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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필자의 반려견 
필자와 필자의 반려견 

많은 사람에게 집이란 최악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다. 내게 있어서도 집은 남들이 불편해하거나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짓지 않게 하면서 내 진정한, 불쾌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직장과 공공장소에서는 우리는 친절하고 예의를 차리며 사교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받곤 한다. 우울증을 앓는 나는 그런 겉모습을 유지하기가 속으로는 참 힘들다. 우울증 관리를 위해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정신질환을 안고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고기능성 우울증(high-functioning depression : 겉으로는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 환자인 나는 쉽게 짜증을 내거나, 시무룩해지거나, 침울해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울’하다고 할 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힘들어하고,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우울증’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것은 아마 내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힘들게 보냈던 시절에 가까울 것 같다. 나는 끊임없이 무력감을 느꼈고 침울하게 행동했다. 분노와 짜증이 엄청났다.

대학교 시절 최악에 달했을 때는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남들이 알아볼까 봐 두려워서 집을 나가서 수업에 가지도 못했다. 결국 대부분의 수업에서 낙제했다.

그때 나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내 기분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려 했지만 해롭다는 걸 알게 되었고,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4년 뒤 나는 마침내 졸업했고 풀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침울한 기분이 들었다 말았다 했지만, 작년 겨울부터 점점 악화되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치료사를 찾을 에너지조차 없었다. 우리 가족의 주치의가 불안과 우울증의 초기 감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항우울제를 처방해 주었다.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중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내면에서 무엇을 겪고 있는지 몰랐다. 약을 먹으니 내 기분도 내 겉모습과 비슷해졌다.

겉보기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우울증 환자로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David Malan via Getty Images

내게 우울증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끊임없는 감정적 괴로움이라고 말하겠다. 고기능성 우울증을 설명한다면 끊임없는 감정적 괴로움을 겪으면서 겉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도 불구하고 자기 할 일을 하고, 친구 및 동료들과 어울리고, 인생의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상태이다.

내 부모님은 ‘일을 잘하고 강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감정적 고통을 드러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약함으로 느껴졌다(물론 그건 나약함이 아니다).

내가 우울증을 앓는다는 걸 알면 사람들은 다들 놀란다. 고기능성인 사람인 나는 내가 미디어에 등장하는 우울증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걸 이해한다. 나는 슬퍼 보이지 않고, 약물 등을 남용하지도 않고, 미소를 잘 짓고 농담도 자주 한다. 하지만 집에선 다르다. 혼자 있을 때면 우울함을 가눌 수 없는 날들이 있다. 세상의 황량함, 일상의 단조로움에 압도당한다.

겉보기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우울증 환자로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Benjavisa via Getty Images

일하는 시간 외에 정말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종일 용감한 겉모습을 유지해야 했던 것에 지쳐 집에만 틀어박혀 있곤 한다. 모든 걸 다 ‘잘’ 해내는 게 이렇게 힘들다. 약과 치료사는 가장 심한 증상(특히 감정적 괴로움)을 관리하는 걸 도와주지만, 완전히 낫게 해주는 것이란 없다. 

우울증은 그저 기분이 아니다.

우울증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느끼는 공허함과 비관적인 생각들, 끊임없는 멍한 두통이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낫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해도, 우울증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문제다.

고기능성인 나는 공허함을 거의 언제나 느낀다. 무신경해질 정도의 피곤함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걸 집에서만 느끼도록 스스로를 강제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내 몸이 홀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나의 이런 면을 드러낸다. 설거지를 며칠 동안 안 할 때도, 열흘 정도 머리를 안 감을 때도, 빨래를 시작했다가 마치는데 일주일이 걸릴 때도, 몇 주 동안 빨래를 걷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들과 잘 지내느라 감정적으로 너무 지쳐, 다른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다.

자료 사진입니다. 
자료 사진입니다.  ⓒelenaleonova via Getty Images

내 집이 언제나 난장판인 건 아니다. 머리를 늘 안 감는 건 아니다. 힘들 때면 뭔가 잘못되는 일들이 있을 뿐이다. 며칠, 몇 주 동안 힘차게 살아갈 때도 많다. 집안은 깔끔하고, 잡동사니들을 치우는 것 같은 큰일을 해내기도 한다. ‘치유된’ 기분이 들고, 나는 종종 ‘보통 사람들은 이런 기분일까?’라고 궁금해한다. 내가 우울증이 있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구에게나 힘들 때란 있고, 어쩌면 난 그냥 게으른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자도 지치는 순간이 찾아온다. 싱크대에 쌓인 그릇들을 보면 신경이 쓰이지만, 그걸 처리할 힘이 나지 않는다. 완전한 치료란 없다, 잠깐 겪었다 지나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십대 때부터 이랬으니 말이다.

집이 더러운 건 내가 게으르다는 증거가 아니다. 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게 나의 증상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좀 어질러도 되는 내 집은 내가 사람들 앞에서 깔끔하고 철저하게 잘 기능하게 해준다. 나를 게으르고 지저분한 사람으로 보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 있어 그건 내 정신 건강을 반영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를 돌보아야 하지만, 가끔 이런 증상이 드러나도 괜찮다는 걸 일깨워준다. 우울증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나의 일부다.

우울증이 내 삶 전체를 장악하는 것을 나는 거부하지만, 우울증도 어딘가 있을 곳이 필요하다. 내가 남들의 비난을 받지 않고 우울증을 발산할 곳이 필요하다. 그건 보통 사람들 앞에서 종일 미소를 짓고, 내 할 일을 하고, 멀쩡한 모습을 유지한 다음 나 혼자 있을 때 이루어진다.

* 허프포스트 US의 글을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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