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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의 부와 권력을 넘치도록 성취했다면 필연적으로 남는 것은 불사(不死)의 욕망인 것일까. 재벌인 데미안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나야만 했던 데미안은 우연히 영생의 방법을 알게 된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육체에 자신의 기억을 옮기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육체이기 때문에 현재의 관계와 지위를 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젊음이 돌아온다. 빼돌려놓은 상당한 재산과 함께.

타셈 싱 감독의 <셀프/리스>는 영원한 생명을 얻은 남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끊임없이 육체를 바꿔가면서 영생을 이룰 수 있다면 그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과거의 영광을 이어갈 것인가, 새로운 삶에 몰두해 또 하나의 인생을 살 것인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죽지 않는 뱀파이어는 외로움과 허무함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를 무덤에 유폐시킨다. 영원한 삶이란 어쩌면 육체라는 감옥에 갇힌 영원한 고통일 수도 있다. <셀프/리스>는 기억과 영혼에 대한 질문으로 갈 수도 있었다.

새 육체를 사시겠습니까? | 영화 '셀프/리스'

새 육체를 사시겠습니까? | 영화 '셀프/리스'

하지만 <셀프/리스>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새로운 육체에서 깨어난 데미안은 젊음의 쾌락에 사로잡힌다.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여자를 만나 섹스를 한다. 몇십 년 만의 즐거움이지만 육체의 쾌락은 한계가 있다. 데미안은 종종 환각에 시달린다. 일종의 부작용으로, 약을 먹으면 낫는다고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환각에서 본 장소를 찾아간 데미안은 그를 아는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낯선 자들이 찾아와 그들을 죽이려 한다.

<셀프/리스>는 정신의 행방을 추구하는 대신 육체에 관심을 기울인다.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약탈이었던 것이다. 딸을 위해 목숨을 포기한 남자의 육체에, 데미안의 정신을 덧씌운 것. 영화 <프리잭>으로 각색된 로버트 셰클리의 소설 <불사판매 주식회사>의 설정과도 비슷하다.

인간의 기억을 다른 사람의 뇌에 덮어씌울 수 있다면, 과거의 기억은 완전히 지워지는 것일까? 컴퓨터 하드디스크처럼 파일 위에 다른 파일을 기록하면 사라지는 것일까? 혹시 지워도 지워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필립 K. 딕의 소설이 원작인 <토탈 리콜>에서 하우저는 저항조직에 침투하기 위해 가짜 기억을 덧씌운다. 자신이 퀘이드라고 생각하고 있던 남자는 실제의 자신이 하우저라는 것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결단한다. 하우저가 아니라 퀘이드로 남겠다고. 그렇다면 인간의 기억이란 만들어지는 것이고, 조작에 의해 정체성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가짜 기억으로 한 인간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재구성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셀프/리스>는 문제를 단순하게 풀어간다. 원래의 기억에 덧씌워진 후 약을 먹으면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데미안에게 남은 것은 결단일 뿐이다. 딸의 목숨을 위해 육체를 포기한 남자를 완전히 지워버릴 것인가. 아니면 모든 생명체에 주어진 운명 그대로 자신에게 찾아온 죽음을 조용히 맞이할 것인가. <셀프/리스>는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 대신,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 조직과 싸우고 결국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 데미안의 모습을 그린다. 정석이지만 심심한 결론이다.

인간의 정신이란 대체 무엇일까. 타인의 육체를 취하지 않고 인공의 육체에 이식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영화 <트랜센던스>와 <채피>처럼 기계에도 이식될 수 있을까? <셀프/리스>를 보고 나면 계속 질문하게 된다. 영화 때문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를 가진 인간의 한계와 초월의 가능성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기다. 육체 없는 정신, 혹은 영혼 없는 육체는 과연 가능할까. 정말로 궁금하다.

* 이 글은 시사IN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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