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햇살’ 신드롬을 만들어낸 배우 하윤경. 그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역을 맡아 자페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박은빈)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지원군의 모습을 연기했다. 최수연은 로스쿨을 다닐 때부터 우영우가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돕고, 우영우가 늘 어려워하는 물병 따는 일도 직접 해주는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는 인물이다.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건넨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라는 감사 인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울리며 올해의 명대사로 손꼽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변호사를 연기한 하윤경. ⓒENA
하윤경은 2015년 연극으로 데뷔 무대를 치른 후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주연을 맡아 스크린으로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다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이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02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서 영화<경아의 딸>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하윤경. 그가 맡았던 ‘봄날의 햇살’ 최수연을 잇는 인생 캐릭터들을 함께 살펴보자.
소셜포비아
'소셜포비아' 포스터 . ⓒCGV아트하우스
<소셜포비아>는 SNS의 어두운 이면이 담긴 영화로 악플로 인한 마녀사냥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등이 출연했으며 하윤경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하윤경은 극 중 악플러 하영 역을 맡았으며 ‘레나’라는 닉네임으로 등장한다. 탈영한 군인이 자살로 세상을 마감하자 레나는 군인이 잘 죽었다며 강한 어조의 트윗을 남기고 이에 분노한 남자들이 레나의 신상의 털면서 사이버 불링을 시작한다. 경찰 준비생이던 용민(이주승)은 친구 지웅(변요한)까지 꼬셔서 ‘현피원정대’에 들어간다. BJ양게(류준열)과 함께 레나의 집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한 것은 레나의 죽음이었다. 레나의 죽음을 쫓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극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하윤경은 변요한의 소개를 받아 홍석재 감독을 만났으며, SNS를 통해 소통하다가 염증을 느낀 이야기를 나눴고 수연 역으로 최종 발탁됐다.
울보
'울보' 스틸컷. ⓒ오퍼스픽쳐스
'울보' 스틸컷. ⓒ오퍼스픽쳐스
<울보>에서 하윤경은 일탈 청소년 하윤 역을 맡아 완벽 소화했다. 극 중 하윤은 외로움이 많은 아이다.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고 자신은 보호관찰을 받으면서도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원조교제까지 감행한다. 그런 하윤에게 전학생 이섭(장유상)이 친해지려 다가간다. 일탈 청소년 길수의 이야기까지 등장하며 영화는 세 사람이 지닌 상처와 아픔에 대해 보여준다. 영화 내내 눈물을 꾹 참아왔던 하윤이 ‘너도 울어’라는 타인의 따뜻한 한 마디에 완전히 무너져내려 눈물을 펑펑 쏟는 장면은 짙은 여운을 남겼다.
박화영
'박화영'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울보>에 이어 <박화영>에서도 하윤경은 일탈 청소년 윤경 역을 맡아 살벌한 연기를 선보였다. <박화영>은 가출 청소년들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충격을 안긴 작품이다. 무책임한 부모님에게 상처를 입은 박화영(김가희)는 가출 청소년 무리와 친해져 그들에게 스스로를 ‘엄마’라고 부르라며 엄마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은미정(강민아)는 이를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박화영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극 중 하윤경은 은미정의 무리에 등장해 일탈 청소년의 모습을 제대로 재현했다.
고백
'고백'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하윤경은 영화 <고백>을 통해 교복이 아닌 경찰 제복을 입었다. 극 중 신입 경찰 지원 역을 맡아 의욕이 넘치지만 그 누구보다 일에 진심인 모습을 연기했다. <고백>은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 문제를 담은 영화다. 아이를 납치한 유괴범이 일주일 안에 국민 1인당 1000원씩 모아 1억을 만들어오라는 황당한 제안을 건네자 지원은 이 사건을 유심히 바라본다. 한편, 아동 관련 사회복지사인 오순(박하선)은 가정 방문을 나섰다가 보라(감소현)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다. <고백>은 아동 학대에 분노한 오순과 그런 오순을 의심하는 경찰 지원, 아동 학대 피해자인 보라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현실 속 문제를 꼬집는다. 하윤경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극 중 지원이) 자신은 무능한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경찰이 된 것 같다”라며 “단순히 정의감에 휩싸인 인물이 아니라 진심을 전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경아의 딸
'경아의 딸' 스틸컷. ⓒ인디스토리
영화 <경아의 딸>은 헤어진 남자친구가 유포한 성관계 동영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연수(하윤경)와 그런 딸을 지켜보는 엄마 경아(김정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수의 전 남자친구인 상현(김우겸)은 동영상을 경아에게까지 유포하고 경아는 강한 충격에 빠진다. 연수는 동영상으로 인해 자신이 애정하던 선생님이라는 직업까지 포기하게 되고 다른 이들과 눈을 마주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영상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경찰도 속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자 사설 업체까지 찾아 나선다. <경아의 딸>은 동영상 유포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함께 이를 극복해나가려는 모녀의 진심을 담고 있다. 극 중 연수가 “엄마 탓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라고 외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경아의 딸' 스틸컷. ⓒ인디스토리
하윤경은 <경아의 딸> OST ‘눈 오는 밤’을 직접 노래했다. 하윤경이 아닌 극 중 연수가 부른 것 같은 노랫말과 덤덤한 목소리로 감동을 안겼다. 하윤경은 “혼자 집에서 청소한다든지, 예능을 본다든지 연수는 그냥 일상을 살아나간다”라며 “그게 진짜 현실 공포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극 중 연수는 피해자이지만 숨으려고만 하지 않는다. 일상을 더 잘 영위해나가기 위해 애쓰고 세상이 강요하는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하윤경은 <경아의 딸>을 통해 제2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영화계 성평등에 공헌한 2022 벡델리안 배우로 선정됐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하윤경. ⓒ뉴스1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연기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맞이한 하윤경은 자신을 두고 ‘보통 사람’, 그리고 ‘도화지’라고 표현했다. 하윤경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뭘 가져다 붙여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배우로서 명확한 색깔을 찾고 싶은 갈증이 있다”라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색으로 소화해 내는 하윤경이 앞으로는 어떤 배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