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이한열 피 묻은 87년 연세대 화공과 깃발 '구사일생'

정우민(22·도시공학과), 강승윤(22·전기전자공학부)씨는 공과대 제1공학관 학생회 창고에서 비지땀을 쏟으며 부지런히 짐을 빼고 있었다.

며칠 후면, 이 건물이 여름방학을 틈타 공사로 철거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창고 후미진 곳에는 학생들이 '비밀의 방'이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었다. 평소 손 닿을 일이 별로 없어 고장 난 캐비닛 등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는 공간이었는데, 두 학생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곳을 살폈다.

이것저것 뒤적이던 그들의 눈에 뿌연 먼지를 뚫고 낯선 물건이 들어왔다.

신문지로 싸인 널찍하고 얇은 사각형 판이었다. 겉에는 '49대 공과대학 학생회 / 화학공학과 학생회에 꼭 돌려줘야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꼭 돌려줘야 한다고?' 호기심이 발동한 둘은 바로 신문지를 뜯어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빨간 바탕에 금색으로 '연대 화학공학과'라 쓰인 천이었다. 유리 없는 액자 형태로 테두리 처리된 상태였다.

오른쪽 아랫부분에 붙은 작은 동판에 쓰인 문구를 읽던 둘은 순간 멈칫했다.

'87년 6월 9일 피 흘리는 이한열 열사를 감쌌던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깃발 / 2001년 6월 9일 제작 / 87년 화공과 깃발의 보존을 위한 특별위원회'

붉은 천 위에는 핏자국처럼 보이는 검붉은 자국까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며 혹 모조품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던 이들은 볼수록 심상찮은 느낌이 들어 선배들에게 수소문하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이 발견한 천은 1987년 6월 9일 화공과 학생들이 전두환 정권 규탄시위 현장에 들고 나간 학과 깃발이었다. 그날 최루탄을 맞고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의 피가 묻었다고 알려져 화공과에서는 '전설' 같은 물건이다.

연세대 공대 학생회 창고에 잠들어 있던 이한열 열사 깃발. 건물이 철거되기 며칠 전 후배들에 의해 발견됐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의식을 잃은 채 머리에서 피를 뚝뚝 흘리던 이 열사를 곁에 있던 화공과 학생이 부축할 때 이 깃발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깃발로 이 열사를 지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열사의 죽음은 그해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놓았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01년 이 열사 후배들이 깃발을 보존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꾸려 깃발을 표구했다.

깃발은 화공과 학생회가 보관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기억에서 잊혔다. 이한열 관련 물품을 수집하는 이한열기념사업회조차 깃발 이야기는 여태 들어본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

정우민씨는 총학생회와 의논한 끝에 다음날 기념사업회에 깃발을 기증했다. 깃발이 발견된 창고가 있었던 제1공학관 일부분은 며칠 안 돼 철거에 들어갔다.

정씨는 13일 "깃발의 존재 자체도 몰랐지만 이렇게 큰 의미가 있는 물건이라면 제대로 된 곳에 맡겨 오래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중에 까마득한 89학번 선배한테서까지 '고맙다'는 전화를 받고 깃발의 가치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2001년 특별위원회 구성을 주도한 화공과 졸업생 오승환(44)씨는 "제대로 보관할 공간이 생길 때까지 일단 학생회실에 두기로 했는데 이후 선배로서 제대로 신경을 못 쓴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하마터면 영영 사라질 뻔할 민주화 역사의 증거를 후배들이 찾아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념사업회는 깃발을 전문가에게 보내 보존처리하고 이한열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결국 눈물 흘린 신지 : 상상도 못 했다…5월 결혼 앞두고 ♥7살 연하 문원과 뜻밖의 근황 공개
  • 2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3 서울구치소 수감된 윤석열 8개월간 받은 영치금 액수 : 이재명 대통령 연봉의 4.6배
  • 4 길 걷던 중학생에게 다가가더니 망치로… 40대 남성이 대낮에 ‘아들뻘’ 내리친 이유 : 듣자마자 탄식 탁 터져 나온다
  • 5 시그널 시즌2 다 찍고 터진 ‘소년범’ 논란에 은퇴 선언한 조진웅 근황 : 깜짝 목격담이 한국 밖에서 튀어나왔다
  • 6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의 엄마와 딸, 사위 모두 지적 장애인 : 약자임에도 '부정적 인식'의 대상
  • 7 '대구 신천 캐리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딸과 사위의 사연 : 안타까움 숨길 수 없다
  • 8 대구 신천 ‘캐리어 시신’ 사건의 전말이 알려졌다 : 딸과 사위가 경찰에 체포됐다
  • 9 “돈까스 먹고 싶어” 새벽에 아빠 손 잡고 나섰던 김창민 감독 아들 근황 : CCTV 속 참담한 장면에 숨이 턱 막힌다
  • 10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허프생각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엔터테인먼트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어떻게 인연이?

  •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엔터테인먼트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대체 어떤 곳일까.

  •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글로벌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미국은 무엇을 잃고 있는가

  • 대우건설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김보현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씨저널&경제 대우건설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김보현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글로벌 원전 기업으로 첫발

  • 국힘 주호영 'TK 통합' 강한 바람, 총리 김민석에게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뉴스&이슈 국힘 주호영 'TK 통합' 강한 바람, 총리 김민석에게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양쪽 모두 할 말 있겠다

  •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씨저널&경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사망자 0명'에 목숨 걸어야

  •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씨저널&경제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꼭' 살려야 한다

  •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씨저널&경제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신한카드의 역사가 비자와의 협력 역사

  •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라이프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인생 사진 건져보자.

  •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검사 박상용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 거부했다 : 녹취 추가공개 “좀 지나면 이화영은 나갈 것”
    뉴스&이슈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검사 박상용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 거부했다 : 녹취 추가공개 “좀 지나면 이화영은 나갈 것”

    안하무인 대한민국 검사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