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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썰플리 유튜브
출처: 썰플리 유튜브, 김호영 인스타그램

“어머니 들어가세요~!”

가수 이석훈이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한 시민에게 깍듯이 답인사했다. 그가 진행하는 웹 예능 <썰플리> 촬영 도중이었다. 시민이 떠난 뒤, 이날 게스트로 참여한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이석훈에게 물었다. “너, 저 사람이 ‘어머니’일지 아닐지 네가 어떻게 알고 ‘어머니’라는 단어를 쓰니?”

인사법 제안하는 김호영. 출처: 썰플리 유튜브
인사법 제안하는 김호영. 출처: 썰플리 유튜브

이석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호영에게 되묻는다. “그럼 형 같으면 어떻게 인사했어?” 그러자 김호영은 “그냥 안녕히 가시라고 하면 되지 뭘 또 굳이 호칭까지 붙이냐”고 답하며, 제작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제야 이석훈도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 배웠다”고 말했다.

10여초에 불과한 장면이었지만, 많은 시청자가 김호영의 ‘센스’에 감탄했다. 유튜브 영상 아래 “어머니 호칭 잡아내는 눈치가 좋다”, “어머니라는 호칭을 아무에게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센스 있다” 등의 공감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일 공개된 <썰플리> 김호영편은 20일 기준 조회수 200만회를 넘겼다.

'어머니'라는 호칭. 출처: 썰플리 유튜브
'어머니'라는 호칭. 출처: 썰플리 유튜브

시청자들은 이석훈이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려는 의도로 ‘어머니’ 호칭을 썼다는 것도 이해했다. 이석훈이 처음 호칭 지적을 받고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얼떨떨해 한 것도 공감한다. ‘어머님’이나 ‘아버님’은 진짜 가족이 아니어도 가게나 서비스센터, 관공서, 병원 등 일상 곳곳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호칭이기 때문이다.

언니, 이모, 삼촌 등 각종 친족어가 원래 의미보다 더 넓게 쓰이다보니, 다수 시민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지난 2017년 국립국어원이 전국 10~60대 40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관공서나 병원 등에서 직원이 ‘어머님’ 또는 ‘아버님’이라고 부를 경우 손님 입장에서 불쾌하다는 응답은 22.4%를 기록했다. 나머지 77.6%는 불쾌하지 않다고 답했다.

낯선 이에게 '어머니'라고 부르기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 출처: 썰플리 유튜브
낯선 이에게 '어머니'라고 부르기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 출처: 썰플리 유튜브
그냥 인사로도 충분하다. 출처: 썰플리 유튜브
그냥 인사로도 충분하다. 출처: 썰플리 유튜브

하지만 호칭을 포함한 언어 예절은 달라진 시대상과 사회 의식을 반영하며 변화해왔다.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 인구, 기혼이어도 무자녀인 경우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30대 여성 미혼율은 33.6%, 30대 남성 미혼율은 50.8%에 달한다. 이혼하거나 사별한 적 없는 40대 미혼 비중도 5명 중 1명(17.9%)에 가까웠다. 2020년 기준 결혼 5년 차까지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 비율은 20.4%로,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국어원도 일상에서 호칭어 등과 관련한 혼란을 덜고자 마련한 ‘표준 언어 예절’을 때때로 정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표준 언어 예절을 개선하고자 진행한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정책 연구’는 직원과 손님 사이에서나 우연히 만난 어른(안면 없는 어른)에게 ‘이름+님’, ‘직함+님’, ‘선생님’ 같은 중립적이고 무표적인 호칭과 지칭을 사용하도록 권했다.

'선 지키는 하이텐션' 김호영. 출처: 썰플리 유튜브
'선 지키는 하이텐션' 김호영. 출처: 썰플리 유튜브

김호영이 <썰플리>에서 보여준 호칭 센스가 돋보인 건, 그가 이미 ‘극강의 하이텐션’, ‘핵인싸’(무리 속 여러 사람들과 아주 잘 지내는 사람)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시청자는 유튜브 댓글로 “이렇게까지 선을 지키면서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게 신기하네요”라고 썼다. 예능감과 배려심, 공감 능력을 골고루 갖춘 점을 눈여겨 본 것이다. 댓글에는 ‘선 넘지 않는 하이텐션’, ‘경우 있는 개그’ 같은 평가가 두루 나왔다.

물론 이날도 김호영은 자신의 엠비티아이(MBTI)를 “EEEE!”(외향적 성격을 의미)라고 부르는 등 다른 방송에서처럼 밝은 에너지를 한껏 발산했다. 동시에, 낯을 가리는 내향적 성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공허함도 즐길 필요가 있다”는 등 포용적 이야기들을 곁들여 호평 받았다. ‘호감형 인싸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한겨레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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