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인 2024년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추모하는 모습(왼), 지난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기억과 애도의 달’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오). ⓒ뉴스1, 한겨레
정부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티에프)가 23일 발표한 이태원 참사 감사 결과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사태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년 만에 해제돼 인파가 몰려들 것이 예상됐는데도, 경찰 경비 인력은 대통령실 주변 집회 관리에 집중됐던 점이 159명이 숨지고 334명이 다치는 사회적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집회·시위 관리가 최우선 과제였던 경찰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감사 결과 발표 설명회에서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경비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2022년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주변 집회·시위가 증가했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경비 운영의 최우선 과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참사 직후 경찰 내부에서 “대통령 경호·경비가 우선순위였다” 등의 말이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집회 관리에 치중한 경찰력 배치’를 참사 배경으로 꼽은 것은 처음이다.
경찰 수뇌부 역시 이태원 일대 경비 인력 배치에 소극적이었다. 참사 나흘 전인 10월 25일 용산경찰서장은 상황실의 핼러윈데이 대책을 보고받으며 ‘경비는 왜 없지’라고 묻고도 추가 보완을 지시하지 않았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구청 상황실 근무자를 전단지 제거 투입
용산구청의 재난 대응과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영수 차장은 “용산구청 상황실 근무자 5명 중 2명은 구청장 지시로 (시위) 전단지 제거 작업에 투입됐고, 나머지 인원은 사고 전파 메시지를 받고도 30분이 지나서야 국장에게 보고했다”며 “부구청장 등 주요 간부에게는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후 대처도 부실했다. 티에프는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2022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감찰을 벌였지만, 용산경찰서장 등 8명을 수사의뢰한 것 외에는 공식 감찰활동 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활동을 종료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용산구청 역시 참사 대응 책임과 관련해 자체 감사를 하거나 외부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서영석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은 이날 티에프가 징계 등 상응하는 조처를 예고한 62명(경찰청 51명, 서울시·용산구청 11명)에 대해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도 있고 경미한 규정 위반 사례도 있다”고 했다.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이태원 참사 골목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모글을 읽고 있다. ⓒ뉴스1
감사원도 감사결과 발표
이날 감사원도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력 미배치’를 주요 원인으로 꼽은 점은 정부 티에프 감사 결과와 같지만, 감사원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계획과 경비 대책 수립이 의무가 아니었던 당시 재난안전 법령을 경찰과 용산구가 ‘기계적으로’ 따른 것에 주목했다.
참사 2주 전 용산구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10월15∼16일)는 별도의 주최자가 있어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관련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했는데, 이태원 참사 땐 주최자가 없단 이유로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