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 화재 현장에서 남녀 투숙객이 추락한 뒤 뒤집혀 있는 에어매트 모습. ⓒ뉴스1
‘부천 호텔 화재’ 사고 당시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 2명이 모두 목숨을 잃으며, 고층 화재에서 에어매트를 이용한 구조에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당국에 에어매트 운용 매뉴얼이 없을 뿐 아니라 5층 이상 화재에선 에어매트 대피도 위험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인데, 전문가들은 완강기 사용법 등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방당국과 현장 소방관들의 설명을 25일 들어보면, 일선 소방서엔 에어매트 운용 매뉴얼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 제조사가 제공하는 사용설명서에 의존할 뿐,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표준 지침이 없는 셈이다.
나아가 에어매트는 소방장비관리법 등이 정한 소방장비 인증 대상도 아니다. 소방당국은 현재 5층·7층·10층·15층·20층형 에어매트를 운용하는데, 소방장비 인증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이 인증한 모델은 5층형 뿐이다. 부천 호텔 화재 당시 설치된 10층형 모델 또한 인증받지 못한 에어매트였던 셈이다. 소방당국은 “인증 대상이 아닌 에어매트들도 자체 시험을 거친 안전한 제품들만 운용하고 있다”며 “9월 안에 최대한 빨리 에어매트 통합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 에어매트를 잘 설치·관리한다 해도 고층 화재 대피 땐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천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공병삼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조 중앙사무총장은 “에어매트 대피 시에는 상체를 숙여 몸을 ㄴ자로 만들고, 엉덩이부터 정확히 에어매트 가운데에 떨어져야 한다. (이게 어렵다 보니) 5층 이상부터는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응급 상황에 정신이 없는 구조 대상자에게 이런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화재 현장에서도 투숙객에게 에어매트에 떨어지는 자세와 방법 등을 전혀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완강기를 사용하고 있는 소방대원의 모습. ⓒ한국소방안전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완강기’ 사용을 추천한다. 지지대와 완강기를 연결한 뒤 몸에 벨트를 묶고 벽을 짚으며 건물을 탈출하는 식이다. 채진 목원대 교수(소방안전학부)는 “에어매트는 대피용이라기보다는 추락 대비책에 가깝다. (고층 화재 때는) 완강기를 통해 대피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완강기는 모든 건축물의 3층∼10층에 층마다 설치해야 하며, 숙박시설은 객실마다 설치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10층을 넘어서는 고층에선 완강기 또한 위험할 수 있지만, 8~9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번 경우엔 효과적인 탈출 방법이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사용법’이다. 이번 사고 당시 완강기를 타고 대피한 투숙객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부천 호텔과 비슷한 구조의 한 숙박업소에 이날까지 묵었다는 성아무개(25)씨는 “평소 완강기가 뭔지도 몰랐고 사용법을 배운 기억도 없다”며 “전날 혹시나 해 찾아보니 완강기 상자가 객실 탁자 아래 구석진 곳에 들어가 있었다. 일부러 찾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긴급 상황에서) 누가 거기 적힌 사용법을 읽겠나. 사용법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완강기 사용법. ⓒ인천남동소방서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4층에 사는 강소현(28)씨도 “우리 집에는 완강기가 없다. (있다고 해도) 완강기가 언제 설치됐는지, 정기 점검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믿고 쓸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이번 사고로 에어매트조차 못 믿게 됐다. 그냥 화장실에서 물 틀어놓고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완강기 사용법 자체는 간단하지만, 높은 곳에서 벽을 타고 내려오는 일이 평범한 사람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완강기 사용법을 알리는 한편, 시민들도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사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