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궐련 사업은 판매량 확대와 현지 가격 조정, 직접사업 전환에 따른 유통 마진 확보가 맞물리며 KT&G의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지는 데다 현지 생산기지까지 확충되면서 사업 구조도 해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궐련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외형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담뱃세와 각종 부담금도 2015년 인상 이후 동결돼 가격 조정의 외부 요인이 제한된 상황이다.
KT&G 인도네시아 신공장 외부 전경. KT&G가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해외 궐련 사업의 공급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T&G의 실적 성장 무게중심은 국내에서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사업은 판매량 감소를 원가 절감으로 보완하며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그치는 반면, 해외사업은 판매량과 판매단가가 함께 오르며 외형과 이익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해외 궐련 매출은 2026년 상반기 1조11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증가했다. 판매량 확대와 갑당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매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궐련 ASP가 3분기에도 약 5%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장기적으로도 해외 판매량 증가와 현지 생산 확대에 따른 원가 절감이 전사 이익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성 개선도 매출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해외 궐련 영업이익 증가율은 2023년 20.3%, 2024년 30.2%, 2025년 30.1%를 기록했다. 2026년에도 1분기 56.1%, 2분기 45.6%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판매량 확대와 현지 가격 인상 효과에 더해 직접사업 전환으로 기존 수입상에 돌아가던 유통 마진을 내부화한 점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해외사업의 성장은 KT&G 담배사업의 매출 구조도 바꾸고 있다. 담배 매출에서 해외 궐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8%에서 2026년 상반기 4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궐련 비중은 46%에서 32%로 낮아졌다. 국내 주력 사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사이 해외 궐련이 담배사업의 주요 매출 축으로 자리 잡았다.
KT&G는 중동과 독립국가연합(CIS) 중심이던 해외사업을 아시아태평양·아프리카·중남미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해외 법인과 지사를 통한 직접사업으로 유통 마진을 확보하는 한편, 현지 생산기지도 늘려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025년 기준 해외 궐련 사업 진출 국가는 140여 개국에 이른다.
지난달 6일에는 인도네시아 동부자바 파수루안 신공장을 가동했다.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210억 개비로, 기존 1공장 생산능력 140억 개비를 합치면 인도네시아 생산능력은 350억 개비에 이른다. 신공장은 현지 내수뿐 아니라 대만·몽골·나이지리아·인도 등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거점 역할도 맡는다.
해외 생산기지도 다변화하고 있다. 2025년 4월 카자흐스탄 신공장을 완공하면서 한국·인도네시아·러시아·카자흐스탄·튀르키예를 잇는 글로벌 5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해외 4개국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총 650억 개비다. 2025년 말 기준으로 해외 생산 비중은 49%였다. 2028년까지 60% 이상으로 높이는 목표도 세웠다.
반면 국내 궐련 시장은 수요 감소로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내 궐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위탁생산(CMO) 확대와 잎담배 원가 하락으로 국내 담배사업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가 전망되지만, 판매량 감소를 비용 개선으로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KT&G의 국내 담배 매출이 2025년 2조1790억 원에서 2027년 2조1750억 원으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궐련 매출은 같은 기간 1조5920억 원에서 1조4950억 원으로 감소하는 반면,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NGP) 매출은 5870억 원에서 68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NGP의 성장에도 전통 궐련의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국내 궐련시장의 구조적 축소가 자리 잡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 성인 일반담배 흡연율은 16.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 KT&G의 2026년 2분기 국내 궐련 총수요는 약 147억8천만 개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KT&G는 인구 감소와 대체재 전환으로 국내 궐련 수요가 연간 약 4%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T&G의 2026년 상반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궐련시장 판매량은 561억4700만 개비로 2024년보다 약 5.1% 감소했다. 반면 KT&G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66.7%에서 67.3%로 상승했고, 2026년 상반기에는 67.9%까지 높아졌다. 시장점유율은 확대했지만 전체 수요가 줄면서 점유율 상승만으로 매출을 늘리기는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건강 증진 정책에 따른 규제 강화도 부담 요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제1차 담배 유해성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담배 제조업자의 유해성분 자료 제출 의무와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검사 대상 성분을 확대하고 가향 성분 등 첨가물 관리 방안도 검토한다. 유해성 정보 공개와 관리가 강화되면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에도 제약이 커질 수 있다.
가격 조정 여건도 녹록지 않다. 담뱃세와 각종 부담금은 2015년 2천 원 인상 이후 11년 째 동결돼 왔다. 담배 판매가격은 제조사가 정해 신고하는 구조여서 세금 동결이 자체적 가격 인상을 막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금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 계기가 없는 상황에서 제조사가 별도로 가격을 올리려면 소비자 저항과 판매량 감소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