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새로운 금융회사를 인수하고 기존 계열사에 자본을 투입하는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주들에게 성장의 성과를 어떻게 돌려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화생명은 애큐온캐피탈 인수와 한화투자증권 증자에 모두 69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2023년 결산배당 이후 배당이 중단된 가운데, 한화생명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개선돼야 배당 재개에 관한 방향을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배당 외의 주주환원 방안도 뚜렷하지 않다. 같은 상장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은 배당을 확대하고 미래에셋생명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섰지만, 한화생명은 보유 자사주의 처리 방향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 소각이 원칙적으로 의무화된 만큼 향후 자본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한국거래소의 첫 저PBR 기업 명단 공표가 눈앞으로 다가와 있는데 한화생명이 저PBR 기업 명단 공표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사업 확장이 주주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화생명이 한국거래소의 저주가순자산비율(저PBR) 기업 명단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연합뉴스
2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한화생명 주가는 올해 2월 52주 최고가인 7560원을 기록하고 급락한 뒤 10월까지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생명 주가는 올해 3월4일 장중 4105원까지 떨어진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월20일 종가 기준 한화생명의 주가는 4630원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러한 주가의 흐름,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의 의지 등에도 불구하고 한화생명이 주주환원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11월2일 저PBR 기업 명단 첫 공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생명에게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1배보다 낮으면 시장이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만큼의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어서, 통상 저평가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는 업종별 PBR 하위 25%에 최근 6개 반기 연속 해당하는 코스피 상장사를 공표 대상으로 삼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PBR은 2025년 말 순자산 기준 0.26배로 저PBR 공표 대상에 오를 수 있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한화생명은 주주환원, 특히 배당을 위해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3년 결산배당을 끝으로 2024년과 2025년 결산배당을 하지 않았다. 올해 반기에도 배당금 지급은 없었다.
배당이 막힌 배경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있다. 배당의 재원인 이익잉여금이 해준금으로 묶여있는 것이다.
6월 말 별도 이익잉여금 7조5069억 원 가운데 해준금은 6조5078억 원이고 추가 적립 예정액을 포함하면 7조3045억 원(97.3%)이다.
한화생명은 2026년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업계 모두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 이후 배당 재개와 관련한 방향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도 제도 개선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보장성보험 25%, 저축성보험 35% 적립으로 제도가 개선된다면 한화생명은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해준금 제도 개선방안을 두고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8월 두 차례에 걸쳐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에 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배당이 막혀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배당 외에 주주환원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2026년 3월 6일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기업의 자기주식 소각이 원칙적으로 의무화 된 만큼 한화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3.5%를 활용하는 방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쟁사 미래에셋생명은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3월 두 차례 이사회 결의를 거쳐 4월 자사주 소각을 마쳤다.
상장 보통주 4183만6189주(7226억 원)와 비상장 종류주식 2112만6760주(3020억 원)를 합쳐 총 1조246억 원 규모로 보유 자사주의 93%에 해당한다. 이로써 발행주식 수는 31.8% 줄었다.
또 다른 경쟁사 삼성생명은 2025년 결산에서 배당을 했고 2월 컨퍼런스콜에서 2028년 배당성향 50%를 중기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삼성생명은 해준금이 이익잉여금의 19.2%에 그치고 이익잉여금도 16조3100억 원으로 한화생명의 두 배를 웃돈다.
한화생명이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주주환원책보다 투자를 통한 장기적 기업가치 향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생명은 9월30일 이사회에서 캐피탈사인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하기로 했다. 사모펀드 센트로이드PE와 함께 지분 50.54%를 4400억 원에 사들이는 방식이다.
한화생명은 캐피탈업 진출을 통해 보험업과 차별화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한화생명은 애큐온캐피탈이 보유한 기업금융 및 물적금융 역량을 통해 고객 및 영업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비금융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물적금융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신규 수익원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을 지니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추진하는 5천억 원 증자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한화생명이 2500억 원,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이 2500억 원을 출자한다.
한화생명은 "한화투자증권의 이번 자본 확충의 목적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통한 본원 경쟁력 강화"라며 "한화투자증권이 종투사 지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면 투자수익 제고뿐 아니라 사업·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시너지 확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화생명이 직접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인수 4400억 원과 증자 2500억 원을 합쳐 6900억 원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보험을 넘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보험·증권·자산운용·여신금융을 아우르는 한화금융의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폭넓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