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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데이 기념 특별 연재 3] 바르고 정의로운 고담을 위해

─ GCPD 사람들

'거대한 강물의 흐름도 바꿀 수 있는' 슈퍼맨! 1938년 《액션 코믹스》 1호를 통해서 등장한 슈퍼맨이라는 만화 주인공은 그의 위대한 능력에 붙는 수식어 그대로 미국 만화계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수많은 만화 작가가 슈퍼맨을 모방한 캐릭터를 내놓았고, 우후죽순처럼 출판사가 생겼으며, 만화 잡지의 판매량도 솟구쳤다. 끝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만화 캐릭터의 행렬에 정점을 찍은 인물이 바로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의 배트맨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배트맨은 슈퍼맨이 갖고 있는 '슈퍼한' 초능력을 단 하나도 갖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배트맨을 슈퍼맨을 능가하는 슈퍼 히어로로 받아들였다. 원래 여러 작가진이 그린 만화를 엮은 잡지였던 《디텍티브 코믹스》의 표지를 장식하는 메인 캐릭터 자리가 배트맨의 차지가 되었다. 그런데 《디텍티브 코믹스》 표지를 1호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 잡지가 내세웠던 만화의 진짜 주인공은 탐정, 자경단, 모험가 등 어떤 모습을 취하더라도 변함없이 범죄 현장을 지키는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고담 시 경찰국(GCPD) 경찰들의 다양한 모습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디텍티브 코믹스》의 표지 주인공이었던 경찰관

그처럼 독특한 코스튬을 입지는 않았지만, 배트맨의 등장 이전에도 《디텍티브 코믹스》에는 범죄와 맞서 싸우는 인물이 많이 있었다. 특급 조사관 스피드 손더스, 사립 탐정 래리 스틸, 범죄 투사 크림슨 어벤저 등은 모두 배트맨의 전신에 해당되는 만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배트맨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디텍티브 코믹스》의 표지를 장식한 메인 캐릭터는 수록된 만화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물론 이 인물 역시 배트맨처럼 자신만을 상징하는 의상을 입고 있었지만, 만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오직 표지만을 위해 존재하는 인물이었던 까닭에 누구도 그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는 총을 든 흉악 범죄자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그 인물은 바로 경찰관이었다. 뱃지를 단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디텍티브 코믹스》의 표지는 독자에게 이제부터 만화 속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하나의 표식과도 같았다. 현실에서 범죄자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은 그런 경찰관들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의 만화 속에서는 그런 경찰은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갱단이 창궐하는 무법천지의 세상에서 독자를 매료시키는 요소는 법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악당들을 좀 더 확고하고 속 시원하게 처리할 수 있는 투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바르고 정의로운 고담을 위해 | GCPD 사람들

그 이름대로 원래 탐정과 경찰이 나오는 만화 잡지였던 《디텍티브 코믹스》의 11호 표지.

(이미지 출처: http://dc.wikia.com/wiki/Detective_Comics_Vol_1_11?file=Detective_Comics_11.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나 맥고니글이야!" 하비 불록의 원조, 맥고니글

"GCPD!" 드라마 「고담」에서 제임스 고든은 범죄 현장이라면 어디에든 나타나서 뱃지를 들고 이렇게 외친다. 하지만 초창기 배트맨 만화에서 고담의 경찰은 배트맨의 활약을 위한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제임스 고든은 이름이라도 있었지만, 제복 경찰은 사건 발생을 알려 주거나, 배트맨이 잡은 악당을 인도받거나, 사건 현장을 뒷수습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1941년, 《배트맨》 3호에서 고든 이후 최초로 이름이 있는 경찰이 탄생한다. 퉁퉁한 몸집에 중절모를 쓰고, 큰 시가를 입에 물고 다니는 '맥고니글'이라는 이름의 이 형사는 배트맨을 범법자로 간주하고 집요하게 그 뒤를 추적한다. 배트맨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실수하며 우스꽝스럽고 바보 같은 모습을 연출하면서도 "나 맥고니글이야. 배트맨은 내가 잡아." 라면서 당당함을 잃지 않는 이 인물은 오늘날 GCPD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 중 하나인 '하비 불록'의 1940년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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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고니글이 처음 출연한 "배트맨 대 캣우먼(The Batman vs. the Cat-Woman)" 편이 수록되어 있는 《배트맨》 3호 표지.

(이미지 출처: http://dc.wikia.com/wiki/Batman_Vol_1_3?file=Batman_3.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배트시그널의 수호자 '하비 하니에'

「고담」의 17화 '레드 후드' 편을 보면 레드 후드 갱단이 은행을 터는 와중에 한 늙은 경비원이 갱단을 향해서 총을 쏘는데, 단 한 발도 맞히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CCTV로 범죄 현장을 확인하던 불록은 나이 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안경을 쓰지 않으려 했던 그 경비가 6미터 거리에서 한 발도 맞히지 못했다면 늙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트맨: 이어 원』의 제임스 고든 역시 눈이 나쁜 편에 속한다. 덕분에 배트맨의 맨얼굴과 대면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배트맨이 누군지를 알지 못했다. 다리 아래로 떨어진 어린 아들의 목숨을 구해준 가면을 쓰지 않은 배트맨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알다시피 나는 안경 없으면 장님이나 다름없죠. 가 봐요 얼른." 나쁜 시력으로 곤란을 겪는 경찰의 원조는 1954년 《배트맨》 85호에 처음 등장한 '하비 하니에'라는 인물이다. 제임스 고든은 늙은 경찰인 하니에를 현장 임무에서 빼고 대신 그에게 배트 시그널을 담당하게 한다. 당시 배트 시그널은 고든이 국장실에서 버튼을 누르면 옥상에 붉은 등이 켜지고, 그러면 옥상에 있던 담당자가 배트 시그널을 켜서 배트맨을 호출하는 시스템이었는데, 하니에는 예전에 입은 총상 때문에 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배트 시그널의 수호자'로서 이후 근 20년간 배트맨 만화에서 배트 시그널을 전담하게 된다.

TV에서 만화로 입성한 경찰관들

고담의 베테랑 경찰 하비 불록이 좋아하는 세 가지를 들자면, 도너츠, 시가, 그리고 1940~50년대 영화가 있다. 1960년대를 풍미한 배트맨 TV 드라마에서 경찰 서장 '클랜시 오하라' 역을 맡았던 스태포드 레프는 1950년대 여러 편의 영화에서 경찰로 분했던 배우이다. 오하라는 1999년 제프 로브와 팀 세일의 만화 『배트맨: 다크 빅토리』에서도 고든의 측근으로 등장한다.

배트맨 세계에는 오하라 서장처럼 TV를 통해서 인기를 얻어 만화에 출연한 케이스가 종종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라면 역시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캐릭터로 출발해 현재 만화에서 게임, 영화까지 활약 중인 조커의 사이드킥, '할리퀸'이 꼽힌다. 하지만 고담 경찰서에도 그런 캐릭터가 한 명 존재하는데, 바로 '르네 몬토야'이다. 르네 몬토야 역시 배트맨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에서 하비 불록의 파트너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만화에서는 1992년 《배트맨》 475호에서 고든 국장의 조수로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배트맨: 나이트폴』 스토리 초반부에 배트맨과 함께 연쇄 살인마 빅터 즈아즈를 잡는 공을 세운다.

바르고 정의로운 고담을 위해 | GCPD 사람들

배트맨 애니메이션에서 하비 덴트의 경호역으로 처음 등장했던

르네 몬토야의 『배트맨: 나이트폴』 출연 장면

(사진 제공: 세미콜론)

만화 속의 고담 경찰국

미드 「고담」에는 역대 고담 경찰의 주요 인물들이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등장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특성상 만화 스토리와는 시대나 연대기적으로 서로 매치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하는데, 역대 국장이나 지방검사, 경찰서 내부 인물 간의 서열 관계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원작 만화에서 제임스 고든 이전의 국장들과 하비 불록의 초기 이야기 등을 잠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1987년 프랭크 밀러의 『이어 원』으로 가면, 브루스 웨인이 전 세계를 돌며 훈련을 마친 후 처음 배트맨 활동을 시작할 당시 고담 시는 로브 국장이 장악하고 있었다. 배트맨은 제임스 고든과 함께 로브의 부패함을 입증해서 결국 그를 물러나게 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간 식사는 잘 하셨는지요. 여러분의 축제가 거의 끝나 갑니다." 로브의 파티장에 난입해 고담의 부패 세력 앞에서 배트맨이 선전포고를 하는 장면은 『이어 원』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물러난 로브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2000년 『다크 빅토리』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최연소 지방검사였던 '하비 덴트' 역시 고든과 배트맨을 돕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그가 고담 범죄조직의 보스 팔코네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싸우다가 인생이 망가지는 내용은 1997년 『배트맨: 롱 할로윈』 시리즈를 읽으면 된다.

로브 국장 이후 국장 자리에 오른 인물은 잭 그로건이었는데, 그로건 시대에 해당되는 책은 『배트맨: 웃는 남자』다. 제임스 고든은 그로건 이후에 국장 자리에 올라 고담 경찰을 진두지휘한다.

하비 불록의 경우에는 1970년대부터 《디텍티브 코믹스》에 등장했는데, 말단에서부터 시작해 20년을 경찰에 몸담은 베테랑으로 그려진다. 재밌는 것은 불록이 처음부터 고든의 심복이었던 것이 아니라 1980년대에 고든과 강하게 대립했던 해밀턴 시장의 사주를 받고 언론을 통해 "제임스 고든은 이 도시의 법 집행 체계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인물입니다!"라며 비난하거나 서랍 속에 스프링을 넣는 유치한 장난 등으로 고든을 괴롭히며 현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찌나 지독했던지, 황당하게도 불록의 스프링 장난에 놀란 고든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지는 사건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바르고 정의로운 고담을 위해 | GCPD 사람들

최근 국내에 정신 출간된 『배트맨 3: 가족의 죽음』에서의 고든과 불록.

처음 고든을 괴롭히는 역으로 등장했던 그가 이제는 고든의 둘도 없을 동료가 되었다.

(사진 제공: 세미콜론)

전직이라고 해야 할까? 슈퍼 히어로가 된 GCPD 경찰들

고담 경찰국의 형사들이 슈퍼 히어로 변신한 케이스도 종종 있다. 제임스 고든은 최근 스콧 스나이더의 뉴 52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이 되었고, 르네 몬토야는 『52』에서 고담을 지키는 얼굴 없는 히어로 퀘스천으로 등장한다. 르네 몬토야의 파트너였던 크리스퍼스 앨런은 죽은 뒤 신의 복수자이자 DC 유니버스에서도 가히 최강의 캐릭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펙터가 되었다. 하비 불록의 경우는 DC 버전의 쉴드라고 할 수 있는 첩보 조직 '체크메이트'의 핵심 요원으로 활동했다. 황당한 이야기보단 현실감 있는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슈퍼 히어로 코믹스의 최근 경향을 생각하면, 어느 영웅보다 인간적이라는 강점을 가진 GCPD의 구성원들은 앞으로도 단순한 감초 캐릭터를 벗어나 자신들의 비중을 더욱 늘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바르고 정의로운 고담을 위해 | GCPD 사람들

히스패닉, 레즈비언, 정의로운 여형사라는 드문 설정을 가진 르네 몬토야.

얼굴 없는 탐정 퀘스천에서 드라마 「고담」의 강력계 형사까지. 그녀의 활약을 주목해 보자.

(이미지 출처: http://dc.wikia.com/wiki/Renee_Montoya_(New_Earth)?file=Question_RM_01.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 이 연재는 세미콜론과 공동으로 기획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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