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소설 속에 나타난 시대별 '패션피플'의 '잇' 아이템 4가지

핫한 장소에서, 핫한 옷차림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뭘 좀 아는' 언니 오빠들을 부르는 말이 있다. '패피', 즉 '패션 피플'이다. 패션잡지들이 이러한 '패피'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핫한 패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만의 현상일까?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늘 있어왔다. 그런 곳에서 본인의 개성과 멋을 자랑하고자 했던 길거리 '패피'들 또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소설을 통해 '홍대 패피', '강남 패피'를 넘어선 '19세기 조선 패피' 혹은 '혁명기 빠리 패피'들의 패션을 살펴보았다. 어쩌면 그들의 '잇'아이템이 당신을 사로잡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 나타난 시대별 '패션피플'의 '잇' 아이템 4가지

1. 1848-1951년의 파리 패피 : 페티코트

소설 속에 나타난 시대별 '패션피플'의 '잇' 아이템 4가지

"그녀는 바람에 나풀거리는 분홍색 리본이 달린 커다란 밀짚 모자를 뒤로 넘겨 쓰고 있었다. 모자의 검은색 끈은 그녀의 긴 눈썹 끝을 감돌아 아주 낮게 드리워지며 갸름한 그녀의 얼굴을 다정하게 누르는 듯했다. 작은 물방울 무늬가 점점이 찍힌 화사한 모슬린 드레스는 주름이 많이 잡힌 채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에 수를 놓는 중이었다. 오뚝한 코, 턱, 그녀의 모든 것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뚜렷이 떠올랐다." (책 '감정교육', 귀스타브 플로베르 저)

1840년대 프랑스 혁명기 여성 패션을 설명하는 단어는 '페티코트'와 '크리놀린'이다. 당시는 사진처럼 넓은, 아주 넓은 스커트 치마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이런 스커트의 넓은 너비를 유지하기 위해 '페티코트'라 불리는 치마 아래 받쳐 입는 속옷이 '최소' 12겹은 필요했고, 넓고 둥근 모양새를 유지하기 위해 말 털을 넣고 풀을 먹인 '크리놀린'이라 불리는 특수 원단들이 이 옷들에 쓰였다(책 '패션의 역사2', 막스 폰 뵌 저). 그러고서도 마지막으로 모슬린 등으로 이루어진 드레스를 덧입었으니, 당시 여성 패피들이 길을 나서기 위해 행했던 단장이 얼마나 고단한 과정이었을지는 쉽게 상상이 가능한 일이다. 1848-1851년 혁명기 파리를 배경으로 쓰인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감정교육'에서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첫 모습은 "작은 물방울 무늬가 점점이 찍힌 화사한 모슬린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아마 여자의 우아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그 우아함을 위해선 적어도 12벌의 옷 무게를 견디는 고충이 있어야만 했다.

2. 조선시대 패피 : 녹의홍상

소설 속에 나타난 시대별 '패션피플'의 '잇' 아이템 4가지

"이때 서울 사는 큰 부자 춘풍이 수천 냥을 싣고 뒷집에 왔단 말을 추월이 먼저 듣고, 춘풍을 호리려고 창문을 반쯤 열고 표연한 태도로 녹의홍상을 입고 새치름하게 앉은 거동, 춘풍이 얼른 보니 그 얼굴 태도는 맑은 하늘에 뜬 흰 달이요,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란화였다. 절묘한 저 맵시는 물 찬 제비 모양이요, 녹의홍상 입은 거동은 병풍 속의 그림이요, 아리따운 저 얼굴은 월궁의 계화 같고, 복숭아꽃과 오얏꽃의 맑은 빛과 밝은 달이 한강수에 떠오는 듯하였다."(책 '계우사/이춘풍전 : 이춘풍전', 작자미상)

녹의홍상은 말 그대로 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뜻한다. 이 같은 차림은 전통적으로 신부가 혼인식 때 입는 예복으로 쓰였지만, 꼭 그렇게만 사용되진 않았다. 조선 후기 풍요로운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흥'이라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녹의홍상이 당시 여성 패피들에 의해 젊음과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잇'아이템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에서 수 천냥을 가진 이춘풍을 "호리려고" 들었던 기생 추월이 입은 비장의 무기가 바로 '녹의홍상'이었고, 춘향전에서 이도령을 반하게 만든, 광한루에서 그네 타던 춘향이가 입었던 옷 또한 '녹의홍상'이었던 데에서 알 수 있듯 말이다. 녹의홍상은 이처럼 조선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유혹의 아이템'으로 심심찮게 등장한다. 아마 연령별로 입을 수 있는 옷의 색깔과 코디가 정해져 있었던 조선시대에, 녹의홍상이란 옷 자체가 '젊지 않으면 입을 수 없는' 옷이란 사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나이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잇'아이템이 있는 법이다.

3. 1930년대 경성의 패피 : 양산

"전차가 약초정 근처를 지나갈 때, 구보는, 그러나, 그 흥분에서 깨어나, 뜻 모를 웃음을 입가에 띠어본다. 그의 앞에 어떤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자기의 두 무릎 사이에다 양산을 놓고 있었다. 어느 잡지에선가, 구보는 그것이 비(非)처녀성을 나타내는 것임을 배운 일이 있다. 딴은, 머리를 틀어 올렸을 뿐이나, 그만한 나이로는 저 여인은 마땅히 남편을 가졌어야 옳을 게다. 아까, 그는 양산을 어디다 놓고 있었을까 하고, 구보는 객쩍은 생각을 하다가, 여성에게 대해 그러한 관찰을 하는 자기는, 혹은 어떠한 여자를 아내로 삼든 반드시 불행하게 만들어주지나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여자는-. 여자는 능히 자기를 행복되게 해줄 것인가. 구보는 자기가 알고 있는 온갖 여자를 차례로 생각해보고, 그리고 가만히 한숨지었다."(책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박태원 저)

1930년대 조선은 양장이 보편화된 시기였다. 학생, 교사, 사무원 등을 중심으로 서양식 복장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패션에 신경을 쓰는 '모던걸'들 또한 등장하게 된다. 자연스레 '모던걸'의 양장에 어울리는 소품들 또한 핫한 아이템으로 등장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양산, 금시계, 그리고 핸드백이다. 그 중 양산은 특히 큰 인기를 끌었는데, 양복과 한복을 가리지 않고 쓰일 수 있는 패션 소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책 '현대패션 110년', 금기숙 외 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구보가 양산을 무릎 위에 놓은 여자를 보며 뜻 모를 웃음을 짓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양산의 색깔이나 모양이 때로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남편이 있는 부인은 재회색을 썼으며, 학생은 검은색, 그리고 기생들은 무늬가 있거나 수를 놓은 검은색 양산을 쓰곤 하였다. 보편적인 양산의 사용은 일종의 '표식'으로서의 기능 또한 담당하였다.

4. 1980년대 후반 10대 패피 : 진, 스포츠 캐주얼 웨어

소설 속에 나타난 시대별 '패션피플'의 '잇' 아이템 4가지

"...나는 아아, 하고 목에 걸리는 소리로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 뭐라 설명할 수 없었지만 꼭 다시 만나고 싶어했던 여자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미니에 컬러스타킹은 그녀의 제복인 듯, 오늘은 짧은 청스커트에 붉은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나는 뚫어져라 보고 있었던 그 그림을 잠시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함께 밖으로 나왔다."(책 '아담이 눈뜰 때', 장정일 저)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한국 '패피' 역사에서 10대가 중요한 소비자층으로 등장하게 된다. 1983년부터 교복 자율화가 전면 시행되었고, 컬러 TV가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되었으며,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뱅뱅', '화이트호스', '죠다쉬', '리바이스' 등등의 캐주얼 웨어 브랜드들이 청소년을 상대로 한 패션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책 '우리 생활 100년:옷', 고부자 저). 이 때 10대들에게 유행한 건 진, 스포츠 캐주얼 웨어 등이었다. 서울 올림픽 직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아담이 눈뜰 때'에 등장하는 10대 여자 '현재'는 짧은 미니와 민소매 셔츠, 혹은 청스커트와 원색 스타킹을 '제복처럼' 입고 다니는 사람으로 나온다. '녹의홍상'이 '스커트'가 되기까지, 패션은 끊임없이 바뀌어 왔지만 그 옷을 입는 '패피'들은 변함없이 있어왔던 셈이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결국 눈물 흘린 신지 : 상상도 못 했다…5월 결혼 앞두고 ♥7살 연하 문원과 뜻밖의 근황 공개
  • 2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3 서울구치소 수감된 윤석열 8개월간 받은 영치금 액수 : 이재명 대통령 연봉의 4.6배
  • 4 길 걷던 중학생에게 다가가더니 망치로… 40대 남성이 대낮에 ‘아들뻘’ 내리친 이유 : 듣자마자 탄식 탁 터져 나온다
  • 5 시그널 시즌2 다 찍고 터진 ‘소년범’ 논란에 은퇴 선언한 조진웅 근황 : 깜짝 목격담이 한국 밖에서 튀어나왔다
  • 6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의 엄마와 딸, 사위 모두 지적 장애인 : 약자임에도 '부정적 인식'의 대상
  • 7 '대구 신천 캐리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딸과 사위의 사연 : 안타까움 숨길 수 없다
  • 8 대구 신천 ‘캐리어 시신’ 사건의 전말이 알려졌다 : 딸과 사위가 경찰에 체포됐다
  • 9 “돈까스 먹고 싶어” 새벽에 아빠 손 잡고 나섰던 김창민 감독 아들 근황 : CCTV 속 참담한 장면에 숨이 턱 막힌다
  • 10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허프생각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엔터테인먼트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어떻게 인연이?

  •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엔터테인먼트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대체 어떤 곳일까.

  •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글로벌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미국은 무엇을 잃고 있는가

  • 대우건설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김보현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씨저널&경제 대우건설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김보현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글로벌 원전 기업으로 첫발

  • 국힘 주호영 'TK 통합' 강한 바람, 총리 김민석에게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뉴스&이슈 국힘 주호영 'TK 통합' 강한 바람, 총리 김민석에게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양쪽 모두 할 말 있겠다

  •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씨저널&경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사망자 0명'에 목숨 걸어야

  •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씨저널&경제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꼭' 살려야 한다

  •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씨저널&경제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신한카드의 역사가 비자와의 협력 역사

  •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라이프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인생 사진 건져보자.

  •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검사 박상용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 거부했다 : 녹취 추가공개 “좀 지나면 이화영은 나갈 것”
    뉴스&이슈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검사 박상용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 거부했다 : 녹취 추가공개 “좀 지나면 이화영은 나갈 것”

    안하무인 대한민국 검사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