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65년 태국에서 태어났다. 7개월 어린 나이에 일본의 유원지 '다카라즈카 패밀리랜드'로 보내져서 서커스 무대에 섰다. 이후 2003년 패밀리랜드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같은 해 5월 한국의 서울대공원으로 왔다. 그의 나이 38살 때의 일이다.
65년생, 국내 최고령 코끼리 사쿠라가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서울대공원
'그'의 이름은 '사쿠라'. 일본어로 벚꽃을 뜻하는 말이다. 암컷 코끼리 사쿠라는 서울대공원의 다른 코끼리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본래 암컷과 새끼 코끼리들은 무리 지어 생활하는데, 사쿠라는 어린 시절부터 서커스단 생활을 하며 다른 코끼리들과 어울려 보지를 못했던 탓이다.
사쿠라는 한동안 홀로 지냈다. 그러나 사육사가 "사쿠라, 이리 와"라고 부르면 천천히 다가와 조심스럽게 긴 코를 내밀어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했고, 낯선 사람은 경계하고 쉽게 맘을 열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사쿠라가 지난해 여름 서울대공원에서 여름 특식을 먹는 모습. ⓒ서울대공원
다른 코끼리들과 함께 어울리는 사쿠라.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측에 따르면 사육사들은 사쿠라를 위해 합사 훈련을 해왔고, 사쿠라는 15년 만인 지난 2018년부터 다른 암컷 코끼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무리 중 가장 어린 '희망이'와 함께 목욕하고 장난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수컷 코끼리와의 합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에 올 때부터 이미 고령이던 사쿠라는 이듬해인 2019년 4월 발톱에 염증이 생기는 '조갑염'에 걸렸다. 지난해에도 발톱 병에 걸려 증상이 악화됐고,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54세였다.
바이바이, 사쿠라. ⓒ서울대공원
이후 사쿠라는 서울대공원 측의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왔지만 지난달 10일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코끼리 나이로 59세, 인간의 나이로는 90세를 웃도는 삶을 뒤로 하고 지난 13일 숨을 거뒀다.
코끼리전담반 사육사들은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온 사쿠라가 서울대공원에서 가족을 만나 노년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며 "몸이 아파도 훈련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따라 준 '사쿠라'를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