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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대표가 분식회계를 해명하면서 사실상 죄를 실토했다
ⓒ뉴스1

지난 19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 등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삼성 쪽이 내놓은 방어논리다. ‘회사 자체는 멀쩡한데 장부상 가치만 바꾼 게 어떻게 회계사기(분식회계)냐’는 것이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회계사기는 했지만 그게 뭐가 문제냐’고 주장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회계업계에서 나온다. 삼성바이오는 이 밖에도 사실상 회계사기를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주장을 여럿 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잠식’ 피하기 위한 ‘회계사기’는 문제없다?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면 이 ‘좋은 회사’가 자본잠식 될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회계법인과 논의해 부당한 자본잠식을 피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삼성바이오 쪽은 지난 19일 영장심사에서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
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 4조5천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본 게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회계업계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여기는 대목이다. 회계사기는 물론 ‘자본잠식 회피’라는 고의성까지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지금까지 방어논리를 사실상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조사 때는 ‘삼성에피스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15년 바이오복제약 승인 등으로 가치가 크게 올라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해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회사 가치 상승을 입증하기 어려워지자, 자본잠식 회피 목적을 인정하되 ‘실질적으로 문제가 없는 회사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학 교수는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자본잠식 위기가 닥치면, 추가 투자를 하는 방식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삼성 쪽 주장은 감성에 호소하는 말장난에 가깝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대표가 분식회계를 해명하면서 사실상 죄를 실토했다
ⓒ뉴스1

삼성에피스가 ‘5.3조’로 평가돼 회계처리 변경했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직후인 2015년 10월) 안진회계법인이 삼성에피스의 가치를 5조3천억원으로 평가했고, 그 결과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콜옵션 부채가 1조8천억원으로 늘어 회계처리 방식 변경을 강구하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이 주장은 ‘회계사기’까지 저지르며 피하려 했던 자본잠식 위기가 ‘2015년 합병’과 긴밀하게 연결됐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2015년 7월 제일모직에 유리하고 삼성물산에 불리한 비율(1:0.35)로 이뤄진 합병 직후, 두 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치기 위해 작성된 안진의 보고서는 삼성바이오가 제공한 자료만을 토대로 삼성에피스의 가치를 ‘5조3천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가치가 1조8천억원으로 높아져, 바이오젠은 언제든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깊은 내가격)가 된다. 삼성바이오 입장에서는 이를 부채로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 ‘5조3천억원’이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려 ‘만든’ 숫자라고 보고 있다.

2015년 11월 삼성바이오가 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내부문건은 ‘5조3천억원’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를 잘 보여준다. 당시 삼성은 삼성에피스의 가치를 2조7천억원으로 평가하면 콜옵션 반영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줄면서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다고 봤지만, 이 경우 “(제일모직 가치가 낮아져) 합병에 찬성했던 삼성물산 주주의 이슈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포기했다.

 

‘회계기준’이 부당하면 무시해도 된다?

삼성바이오는 ‘부채는 공정가치, 자산은 순자산가치’로 보는 회계기준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가 숨겨온 콜옵션 부채가 시장가에 가까운 공정가치로 1조8천억원이 잡혔는데, 자산은 여전히 장부상 가치(순자산가치)인 3천억원으로 잡다 보니 삼성바이오가 ‘부당하게’ 자산보다 빚이 많은 완전 자본잠식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산은 ‘순자산가치’로, 부채는 ‘공정가치’로 반영하는 것이 국제 회계기준이다.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회계사)은 “이는 삼성이 회계기준을 따르면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었으니, 규칙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라며 “모든 기업이 똑같이 적용받는 회계기준이 나에게 불리해 어쩔 수 없이 회계사기를 했다는 설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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