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당초 중국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려 얻은 수익을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뉴욕주에 공장 두 곳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뉴욕주 공장 건설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 공장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하려 미국 수출 허가를 신청하면서 생산량 증대가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다만 상무부는 아직 수출 허가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2022년에 중국 내 외국 반도체 제조 시설에 관한 제한을 해지했다. 그러나 2025년 8월, 상무부는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중국 내 미국산 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권한을 철회했다.
상무부는 이날 공급업체가 특정 장비나 기술을 수량 제한 하에 시설에 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연간 허가제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어서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기술 업그레이드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허가를 발급할 의사가 없다고 발표했다.
SK 하이닉스는 다롄 공장의 클린룸에 있는 빈 공간에 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생산 능력 확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롄 공장의 클린룸은 이미 2023년에 건설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10월21일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에서 더욱 정교한 낸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낸드 반도체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임원들이 8월 말 이후 상무부 관계자들과 10차례 가까이 만났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서 "SK하이닉스가 미국 공장 건설 자금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더욱 정교한 낸드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차관은 지난주 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에 추가적 반도체 제조 설비를 이전해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확장하는 것을 허용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상무부는 다롄의 클린룸 유휴 공간을 채우기 위한 미국 장비 수출 허가를 공식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다롄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한 2027년 장비 수출 허가에 대해서도 별도로 협상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을 위한 장비를 구매하려면 미국 재무부의 해외 투자 제한 해제 승인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재무부 관계자들과도 만났으나, 재무부는 상무부의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결정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승인도 필요하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릴랜드 밀러 위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행정부의 승인 없이는 이 모든 것이 진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롄 공장 증설 승인이 늦어지면 SK하이닉스의 뉴욕주 낸드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제안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뉴욕주 오나이다 카운티의 앤서니 피센테 카운티 행정관은 로이터통신에 "앞으로 몇 주 안에 답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센테 행정관은 또한 연방 투자 세액 공제 혜택이 연말에 만료된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솔리다임은 올해 9월 다롄 공장에서 생산량 증대로 얻은 금액 가운데 약 450억 달러(약 60조5천억 원)를 투자해 뉴욕주에 낸드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투자액은 최대 1천억 달러(약 134조 원)에 달할 수 있다.
소식통은 지난 8월 말 회의에서 리처드 친 솔리다임 공동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진이 하워드 루트닉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 케슬러 차관을 만났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 및 시설 유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협상 타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소식통들은 다롄 공장 증설 승인이 SK하이닉스의 뉴욕 낸드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의 핵심이며,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은 10월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솔리다임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대안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NAND 메모리 공장 건설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구체적 조치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중국 다롄에 있는 낸드 공장을 90억 달러(약 12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2021년 12월 낸드 공장 시설과 SSD 사업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