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해 국가기밀과 산업기술 유출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토록 하는 간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상식적인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 반대를 꺾은 것이라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이미 몇 달 전에 이러한 한 전 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가 법무부 장관 당시 강력히 주장했고 국민의힘 당대표 당시 집권여당의 당론으로 정했던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이 드디어 개정된다”며 “이 당연한 개정을 위해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다. 결국 상식적인 다수 국민들이 민주당의 반대를 꺾은 것”이라고 적었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간첩죄 처벌 대상을 적국뿐 아니라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고 산업기술 유출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간첩법)을 의결했다.
개정 전 간첩법은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해 왔다. 그런데 '적국'을 사실상 북한으로 한정해 적용해 왔기 때문에 북한 이외의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 국가 기밀이나 산업기술을 유출해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산업 스파이’를 직접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주장과 달리 간첩법 개정안을 민주당만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2024년 7월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록 일부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한 전 대표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이 올린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국민의힘 법사위원이었던 유상범 의원과 정점식 의원도 간첩법 개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 의원은 “한 분께서는 새로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을 때 특별법 규정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다른 분도 국가기밀의 범위에 대한 우려를 말씀하신 바 있다”며 “이것을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되었다’고 하기엔, 자당 의원님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당시 법원행정처에서도 간첩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던 박영재 대법관이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간첩법 개정안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박은정 의원은 2024년 7월 페이스북에서 한 전 대표를 향해 “간첩법 개정안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면, 왜 박영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련 질의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없는가”라며 “한 대표가 굳이 탓하려면 신중론을 표했던 박영재 당시 차장, 그리고 이에 대한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박영재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국민의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부터 탓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