역 1년’도 드물었다
ⓒ1

전북 전주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ㄱ씨는 2013년 10월 자신의 회사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사장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피감독자 간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합의로 성관계를 했다”는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ㄱ씨가 사건 당시 입고 있던 다리에 끼는 청바지를 두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벗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전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석재)는 성폭행 사건 뒤 사장이 ㄱ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들어 2016년 10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사장이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안정 잘 취해라. 못난 놈이 부탁한다. 무릎 꿇고 사죄할 기회 좀 주라” 등 사죄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사죄 문자를 보낸 것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사장에게 선고된 형량은 징역 8개월에 그쳤다.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26일 관련 판례를 살펴보니,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가 적용돼 유죄 판결 난 대다수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선고된 형량은 국민의 법 감정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가 단독으로 적용된 경우, 징역 1년을 넘어가는 형이 선고된 예는 극히 드물었다.

2013년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한 자신의 소속사 연예인 지망생 4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연예기획사 대표 장아무개(58)씨의 사례나, 2013년 한 광고회사 팀장이 장애인 팀원 등 2명을 성폭행해 징역 8년을 받은 사건처럼 피해자에 청소년이나 장애인 등이 포함된 경우에만 비교적 중형이 선고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이 함께 적용돼 형량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반면, 2015년 20대 연습생을 성폭행해 업무상 위력 등의 간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청주의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환자를 간음해 같은 혐의로 2014년 기소된 울산의 한 요양보호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0대 소속 연습생을 수시로 추행한 경기도의 한 공연업체 대표는 지난 14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벌금형을 받은 일도 있다. 미성년자를 포함해 소속 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2015년 재판에 넘겨진 전 경기 화성시청 쇼트트랙 감독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벌금 2000만원으로 감형받았다.

전문가들은 강간·강제추행 사건과 달리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가해자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사실상 다를 게 없는데도 법원은 ‘업무상 위력’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경향이 있다”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고용이나 권력관계가 얽혀있어 피해자가 오히려 장시간 반복적으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소송을 주로 다뤄온 이은의 변호사는 “법원이 판단하는 성폭력의 기준이 일반인들의 생각과 다른 것이 현실”이라며 “법원은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국민의 법 감정을 헤아리고 법 적용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슬기 대전대 교수(법학)는 “성범죄의 정의를 단순한 ‘육체적 가해’에 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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