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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좌), 김동연 경기지사(우) ⓒ뉴스1/한겨레 박종식 기자
윤석열 대통령(좌), 김동연 경기지사(우) ⓒ뉴스1/한겨레 박종식 기자

6개월 전 ‘정치 초짜’라며 겸연쩍어하던 ‘전직 부총리’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정권을 겨냥해 “행태가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날을 세웠고, 소속 정당을 향해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5개월의 ‘선출 공직’ 경험이 만들어낸 ‘관료 김동연’의 변화였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6개월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이었다. “윤 대통령이 가장 잘한 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거다. 하지만 그렇게 밀어붙인 일들이 모조리 실패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8일 수원 경기도청사 5층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 대응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

“착각해선 안 된다. 화물연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응이 만들어낸 건 ‘불통 정권’의 이미지다. 화물연대가 요구한 안전운임제나 물류체계 개선에 대해선 소통을 통해 해결할 시간이 충분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 기회를 놓쳤다. 아니 고의로 그 기회를 걷어찼는지도 모른다. 화물연대 사태의 후유증은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사실상 유도했다는 뜻인가?

“나 같으면 파업 몇달 전에 안전운임제 개정 여부나 대상 확대 문제를 두고 화물연대와 머리를 맞댔을 거다. 게다가 화물연대 파업은 이미 여러차례 경험하지 않았나. 충분히 설득하고 대화로 풀 시간이 있었다. 정부가 조정능력을 상실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를 두고 정권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 직접 책임져야 할 부처의 장이다. 그의 거취를 두고 논쟁이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나는 국무조정실장이었다. 그때 총리한테 이렇게 말했다. ‘총리 사퇴는 물론 내각 총사퇴까지도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모든 책임을 현장 지휘자들에게 떠넘겨선 비극의 재발을 절대 못 막는다.”

 

―이태원 참사 직후 정부가 내놓은 첫 반응은 ‘주최자 없는 행사라 지자체나 정부의 관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100% 틀렸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책임을 갖는다. 주최자가 있고 없고가 무슨 상관인가.”

 

―서울시장에게도 관리 책임이 있나?

“당연히 있다. 선출직이라서 거취에 대해선 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할 수 있는 적절한 수위에서 최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기 관내에서 참사가 벌어진 것 아닌가?”

김동연 경기지사가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 고위직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향하고 있다.

“나라가 완전히 검찰국가가 돼버렸다. 게다가 그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이 공정하지 않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선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나. 누가 봐도 이건 윤 대통령 의중이 담긴, 저열한 정치보복이다.”

 

―윤 대통령 취임 6개월을 어떻게 보나?

“입만 열면 그토록 ‘자유’를 강조하더니, 검찰국가를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극우 색깔론에 기대고 반노동·친재벌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러니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나. 나라는 멍들고 더 쪼개졌다.”

 

―민주당도 제구실 못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원으로서 당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검찰 수사에는 당당하게 임하고 결과에 책임지면 된다. 중요한 건 ‘정책 정당’으로서 국민의힘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취임 뒤 줄곧 경기도를 ‘기회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공고한 기득권 구조와 승자독식의 룰이다. 답은 나와 있다. 기득권을 깨고 ‘기회 공화국’을 만드는 거다. 이를 위해 내가 제시한 게 기회사다리, 기회소득, 기회안전망, 기회발전소, 기회터전 ‘5종 기회 패키지’다. 수저 색깔로 인생이 결정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회소득? 전임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대표 정책으로 밀었다.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문화예술인은 창작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평가를 못 받으면 생계 곤란을 겪게 된다. 기회소득은 이런 분들한테 일정 기간 동안 소득을 보장해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이 안정적 보상을 얻는 단계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게 핵심이다.”

 

―전임자들에 견줘 현장 방문 일정이 많은 느낌이다.

“현장을 가서 직접 보고 겪어야 정책이 나온다. 지금은 나라 전체가 위기다. 그냥 위기가 아니라 수출·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위기’다. 이 상황에선 현장에 나가 답을 구해야 한다. 현장에 나가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곳간을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에게 ‘현장을 얼마나 나가봤느냐’고 묻고 싶다.”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였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경기도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됐고, 이달 안에 민관합동추진위원회가 꾸려질 예정이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발전계획을 별도로 만들어 북부 도민과 소통하려고 한다.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게 당과도 긴밀히 논의할 거다. 조만간 여론조사를 통해 민의를 더 두텁게 수렴할 작정이다.”

 

―내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가 부딪치는 지점 가운데 하나가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지역화폐다.

“지역화폐 정책은 어떻게든 유지해야 한다. 지역화폐가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이미 여러 경로로 입증이 됐다. 끝내 지역화폐 예산을 없앤다면, 경기도 차원에서 또 다른 방법을 찾을 거다.”

 

―경기도의회의 여야 의석 분포가 78 대 78이다. 취임 전부터 협치를 강조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협치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를 일절 하지 않고 있다. 밥을 먹어도 자기들끼리만 먹고, 그 자기들 안에서도 특정인 몇몇하고만 소통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도 그런 태도를 고집하니 심각하게 걱정된다. 나는 여야 의석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타협과 대화, 이해와 양보 없이는 원활한 도정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실 이런 의석 구도는 도민이 준 선물이다. 그 뜻을 받들고자 민선 8기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여야정협의체를 만들었다. 생산적 토론으로 협치가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경기지사로서 국무회의 참석을 요구하고 있는데?

“계속 건의하는데, 답은 아직 못 들었다. 이건 대통령이 결심하면 풀릴 문제다. 사실 경기도만큼 행정의 요소를 다 갖춘 광역단체가 대한민국에 어딨는가? 그러니 국무회의 참석은 당연하다. 참석하면 비판적이고 생산적인 토의로 정부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고위 경제 관료에서 선출직 공직자로 변신했다. 선출 권력과 관료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선출 권력은 국민이 뽑은 권력으로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갖는다. 따라서 선출 권력이 임명한 관료는 당연히 그 권력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물론 관료도 소신을 갖고 의견을 낼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양심과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와 갈등을 겪지 않았나?

“(최저임금 인상 등) 몇몇 사안에 대해 크게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힘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소신 피력이) 대통령을 잘 모시고, 국민을 이롭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했다. 선출 권력과 충돌하긴 했어도, 이 정권의 누구누구처럼, 속된 말로 배신하지 않았다.”

 

―부총리까지 지낸 경제 관료 출신으로, 내년의 우리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지금은 복합위기 국면이다. 솔직히 말해 과거 (외환·금융위기) 못잖은 경제위기가 올 것 같아 걱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책 없는 정부다. 상황 인식이 안이한데다, 위기에 대처할 비전도 대책도 안 보인다. 국민들이라도 비상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겨레 김기성·이정하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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