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전환교육, 무엇을 전환(changeover)하나?
'생태전환교육'이란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을 말합니다.(서울특별시교육청, 2020)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맞는 하나의 교육 트렌드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결국 우리가 해왔던 환경교육입니다.
우리나라 환경교육의 동향 변화
생태전환교육에서 말하는 전환은 교육 방법의 변화가 아니라 생각과 행동의 변화입니다. 오래 굳어진 생각과 행동은 좀처럼 변화되기 쉽지 않은 법이죠. 하지만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사인 나부터 생각과 행동이 변화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굳어진 관념과 습관으로 아이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환경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저도 아이들 앞에서 환경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직도 부끄럽고, 불편하고,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환경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
환경교육을 그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그쳤다면 저는 환경수업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제가 환경교육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가 잘 자란다 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랍니다. 어떤 아이의 모습이 잘 자라는 것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이렇습니다.
-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
- 창의적이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
- 예의 바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
-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생명도 돌볼 줄 아는 아이
-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가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아이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는 과정은 나의 ‘교육관’을 그려보는 것과도 같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띠며 부모와 교사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관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으면, 아이들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방향을 비춰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교육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아이의 사고, 능력, 정서, 태도 등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키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는 말이 나왔을까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초등 교사인 저도 제 아이와 제가 만난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와 사회에서 직간접적으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인성교육이 자주 거론되곤 합니다. 미래 사회에서 그 어떤 AI도 대체할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 관계라고 하죠.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바르게 자라서 단단한 버팀목을 가진 마음공부 즉, 인성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커서 돈을 많이 벌더라도 인성이 좋지 않다면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부모나 교사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닐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아이가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경험하고, 깨닫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을 제공하며 올바른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의 역할입니다. 학교에서는 그림책, 놀이, 음악, 연극, 체험학습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인성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우연히 어떤 수업에서 인성교육의 또 다른 방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환경수업'입니다.
환경교육은 곧 인성교육
아이들은 환경교육을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되는 걸까요. 아이들 앞에서 ‘기후변화’ 환경수업을 1시간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습니까?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관한 지식? 아니면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에코백, 텀블러 만들기 스킬?
저라면 기후변화 속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초등학교에는 없지만 중학교 선택 교과로 ‘환경’ 교과 교육과정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2015 교육과정에 제시된 환경교과 역량 6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환경 감수성
2) 환경 공동체 의식
3) 성찰・통찰 능력
4) 창의적 문제해결력
5) 의사소통 및 갈등해결 능력
6) 환경정보활용 능력
이 중 다른 교과에는 없는, 눈여겨볼 만한 역량이 있습니다. 바로 ‘성찰‧통찰 능력’입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에 살아가며 ‘나’의 생각과 행동이 나, 다른 사람, 사회, 자연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니 환경교육의 가치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환경교육에서 추구해야 할 것이 당장의 친환경적 실천이나 행동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환경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환경에 관한 생각과 감정, 태도를 되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과 아이들 모두를 생각하는 교육
사실상 지금의 환경교육은 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환경수업을 하는 이유는 그 시작과 계기는 각기 다르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첫 번째이고, 환경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환경만 생각하고 아이들이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교사 개인의 환경적 실천으로 그쳤을 테니까요.
환경과 아이들 모두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환경수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대부분 좋은(good) 뜻이 담겨 있습니다. 심각한 환경문제를 보여주며 시작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보자는 의도입니다.
- 변하는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
- 숲에서 동식물을 관찰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깨닫는 것
- 나와 다른 다양한 입장을 고려하여 소통/공감하는 것
- 물건의 처음과 끝을 생각하며 아껴 쓰는 것
이것이 환경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나눈 환경 이야기 속에 ‘잘 자랐으면’ 하는 저의 교육관입니다. 그리고 시험지로는 결코 확인할 수 없는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환경수업을 통해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환경은 아이들의 삶이니까요.
10년 넘게 환경교육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준 믿음
개인적인 관심으로 환경교육을 10년 전에 처음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때 저의 환경교육 목표는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준비 과정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몇 번의 환경수업으로 눈앞의 거대한 환경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킨 것은 ‘아이들의 말’이었습니다. 환경수업을 기다리고, 환경수업에 배운 것을 실천하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환경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 환경교육을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환경수업이 환경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한 아이의 마음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환경수업을 하며 달라지는 아이들의 눈빛과 깊어지는 생각을 보며 작은 믿음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다 알 수는 없지만 ‘환경을 생각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잘못될 일이 없겠다’라는 믿음이요. 생태전환교육에서 말하는 전환은 의외로 ‘작은 변화’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환경수업을 도전해 보는 일, 안 하던 ‘환경 잔소리’를 하는 일, 환경과 아이들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어보는 일과 같은 작은 변화 말입니다.
[홍세영 초등교사] 현직 초등학교 교사. 지속가능한 환경교육을 고민하는 교실 속 환경운동가. 한국교원대 교육대학원 환경교육 전공 석사. 서울시 에너지수호천사단 우수교사 표창(2016-2017). 환경부 및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주관 ‘기후변화 적응 교육’ 수업자료 제작(2014).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 초·중등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교사연구회 참여(2013).
스쿨잼 naverscho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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