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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끝났다고 한 순간에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의 진가를 드러내며 16강행 막차 티켓을 잡아냈다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한 대한민국

손흥민(좌측 위), 한국 축구 대표팀(좌측 아래), 벤투 감독(우) ⓒ뉴스1
손흥민(좌측 위), 한국 축구 대표팀(좌측 아래), 벤투 감독(우) ⓒ뉴스1

한국 축구가 다시 기적을 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2일(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4년 전 마지막 조별리그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었던 ‘카잔의 기적’에 이어 ‘알라이얀의 기적’을 일군 것이다. 마침 같은 시간 치러진 가나-우루과이전에서 우루과이가 2-0으로 이기면서 다득점에서 앞선 한국은 극적인 16강 막차 티켓을 잡아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로는 호주, 일본에 이어 세번째 16강 진출이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관중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2022.12.3 ⓒ뉴스1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관중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2022.12.3 ⓒ뉴스1

2018년 8월17일 선임돼 8월23일 취임식을 가진 뒤 햇수로 5년 차, 기간으로는 약 4년3개월. 긴 세월이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일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세월에 대한 감상을 묻는 말에 “굉장히 기분이 좋다”며 “선수들은 선수로서, 코치진은 코치로서 우리가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왔고, 그 결과 우리는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포르투갈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마음”이라고 자평했다.

이 기간 벤투호의 지향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시스템’이다. 벤투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체계를 갖추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벤투 감독과 함께 ‘벤투 사단’이라고 불리는 코치진을 같이 선임했다. 세르지우 코스타(수석코치), 필리프 코엘류(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르(골키퍼 코치), 페드루 페레이라(피지컬 코치)까지 벤투 개인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을 대표팀에 이식했고, 그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역대 가장 오랜 재임 기간이 보장됐다.

ⓒ뉴스1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12.3 ⓒ뉴스1
ⓒ뉴스1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12.3 ⓒ뉴스1

한국은 이전 두 번의 월드컵 모두 지역 예선과 본선의 사령탑이 달라 불안정한 상태로 대회를 치렀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조광래·최강희를 거쳐 본선을 일년여 앞두고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고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최종예선 도중 올리 슈틸리케가 경질되고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이 갔다. 홍명보 감독은 354일, 신태용 감독은 344일을 준비했다. 일 년에 열댓 경기 남짓 치르는 대표팀에서 감독의 철학을 정착시키기에는 부족한 기간이다.

벤투호는 4년을 연마했고 이 기간 이른바 ‘빌드업 축구’라는 시스템을 그라운드 위에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재능들을 끊임없이 발굴해냈다. 2018년 9월 감독 부임 후 첫 소집에서 부름을 받은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김문환(전북)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에는 나상호(서울), 2019년 3월에는 이강인(마요르카), 2021년 3월에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같은 해 9월에는 조규성(전북)이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황인범이 나아진 만큼 벤투호도 나아졌다”는 평을 듣는 황인범은 뛴 거리, 패스 숫자, 공간 침투 성공 등에서 모두 팀 내 1위(1·2차전 기준)를 기록하면서 전천후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이번 대회 최고의 발견 중 하나인 조규성은 그간 벤투호의 붙박이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밀어내고 득점 본능을 과시했고, 우여곡절 끝에 본선 잔디를 밟은 ‘슛돌이’ 이강인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벤투호의 진정한 유산이 있다면 이들일 것이다.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2022.12.3 ⓒ뉴스1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2022.12.3 ⓒ뉴스1

“축구는 인생과 같은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벤투 감독은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아냈다. 부임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였던 한국을 4년 만에 28위까지 끌어올렸다. ‘플랜 비(B)가 없다’, ‘선수 기용이 보수적이다’, ‘빌드업 축구가 한국에서 되겠냐’ 등등 재임 기간 내내 따라다녔던 비판들은 결국 본선 무대에서 해소했다. 벤투호는 그간 한국 축구가 보여준 바 없는 경기력을 선사했고 스스로 일궈낸 기적에 운마저 따라주며 12년 만의 원정 16강이라는 ‘결과’도 챙겼다.

지난 1563일 동안 정진해온 대표팀에게 3일의 시간이 더 주어졌고, 우리는 벤투호의 축구를 한 번 더 볼 수 있게 됐다. 벤투호는 한국 시각으로 오는 6일 오전 4시 16강전을 치른다.

알라이얀 /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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