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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는 어릴 적부터 성격이 소심하고 조심스러워서 또래 남자아이들하고 친구 관계를 맺는 걸 조금 어려워했어요. 그래도 같이 놀고 무리에 섞이려고 나름 노력은 했는데 또래 친구들은 아이를 놀리거나 장난의 대상으로 삼거나 해서 제가 걱정을 많이 했고, 그래서 항상 아이를 주시하면서 보살폈거든요. 때로는 아이를 심하게 놀리거나 장난치는 친구는 제가 불러서 화도 내고 사과도 시켜보고 그랬어요. 그런데 저희 아이는 제가 그렇게 해 주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지금도 뭐든 저만 찾아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도 제 옆에만 있는 것은 당연하고, 매사 자신 있게 자기가 주도적으로 뭘 하는 것을 보지를 못했어요. 가방 싸는 것 정도는 스스로 할 법도 한데 필통 안까지 제가 확인을 해 줘야 안심을 하더라고요.

저도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니 아이가 자기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아이를 잘못 키운 건가 싶어 자괴감도 드는데, 이렇게 이미 엄마에게 의지하는 게 습관이 된 아이가 뭐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 줄 방법은 없는 걸까요?

* 이 사례는 내담자의 사연을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내담자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출처 gettyimagesbank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출처 gettyimagesbank

 

[전문가 상담]

아이가 성격이 소심하고 조심스러워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다 보니 점차 생활 전반으로 의존성을 키운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의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아들이 걱정되시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인데 가방뿐 아니라 필통까지도 엄마가 챙겨주는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고, 어떻게 도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주도적이지 못하고 뭐든 의지하려는 습관이 걱정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실망이나 좌절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했을 때보다는 엄마가 대신해 줄 때 늘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엄마에게 자꾸만 의지하려는 것이지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뭐든 의지하려는 아이와 뭐든 도와주려는 어머니의 욕구가 딱 맞아떨어져서 만들어진 패턴입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의지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안정감을 찾는다면, 어머니 역시 아이를 도와주고 참견하면서 안심할 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얘는 왜 이렇게 나를 성가시게 하는 거야. 이런 것도 일일이 챙겨줘야 하니 엄마가 힘들어서 어디 살겠니?’라고 입 밖으로 말은 하면서도, 행동은 끊임없이 도울 거리를 찾고 있지는 않은지요? 

대체로 초등학교 6학년 정도라면 대부분 부모는 아이의 가방이나 필통까지는 신경 쓰지 않지요. 그 정도는 아이 몫이라고 여기기 마련입니다. 설령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아이가 혼자서 충분히 수습하는 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필통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친구들에게 빌려서 사용할 수 있으며, 교과서를 챙겨가지 않았다면 다른 반 친구에게 빌리거나 혹은 선생님에게 혼나면 됩니다. 이런 불편하고 번거로운 경험 혹은 창피함을 통해서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뿐 아니라 문제 될 만한 상황을 미리 차단하는 법도 배웁니다. 넘어지고 엎어져 봐야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스키를 탈 때도 넘어지는 것을 가장 먼저 연습합니다. 넘어져야 일어서고, 그걸 수차례 반복해야만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산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넘어지지 않고 한 번에 내려오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키 실력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 일어서는 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비단 스키뿐만 아닙니다.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이와 같습니다. 특히 아동기는 실수와 실패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을 때입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출처 gettyimagesbank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출처 gettyimagesbank

독일 출신 미국 심리학자이면서 정신분석가인 에릭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단계를 예로 들어볼까요?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단계마다 심리 사회적 위기에 봉착합니다. 그때마다 이 위기를 적절하게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각 단계는 각기 달성해야 하는 발달과제가 있습니다. 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낼 때, 다음 단계의 위기를 직면하는 게 있어서 ‘보다 좋은 전망’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의 발달과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근면성입니다. 근면성은 도구를 사용하는 세상의 법에 적응하고 생산적인 상황에 의욕적으로 참여하는 걸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의 집중과 인내가 요구됩니다. 근면성은 배우겠다는 내재적 동기부터 시작해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내는 힘을 말합니다. 여기에 더해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도 포함합니다. 아동기의 근면성은 학습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평생에 걸쳐 지속하는 능력입니다. 이 시기에 순조롭게 근면성을 발달시키면, 청소년기에도 자기 일에 전력을 다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감을 갖게 되어 건강한 자아정체감으로 이어지지요.  

그렇다면 근면성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요? 근면성을 위해서는 아주 작은 것부터 스스로 해보고 성취감을 맛보아야 합니다. 이 시기 성취에 대한 적절한 칭찬과 지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실수나 실패를 했을 때, 부모가 격려해 주는 게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특히 자신이 해낸 것에 대해 실망하고 그 실망감을 적절히 잘 승화 시키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근면성은 자랄 수가 없습니다. 성장 중인 아이들에게는 실수나 실패는 필연입니다. 이때 실수나 실패 그 자체보다는 실수나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실수와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임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의 근면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의 근면성이 요구된다는 건 당연지사이지요. 다시 말해, 어머니 역시 아이의 실수나 실패를 담담하게 바라보고 견뎌내셔야 합니다. 실수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

[부모 고민 상담] 부모 의존도가 높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이... 어떻게 하면 아이의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을까요?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출처 gettyimagesbank

앞서도 이미 말씀드렸지만,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살피고 도와주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서 난감한 상황에 빠질까 봐, 그래서 좌절하고 주눅 들까 봐 지레 겁먹고 불안하지는 않은지 어머니의 마음부터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아이는 성장합니다. 아이의 성장에 따른 부모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만약 갓난아기라면 열 일 제쳐두고 아이를 면밀하게 살펴서 신체적,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게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서 초등학생이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아이 안의 힘을 믿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가 직접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다그치고 비난하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우리 아이만의 속도를 견뎌야 합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갓난아기 다루듯이 한다면 아이의 성장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오랫동안 익숙해진 패턴을 깨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의 변화뿐 아니라 어머니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어머니부터 먼저 시작하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하라’고 백날 말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작은 한 걸음이 중요합니다. 일단 욕심내지 않고,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먼저 현재의 문제를 자세히 점검해 보세요. 어제 혹은 오늘 아이를 도와준 일들을 하나씩 열거해 보세요. 

리스트를 훑어보면서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몇 가지 골라보세요. 그중에서 아이가 가장 가볍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체크하세요. 시작은 한 가지부터입니다. 오랫동안 어머니가 해주던 일을 하루아침에 아이더러 다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쉽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세요. 처음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기대에 못 미치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더라도 기다려주세요.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세요. 혹시 아이가 실수해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실수는 이미 시도했다는 의미입니다. 한 걸음을 뗀 것이지요. 다시 말하지만, 실수나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이정표입니다. 실수하지 않고 배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이는 실수를 하면서, 실수를 보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저 아이에게 질문을 해보세요.​

-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아서 실망했구나. 누구나 처음에는 실수할 수 있어. 실수 없이 능숙해지는 건 불가능해.”

-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를 유심히 관찰해서 뭐라도 혼자서 해낸 일이 있으면 그 즉시 칭찬을 아끼지 마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이 시기에, 어머니 역시 아이로부터 서서히 독립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가 해내는 과정을 즐겁게 바라봐 주세요. 아주 작고 하찮은 걸음이라도 그 시작을 아낌없이 지지해 주세요. 부모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다면, 아이는 분명히 잘 해낼 것입니다.

 

[부모 고민 상담] 시리즈는 스쿨잼으로 보내주신 부모님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전문가와 상담을 진행하는 콘텐츠입니다. 사연에 공감하고, 상담에 위로받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솔루션까지 얻어 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안정희 부모교육 전문가]  마음맞춤연구소 소장. <진작 아이한테 이렇게 했더라면>, <사춘기 자존감 수업> 저자.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학교 아동기교실 전문강사, 서울시교육청 전환기학부모교육 전문강사 외 다수 기관 강사 역임. 

 

스쿨잼  naverscho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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