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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때, 또는 자다 깼을 때, 엎드려 있는가? 아니면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만세를 하고 있는가? 자기도 모르게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손목을 꺾고 있지는 않은가? 만일 당신이 그렇게 잔다면, 그것은 '취향'이 아니라 '증상'일 수도 있다.

수면 자세는 단순한 개인의 '수면 취향'이 아닌 '증상'일 수도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그림을 재편집한 것.
수면 자세는 단순한 개인의 '수면 취향'이 아닌 '증상'일 수도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그림을 재편집한 것.

건강한 신체는 중력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자세에서 가장 깊게 잠에 든다. 그럼에도 자꾸만 잘못된 자세로 잔다는 건, 이미 근골격계의 정렬이 무너졌거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졌을 수도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잘못된 수면 자세가 당신의 몸이 보내는 '아프다'는 신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신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엎드린 채로 잠에 드는 것이다.

인디애나주 수면 센터의 의료 책임자이자 수면 전문의인 아비나브 싱(Abhinav Singh) 박사는 엎드린 채로 자는 사람은 코를 골거나 수면 무호흡증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엎드려서 자면 혀가 앞으로 늘어지면서 기도를 덜 막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이 원활해져 증상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엎드려서 자면 누군가가 안아주는 느낌이 든다는 사람들도 있다. 만일 자신이 코를 골거나 수면 무호흡증이 없는데도 엎드려서 잔다면 불안도가 높거나 예민한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엎드린 채 수면하는 건 모든 의사가 꼽는 최악의 수면 자세다.

엎드려 자면 기도는 덜 막히지만 심장과 흉곽을 압박해 결과적으로는 심장과 호흡 기능을 떨어뜨리게 된다. 숨을 쉬기 위해 고개를 한쪽 방향으로 돌리게 되니 자연스럽게 목뼈와 근육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준다.

한국망막변성협회에 따르면 엎드린 자세는 안압도 반듯이 누운 자세보다 최대 10㎜Hg까지 상승할 수 있어 녹내장 발병 위험도 높인다.

싱 박사는 "엎드려서 자면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옆으로 누워 자도 그와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심지어 더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만세 수면'을 살펴보자.

'만세' 자세로 자는 사람은 근골격계 불균형이 있을 수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그림을 재편집한 것.
'만세' 자세로 자는 사람은 근골격계 불균형이 있을 수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그림을 재편집한 것.

수면 클리닉 슬립 리셋(Sleep Reset)에 따르면 예일대 의대의 수면 전문가 아레티 바실로풀로스(Areti Vassilopoulos) 박사는 만세 자세로 자는 게 편한 사람은 흉추후만증 또는 흉곽출구증후군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척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목 부분이 경추, 허리 부분이 요추이고 가운데인 등 부분을 흉추라고 부른다. 흉추후만증은 바로 이 흉추가 뒤로 과도하게 굽은 것을 의미한다.

흉추후만증이 있는 사람이 만세를 하면 등이 펴지면서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무의식적으로 만세를 하고 자게 되는 것이다.

흉곽출구증후군은 쇄골과 1번 갈비뼈 사이 공간인 '흉곽 출구'가 좁아져 신경과 혈관이 압박받는 질환이다. 주로 컴퓨터나 운전을 장시간 하거나 무거운 가방을 오래 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발병하기 쉽다.

흉곽출구증후군 환자가 팔을 들어올리면 일시적으로 흉곽 출구가 넓어져 고통이 줄어든다. 하지만 수면이 깊어지면서 근육이 이완되고 팔이 뒤로 쳐지면 흉곽 출구가 다시 좁아져 압박감이 더욱 강해지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만세를 하고 자면 수면 중에 자주 깨거나 팔을 털고 위치를 바꾸는 행동을 반복한다.

일시적인 편안함을 위해 계속 만세 수면을 하면 자는 동안 목·어깨·등·허리에 긴장이 유지되며 근골격계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혈액순환을 방해해 저림 등의 증상도 유발할 수 있으며 기도와 식도에도 영향을 줘 코골이가 심해지거나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내과의이자 수면 전문가인 시얀 여(Shiyan Yeo) 박사는 슬립 리셋과 인터뷰에서 "만세 자세는 혀와 연구개를 뒤로 쳐지게 해 수면 무호흡증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장기가 가해지는 긴장이 혈류 장애와 신경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티라노 자세'는 몇 년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음알음 알려진 수면 자세다.

수면 중 '티라노 자세'를 취하는 게 계속되면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그림을 재편집한 것.
수면 중 '티라노 자세'를 취하는 게 계속되면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그림을 재편집한 것.

티라노 자세는 위 그림처럼 손목을 꺾어 가슴 앞에 모은 채로 자는 자세다. 이름은 팔이 티라노사우르스 렉스(T. rex)를 닮았다고 해서 붙혀졌다.

티라노 자세는 SNS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또는 ASD(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잘 때 주로 하는 자세'로 유명해졌다. 실제로 이들은 일반적인 감각 처리에 어려움을 겪어 몸이 늘어지거나 덜렁거리는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어한다. 따라서 팔을 굽혀 가슴이나 턱 앞에 고정해 근육의 힘을 쓰지 않고 관절을 '잠금' 상태로 유지해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다만 티라노 자세로 자는 모든 사람이 ADHD나 ASD인 것은 아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됐거나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감각 과민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티라노 자세는 이런 사람들에게 자기 조절과 진정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티라노 자세는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꺾인 손목은 혈류와 신경을 압박해 팔을 저리게 만든다. 이런 압박이 몇 주 또는 몇 달 이상 계속되면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면 전문의인 라즈 다스굽타(Raj Dasgupta) 박사는 허프포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티라노 자세가 영구적인 신경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티라노 자세로 자면 팔꿈치나 손목의 신경을 압박할 수 있다"며 "매일 손과 팔이 저리고 일어난 뒤에도 저린 상태가 지속되거나 힘이 약해진 것 같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수면 자세는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문제와 관련 있을 확률이 높다. 문제가 잘못된 수면 자세를 만들고, 잘못된 수면 자세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나쁜 순환을 끊는 최적의 방법은 좋은 자세로 잠에 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추천되는 수면 자세는 등을 바닥에 대고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이다. 똑바로 자는 게 불편하다면 수건이나 낮은 베개를 무릎 밑에 깔아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것도 좋다.

옆으로 몸을 돌려 살짝 웅크리고 자는 측와위도 좋다. 다만 습관적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눕게 되면 근육과 관절에 불균형이 생길 수도 있다. 옆으로 누웠을 때 위로 올라오는 다리가 어깨 높이와 비슷해야 척추가 자연스럽게 펴지니 다리 사이에 쿠션이나 베개를 끼우는 것도 추천된다.

티라노 자세는 그렇게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 엎드리거나 만세 자세로 자는 건 꾸준한 노력으로 해결 가능하지만, 손목이 꺾이는 건 의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매튜 베넷(Matthew Bennett) 박사는 허프포스트US와 나눈 인터뷰에서 티라노 자세를 교정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탄력붕대나 손목보호대를 추천한다. 이를 이용해 손목을 느슨하게 고정해서 손목을 심하게 꺾는 것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베넷 박사는 "목표는 엄격한 자세 교정이 아니다"며 "몸에 휴식과 회복을 위한 더 지지적인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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