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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되자마자 ‘오픈런’ 열풍"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가 편의점 메가 히트 상품 ‘곰표 밀맥주' 판매량 따라잡기에 나선다

‘원소주’ 잡기에 사활을 걸었던 GS 리테일.

 

편의점에 입성하는 박재범의 '원소주'가 '곰표 밀맥주'같은 판매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출처: 뉴스1)
편의점에 입성하는 박재범의 '원소주'가 '곰표 밀맥주'같은 판매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출처: 뉴스1)

“박재범의 ‘원소주’는 과연 제2의 ‘곰표 밀맥주’가 될 수 있을까?”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프리미엄 소주인 ‘원소주’가 편의점인 GS25를 통해 판매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원소주는 1만4900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되자마자 ‘오픈런’ 열풍을 일으키며 초도 물량 2만병 완판을 기록한 데 이어 온라인몰(원소주몰)에서도 ‘1일 한정 2천병’이 매일 매진 세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인기 덕분에 원소주가 ‘곰표 밀맥주’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곰표 밀맥주는 편의점 씨유(CU)가 지난 2020년 5월 대한제분·세븐브로이와 협업해 만든 수제 맥주로, 출시 1년 만에 편의점 맥주 시장의 판도를 바꾼 메가 히트 상품이다.

 

"원소주를 잡아라"...GS리테일의 열렬한 구애

24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원소주의 오프라인 유통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편의점 업계 모두가 제조사인 원스피리츠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결국 원스피리츠의 ‘간택’을 받은 것은 지에스(GS)25다. 지에스25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원스피리츠 쪽과 계약을 완료하고 오는 7월 판매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소주를 품에 안기 위해 편의점 지에스25를 운영하는 지에스리테일은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앞서 지에스리테일은 대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박재범이 세운 에이오엠지(AOMG) 소속인 이종격투기 선수 정찬성을 공식 후원한 바 있다. 그간 “격투기는 폭력적”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대기업은 공식적인 후원사로 나서는 걸 꺼려왔다. 지에스리테일은 지난 2월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가 지난 10일 열린 UFC 페더급 타이틀전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훈련비 전액을 지원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또한 정찬성 승리를 기원하는 캠페인으로 지에스25는 ‘코리안 좀비’ 캐릭터를 활용한 에너지 드링크를 선보이고, 한정판 코리안 좀비 주먹밥과 버거도 내놨다. 도시락 상품에는 챔피언전 홍보 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에스리테일의 이례적인 정찬성 후원은 박재범의 원소주를 겨냥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GS25 코리안좀비 에너지드링크(왼쪽), 로우칼로리 에너지드링크. (출처: 지에스25)

원소주를 향한 지에스리테일의 ‘애정 공세’는 이뿐만이 아니다. 매년 여름 지에스25가 개최하는 대규모 행사인 ‘뮤직 & 비어 페스티벌’(뮤비페)에 박재범이 지분을 소유한 에이오엠지와 하이어뮤직 소속 가수를 대거 초청하기로 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뮤비페는 2015년부터 매년 지에스25가 고객, 협력업체, 스토어매니저, 임직원 등을 상대로 여는 행사로, 국내외 맥주와 음료 등을 마시며 정상급 가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 탓에 온라인으로 펼쳐졌지만, 올해엔 일상회복 분위기에 맞춰 오프라인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 에이오엠지에는 사이먼 도미닉, 이하이, 엘로, DJ 펌킨 등이, 하이어뮤직에는 식케이, PH-1, 차차말론 등이 소속돼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뮤비페는 발라드·힙합·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펼치는 행사여서 지에스리테일의 제안을 박재범 쪽이 매력적이라고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경쟁사도 원소주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에스가 제안한 조건과 액수가 상당해 경쟁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소주는 곰표 밀맥주 판매량에 도전할 수 있을까

지에스25가 이렇게 ‘원소주’ 잡기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은 실적 부진 탓이다. 씨유(CU)와 함께 편의점 업계의 강자로 불리지만, 지난해엔 서로 희비가 엇갈렸다. 매출 규모는 지에스25가 앞섰지만, 실적 면에서는 씨유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비지에프(BGF)리테일이 운영하는 씨유는 지난해 매출 6조7812억원에 영업이익 19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견줘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2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에스리테일이 운영하는 지에스25는 매출 7조2113억원에 영업이익 214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에 견줘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6% 감소했다. 편의점 씨유의 실적 호조에는 메가 히트 상품 ‘곰표 밀맥주’의 역할이 컸다. 지에스25는 부진을 씻을 카드로 씨유를 벤치마킹해 ‘원소주’를 선택했다. 원소주를 ‘제2의 곰표 밀맥주’처럼 성공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편의점에서 곰표 밀맥주를 꺼내는 손님. (출처: 편의점 씨유)
편의점에서 곰표 밀맥주를 꺼내는 손님. (출처: 편의점 씨유)

지금까지 원소주 기세로 보면, 지에스25가 기대감을 가질만도 하다. 원소주는 원소주몰을 통해 평일 오전 11시에 2000병씩 한정 판매를 해왔는데, 매일 수 만명이 동시 접속을 해 몇 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에스엔에스에는 ‘원소주 득템’ 인증 사진과 ‘구매 성공기’가 넘쳐난다. 지난 19일에는 원소주몰에 오류가 발생해 6만건이 넘는 주문이 자동 접수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원스피리츠는 “운영상 문제로 정해진 수량의 30배 이상이 판매됐다. 저희 측 과실로, 원소주를 구매하신 모든 분께 순차적으로 배송해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원스피리츠는 다음 달 중순까지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고, 이날 결제한 고객에게 소주를 배송할 방침이다. 한 달 가까이 온라인 판매가 중단되는 만큼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소주가 곰표 밀맥주만큼의 판매량을 기록할지는 물음표다. 곰표 밀맥주는 1캔 3900원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달콤한 열대 과일 향과 부드러운 거품, 개운한 마무리까지 맛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소주는 첨가물을 넣지 않고 100% 국내산 쌀로 만든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로, 희석식 소주와는 다른 깔끔한 맛을 내세운다. 하지만 가격이 1만4900원으로, 1천원 후반대인 기존 소주보다 7배 이상 비싸다.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한 ‘박재범’을 잘 모르는 세대에까지 파급력이 미칠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원소주가 지에스25에서 판매될 경우, 초기엔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가격 등을 따졌을 때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곰표 밀맥주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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