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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의 퍼포먼스에 분노했다면,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지난 2월 28일 밤, 아내와 술을 마시다가 이랑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포크 상을 받고 트로피를 경매에 부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에는 이랑이 "친구가 돈, 명예, 재미 세 가지 중에 두 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으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시상식이 재미도 없고 상금이 없다"며 "명예는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쓰여 있었다.

'와 멋있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마음 한 구석엔 '자기만 힘든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대음 측이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선정위원들의 면면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이 불편했다. 왜? 절반 이상이 서로 아는 사람들인 자리에서 대체 왜 불편한 돈 얘기를 꺼냈을까? 그 자리에는 한 달 수입이 30만 원 도 안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친구들도 분명 힘들 텐데, 별말 하지 않고 지내지 않나? 돈 벌려고 인디음악했나?

그러다가 영상을 봤고, 기사로는 전달되지 않는 이랑의 말을 듣고, 취재를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손을 번쩍 들고 상을 사 간 사람이 이랑의 음반을 제작한 소모임 음반의 대표 김경모라는 걸 알게 되고 나자 마음이 움직였다.

다음날 '이랑의 트로피 경매 퍼포먼스가 성공적이었다는 몇 가지 증거'라는 기사를 썼다.

취재해보니 실제로 퍼포먼스는 성공적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이번 퍼포먼스를 계기로 누려본 적 없는 유명세를 누렸고(내부에서는 이랑의 퍼포먼스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랑은 음양으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지난 12월에 나온 앨범 '신의 놀이'의 판매량은 뒤늦게 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천기누설 하자면 내부에서는 우리 상이 이렇게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냐며 연이어 기사가 나오고 있는 걸 매우 반가워 하고 흐뭇해 하며 이랑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는 분위기다. 뮤지션 생활할 때 연수입 120만원이었던 경험을 한 입장에서

— 조원희 Owen Cho (@joydvzon) March 2, 2017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았다. 나는 왜 불편했을까? 그리고 이랑을 공격하는 수많은 사람은 왜 분노하고 있을까?

그 이유를 여러 번 고민했다. 그건 아마도 이랑이 제기한 문제에 누구도 해결책을 선뜻 내놓을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수입이 42만원이더라. 음원 수입이 아니라 전체 수입이다. 이번 달엔 고맙게도 96만원이다. 그래서 여기서 상금을 주면 좋겠는데 상금이 없어서 지금 이 트로피를 팔아야겠다"

이랑의 말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얼마 되지 않는 예산으로 꾸려 나가는 처지라 수상자에게 돈을 줄 여력이 없다. 김성대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의 말처럼 "예술만 하면서 먹고살고 싶은데 여러 여건상 그럴 수 없는 이랑의 입장은 만만치 않은 내외부 사정을 견뎌내며 어렵게 14회까지 이끌어온 한대음 입장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랑이 트위터에 "잡지 인터뷰나 촬영도 겉으로는 멋들어져 보이나, 페이가 없다. 차비도 없다"라고 제기한 문제도 그렇다. 최근 연이어 폐간하고 있는 잡지는 인터뷰이에게 줄 돈이 없다. 한대음도, 이랑도, 잡지사도 같은 처지다.

대선후보 인터뷰를 진행할 때 심상정 대표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었다.

"혐오가 만연한 데는 불평등의 심화와 더불어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테이블 위에 턱하고 올려놓는 순간,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사고는 '해결'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벽에 부딪히는 순간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고 상대방에게 혐오를 던진다.

"이랑이 잘못했네."

이건 마음의 짐을 빨리 덜고 싶은 사람들의 게으르고 무례한 해결 방식이다. 그러나 과연 그녀가 뭘 해결해달라고, 다같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이야기를 꺼낸 걸까?

결과를 놓고 보면,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 그녀는 돈이 없다고 말해서 2017년에 자신이 가장 뛰어난 포크 음악을 만든 사람이라는 걸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알렸고, 향후 돈으로 치환될 가능성이 높은 명성을 얻었다. 불편한 문제를 테이블 위에 꺼내 놓음으로 인해서 다양한 대화가 오가는 장을 열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엔 기자도, 평론가도, 한대음도 아닌 이랑이 있다.

간혹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눈앞에 뻔히 있을 때 우리는 눈을 감고 싶어 한다. 굳이 누군가 그 문제를 꺼내면 일단 그 사람을 미워한다. 너의 노력이 문제라고 말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일로 분명히 배운 게 있다. 가끔 정답이 없을 것 같은 문제를 마주했을 때는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눈앞에서 꺼내고, 들이밀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 그리고 그 행위의 멋짐이(딱히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해결로 이끄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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