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아온 이주노동자,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하려는 이민자, 전쟁과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은 난민까지, 사연과 법적 지위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나가라"는 구호 앞에서는 모두 떠나야 할 '이방인'으로 묶인다.
이들을 밀어내겠다는 극우 정치인의 약속 뒤에서, 최근 큰 시장이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 이방인을 찾아내려면 감시 기술이, 붙잡아 두려면 구금시설이, 추방하려면 항공편이 필요하다. 국경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구호가 어떤 기업에는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2026년 10월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교 앞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총격을 받은 오스카르 벨갈을 위한 시위를 벌이며 도로를 가로막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28세 미등록 이민자인 벨갈은 자신을 구금하려는 요원들을 피해 차량으로 달아나려다, 차량을 향해 발포한 요원들의 총격으로 목에 총상을 입었다. 당시 뒷좌석에는 다섯 살 아들이 타고 있었다. ⓒAFP/연합뉴스
'외국인 혐오' 정서가 약한 한국에서도 최근 이주민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논란은 다름아닌 이재명 대통령이 불을 당겼다.
이주민 노동·인권 단체 등 114곳은 3일 화요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의 다문화가정 관련 발언에 사과를 요구했다. 단체들은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온라인에서 이주민을 향한 혐오·차별 표현이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0월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행 '다문화가정 우대 제도'의 폐지 또는 축소 필요성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같안 달 31일에는 다문화가정 지원은 필요하지만, 불합리하거나 역차별을 낳는 개별 정책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주민 노동·인권 단체 회원들이 3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 이주민 관련 차별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이 차별에 해당한다며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다문화가정 우대 제도 폐지 또는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 논쟁은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벌어졌다. 농어촌과 산업 현장에서는 일손 부족을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주민을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지뿐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함께 살아갈 것인지도 쟁점이 된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늘어나고 있는 반이민 정서의 배경에는 생활과 변화에 대한 불안이 겹쳐 있다. 주거비와 일자리, 공공서비스를 둘러싼 불만 속에서 이민자가 경쟁 상대나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런 불안이 확산되고, '반이민'을 외치는 우파 정치인들은 표를 얻는다. 그렇게 형성된 여론에 정부의 강경한 단속 정책으로 이어지면, 이를 수행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추방의 정치'가 만든 막대한 주문
2026년 11월1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추모행사 참가자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중 숨진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나비 모양 종이를 울타리에 묶고 있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 샌안토니오 지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ICE 수속·구금시설로 개조 중인 창고 밖에서 열렸다. ICE는 연방정부가 지난해 6600만 달러에 매입한 샌안토니오 동부의 약 64만 제곱피트(약 5만9500㎡) 규모 창고를 수속시설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가르다월드 페더럴 서비스와 1730만 달러 규모의 개조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AFP/연합뉴스
이민자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미국에서, 이제 이민자를 내보내는 일이 거대한 사업이 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온 사람들이 추방 대상이 되면서, 이들을 단속하고 구금하고 돌려보내는 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약 1년 동안 기업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세관국경보호국(CBP)과 맺은 계약이 220억 달러(약 31조 원)를 넘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월29일 보도했다. 국경 장벽 건설부터 전세기 운항, 데이터 분석까지 계약 분야도 다양했다.
구금시설 운영사의 실적에서도 변화가 드러난다. 코어시빅이 올해 2월11일 발표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ICE 관련 매출은 2024년 4분기 1억2030만 달러에서 2025년 4분기 2억4470만 달러(약 3426억 원)로 약 103% 증가했다. 회사는 기존 유휴시설의 재가동과 구금시설 인수 등을 매출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단속 대상자를 식별하고 추적하는 기술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등장했다. 와이어드는 지난해 4월18일 ICE가 이민 관리 시스템인 '이민OS(ImmigrationOS)' 개발을 위해 팔란티어와의 기존 계약에 3천만 달러(약 420억 원)를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추방 대상자 선별을 지원하고 자진 출국 현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능을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업도 이민 단속 관련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셈이다.
'반이민'은 표가 된다
미국와 서유럽에서는 최근 10여 년 사이에 반이민 정책이 선거의 주요 의제가 됐다. 그리고 반이민을 앞세운 우파 정당이 연달아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인 우선'을 내건 일본 참정당도 지난해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14석을 새로 얻었다.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니었던 의석까지 합치면 전체 의석은 15석이다.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제한과 비숙련 노동자 수용 규제 등을 내세운 정당이 의회 내 영향력을 확대한 것이다.
칠레에서는 국경 장벽 건설과 미등록 이주민 추방을 공약한 극우 성향 공화당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4일 대선 결선에서 약 58%를 득표해 승리했다. 로이터는 같은 달 15일 보도에서 범죄와 이민에 대한 유권자의 불안을 승리의 주요 배경으로 짚었다. 이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이 우파 정치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셈이다.
뒤로는 외국인 일손을 찾는다
반이민이 표가 되고 돈이 되는 상황 속에서, '뒤쪽으로' 외국인 일손을 구하는 이중적 모습도 보인다. 이를테면 강경한 국경 통제를 내세운 정부가 노동력 부족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의 합법적 입국 통로를 넓히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의 지난해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정부는 2026~2028년 비유럽연합(EU) 출신 노동자 49만7550명의 입국을 허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비어가는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노동력 수요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규모를 전년보다 14.1% 늘린 10만9100명으로 정했다.
그러나 필요한 일손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 따르면, 올해 1~8월 외국인 노동자의 누적 체불액은 990억 원에 달했다.
'혐오 비즈니스'까지...
일각에서는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혐오 비즈니스'가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외국인에 대한 배척 심리를 자극해 후원금 벌어들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7월15일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허위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40대 유튜버를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구독자 약 8만7천 명을 보유한 이 유튜버가 게시한 영상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 시위 현장에 중국 국적 경찰이 투입됐다는 거짓 주장도 들어 있었다. 허위정보로 반중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경찰은 그가 후원금을 받을 목적으로 허위정보를 지속해서 유포한 것으로 보고, 유튜브 수익금 약 1천 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외국인에 대한 의혹을 부풀리는 콘텐츠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