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철강 수요 부진과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녹록지 않은 경영 여건 속에서 첫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했다.
장 회장은 두 축의 핵심사업(코어·Core)으로 힘을 싣고 있는 철강과 이차전지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핵심 광물 등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의 현직 회장 연임 제도가 기존과 바뀐 만큼 마지막 해 성과가 연임 도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포스코홀딩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9일 실적발표를 앞둔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유의미한 반등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9조3438억 원, 영업이익 2조1999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보다 매출은 4.6% 줄었고 영업이익은 1.2% 늘어난 것이다.
2022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그룹은 지난해까지 실적이 우하향하는 추세를 보였고 2024년 3월 제10대 회장으로 취임한 장 회장 체제에서도 아쉬운 실적은 이어졌다.
장 회장 임기 첫해인 2024년 포스코홀딩스는 매출 72조6881억 원, 영업이익 2조1736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5.8%, 38.5% 감소한 실적 성적표를 냈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반등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폭에 그치는 것이다.
장 회장은 취임사를 비롯해 신년사 등에서 꾸준히 철강과 이차전지를 그룹의 핵심이자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의지를 다져왔다. ‘2코어(CORE)’를 중심 축으로 하는 전략이다.
다만 장 회장이 두 축으로 꼽은 철강과 이차전지 사업부문에서 모두 비우호적 경영환경에 노출돼 쉽지 않은 2년을 보낸 셈이다. 철강과 이차전지 부문은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도 업황이 좋지 못했던 산업군으로 손꼽힌다. 이에 장 회장 임기 동안 포스코그룹의 실적 부진을 오롯이 리더의 탓이라고만 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철강 부문은 글로벌 수요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이 철강 관세를 50%로 상향하면서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대미 철강 수출실적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에서 부동산 부진 등으로 철강 소비가 감소했고 이에 현지 물량이 수출되는 점도 업황을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와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전 세계 조강생산량은 13억7400만 톤을 기록했다. 전 세계 조강생산량은 2023년 18억5천만 톤, 2024년 18억3900만 톤에서 지난해에도 유사하거나 소폭 줄어든 수치를 보인 것으로 추산된다.
조강생산량은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강철 덩어리의 생산량을 말하며 철강 산업 성장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인도 등 신흥국에서 견조한 수요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관세정책의 변동성에 따른 주요국의 수요 부진 및 부동산이 침체한 중국의 수요 침체로 철강산업의 성장도 정체된 것이다.
이차전지 분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면서 산업의 성장 자체는 이뤄지고 있지만 성장이 일부 국가에 치중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관련 분야 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정도의 시장 확장이냐는 점에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된다. 또 에너지저장장치용(ESS) 배터리로 전환하는 과도기라는 측면에서 비우호적 업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1046GWh(기가와트시)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32.6% 성장했다. 다만 이를 놓고 SNE리서치는 “지난해 말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성장의 무게중심은 중국에 집중됐다”고 덧붙였다.
장 회장에게는 2027년 3월 첫 번째 임기의 만료를 앞두고 올해가 매우 중요한 시기로 여겨진다.
물론 포스코그룹의 과거 회장들의 행보를 보면 연임을 통해 두 번째 임기를 지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주력인 철강산업이 거대 설비위주의 장치산업인 만큼 회장에게 단기 성과를 요구하기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직 회장의 ‘우선 연임 심사제’도 존재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번 임기부터는 포스코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기존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가 폐지됐기 때문에 장 회장의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2023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했다. 앞으로는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여부 표명과 상관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자동으로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된다.
장 회장이 철강과 이차전지를 포스코그룹의 미래로 점찍은 상황에서 두 축의 핵심 계열사가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이는 점, 적극적으로 미래 가치에 투자했던 점 등은 장 회장의 성과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의 철강재 생산 자회사인 포스코는 앞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연결기준 매출 33조2280억 원, 영업이익 1조8089억 원을 거뒀다. 직전연도의 연간 실적(매출 44조6441억 원, 영업이익 1조7322억 원)과 견줘보면 지난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낸 것으로 추산되고 영업이익은 이미 3개 분기 만에 1년 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포스코 안팎에서 앞으로도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한 지표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열연 유통가는 톤당 81만 원으로 직전 주보다 1.3% 올랐고 철근 유통가는 톤당 74만5천 원으로 같은 기간 2.1% 상승했다. 저가 수입산 재고가 소진되면서 열연 가격이 2주 연속 상승했고 철근은 감산 영향에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주요국 철강 가격의 상승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기도 했다.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수익성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분기별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 3.9%, 2분기 5.7%, 3분기 6.6%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중저품위광, 저가탄 등을 낮은 원가의 원료 사용 비중을 확대하고 생산량 증가에 따라 고정비가 하락하는 등 구조적으로 이익을 개선할 기반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로 양극재·음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890억 원, 영업이익 871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시장 성장 둔화에 매출은 16.5% 줄었지만 7억 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한 수치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은 하반기 들어 양극재 가동률 상승에 따라 단위당 고정비 개선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양극재를 포함한 에너지소재 부문의 정확한 가동률은 기술·정부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공시되지 않는다.
또 포스코홀딩스는 이차전지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리튬 자원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량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원가 경쟁력 및 원료 확보 안정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11월 7억6500만 달러(약 1조1천억 원) 규모로 호주의 광산기업 미네랄리소스가 신규 설립하는 중간 지주사의 지분 3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분 취득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투자를 통해 포스코홀딩스는 미네랄리소스가 서호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리튬 광산 두 곳에서 리튬 정광을 연간 27만 톤 규모까지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리튬 정광을 제련·정제해 만든 수산화리튬을 전기차 86만 대 분인 3만7천 톤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이달 15일 포스코홀딩스 목표주가를 기존 35만 원에서 41만5천 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주된 이유로 ‘리튬 사업부의 재평가’를 꼽기도 했다.
장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세계 경제와 국내 경영 환경의 대격변 속에서 철강 사업은 수요 둔화, 공급과잉, 탈탄소 전환이라는 삼중고를 겪었고 에너지소재 사업은 성장세 둔화가 지속하는 가운데 난관을 마주했다”며 “올해는 철강 사업의 본원 경쟁력 재건과 차별화한 시장별 성장전략을 실행하고 에너지소재 사업은 선별적 투자와 차세대 연구개발(R&D), 신규 수요 발굴 등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