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가 CJ올리브영의 '큐레이션 중심 운영 모델'을 유통강자 세포라와의 협업을 통해 미국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상품기획자(MD) 출신이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가 CJ올리브영의 MD큐레이션 강점을 살려 미국 시장에 진출에 나선다. CJ올리브영은 올해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에 미국 1호 점포를 연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6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는다. CJ올리브영의 첫 미국 매장은 5월 로스앤젤레스(LA) 패서디나에 문을 연다.
CJ올리브영이 자사의 본질적 경쟁력을 매장 수나 자본이 아닌 ‘큐레이션 능력’으로 삼고 글로벌 시장에서 이 역량을 시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진출은 세포라 매장 내에 ‘K뷰티 존’을 꾸미고 CJ올리브영이 상품 큐레이션과 MD, 마케팅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MD 상품기획력은 현재의 CJ올리브영을 만든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MD인력을 ‘핵심직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MD출신으로 상품 큐레이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MD 큐레이션 능력은 성과로도 증명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상품 선별과 기획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해 중소·인디 브랜드를 발굴해왔다. 그 결과 현재 CJ올리브영에 입점한 중소·인디 브랜드 비중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최근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중소·인디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생태계와 CJ올리브영의 경쟁력을 다룬 사례 연구를 수업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하버드 측은 CJ올리브영의 MD역할은 단순 제품 소싱을 넘어 입점 브랜드사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큐레이션하고 브랜드 성장을 설계하는 역할로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CJ올리브영에 입점한 브랜드들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색조 뷰티 브랜드 클리오 스킨케어 뷰티 브랜드 라운드랩은 CJ올리브영을 통해 2024년 매출 1천억 원을 넘어섰다. CJ올리브영이 대기업 중심 구조 속에서 성장 기회를 찾기 어려웠던 인디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성장 경로를 제공한 셈이다.
CJ올리브영은 이러한 큐레이션 강점을 살려 올해 해외거점을 아시아에서 북미로 확장한다. 세포라와 협력해 문을 여는 미국 1호점이 첫 단추다.
CJ올리브영은 2023년 중국 법인, 2024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보폭을 넓혔다. 올해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북미권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중동과 영국, 호주까지도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단일 국가로 세계에서 가장 큰 뷰티 시장을 형성한 곳으로 K뷰티에 대한 인기도 높다”며 “글로벌 진출의 단계에서 미국 진출은 어떻게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의미는 작지 않다. 미국 시장은 K뷰티 수출이 지난해 9071억 원으로 국가별 전체 수출 비중 가운데 1위를 차지할 만큼 한국 화장품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핵심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K뷰티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코트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화장품은 미국 전체 뷰티 수입의 25.4%를 차지해 수입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보다 69% 증가한 수치로 주요 수입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이 대표가 본격화한 CJ올리브영의 옴니채널 전략은 미국 오프라인 매장 오픈 이후에도 현지 시장 온오프라인 연계(O2O) 측면에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파트너사인 세포라가 이미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라는 IQ시스템이라는 가상체험 콘텐츠를 통해 온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은 일반 고객보다 1.6배 높았고 애플리케이션 체류시간도 2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 기준 세포라 고객의 절반가량은 스마트폰을 통해 세포라 온라인 채널에 접속하고 있다.
이 대표가 국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외국인 고객 유치에 성과를 내온 만큼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사전 데이터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활용해 미국 매장에서도 현지 고객의 취향과 수요에 맞는 MD구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의 이번 미국 진출에 CJ올리브영의 이익체력 기반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CJ올리브영이 해외 진출의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실적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서다.
증권업계 따르면 CJ올리브영 지난해 매출 5조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3분기 누적매출은 4조2531억 원, 순이익 4219억 원으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20.8%, 25.2% 증가했다.
이 대표는 북미시장에서 CJ그룹 계열사와의 협업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CJ대한통운 아메리카의 현지 물류망을 통해 K뷰티 상품을 유통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아메리카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일리노이,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등에 위치한 허브 5곳을 통해 미국 60여 곳에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