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좋은 기억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생각만 해도 눈살 찌푸려지는 기억도 있다. 그중 하나는 부모님의 싸움이다. 부엌의 노란 조명 아래에서 나보다 머리가 한참 위에 있던 두 사람의 높아지는 언성.. 몇 년도인지, 그런 장면을 몇 번 보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걸 보았을 때의 압박감이 아직도 선명하다. 내가 나약해서 그런 걸까? 글쎄.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MBN 예능 '신들의 사생활-그리스 로마 신화2' (이하 신들의 사생활2)에서는 설민석이 헤파이스토스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날 설민석은 '헤파이스토스 콤플렉스' 이야기를 통해 '부모가 잘해준 일이 있어도 아이들은 못 해준 것을 더 기억한다'는 내용을 전했는데. 이를 들은 한가인은 남편 연정훈이 어릴 적 겪은 일을 떠올리곤 소개했다.
한 번의 싸움도 기억하는 아이들. ⓒMBN
한가인은 "시부모님이 딱 한 번 싸웠는데, 연정훈 씨가 그걸 기억하고 되게 충격받았다더라"며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되게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고 말해 공감을 샀다.
부부싸움은 부부간 다툼이다. 자녀를 향해 직접 폭언하거나 폭행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부부싸움은 자라는 아이들의 정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2019년 한국일보는 "자녀 앞 부부싸움, 사생활 아닌 정서 학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기사는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가정 내 불화가 일으킨 정서적 학대는 아동이 성장해서까지 영향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언쟁을 벌이는 남녀. ⓒAfif Ramdhasuma on Unsplash
차주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연구원은 매체에 "자녀는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부적절한 문제 해결방식을 배우기 때문에 향후 대인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또 이정념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정서적 학대는 그 영향과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지만, 우리 사회와 법원은 여전히 눈에 보이는 피해만을 따져 이를 신체적 학대보다 가벼운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며 정서적 학대 예방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매체에 전했다.
끝으로 최명희 신구대 아동보육전공 교수는 매체를 통해 "부부싸움을 비롯한 정서적 학대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주변인은 물론 신고의무자조차 이것을 심각한 폭력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부모교육 강화 등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