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 6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인도를 걷던 어린이 4명에게 돌진한 현장(왼), 사고 현장에는 숨진 9세 초등학생을 기리는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뉴스1
대낮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9세 어린이가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곳은 어린이보호구역이었고, 당시 음주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을 훌쩍 넘는 ‘만취 상태’ 였다.
9일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8일) 60대 남성 A씨가 몰던 SM5 차량에 치인 어린이 4명 가운데, 9세 초등학생 B양이 이날 새벽 숨졌다.
만취 상태였던 A씨는 8일 오후 2시21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교차로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9~12세 어린이 4명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사고발생 지역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좌회전 금지구역이었으나, A씨는 갑자기 좌회전을 한 뒤 인도를 덮쳐 사고를 냈다.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들 가운데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B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또 다른 피해 어린이 2명은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1명은 퇴원한 상태다.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을 훌쩍 넘는 0.1% 이상이었으며,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들과 점심식사 중 소주 반병가량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B양의 유족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주운전자 A씨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B양의 엄마 C(50)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횡단보도 건널 때는 꼭 초록불인지 확인하고, 손들고 주위를 잘 살피고 건너라고 수도 없이 가르쳤다. 그런데 차가 인도로 돌진해 딸아이를 앗아갈지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가슴을 쳤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동생 B양을 딸처럼 키워왔다는 오빠 D(26)씨도 “민식이법 이후에도 스쿨존 사망사고는 계속돼 왔고, 결국 동생이 희생됐다”며 “부디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해 더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