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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같은 무대에서 한쪽은 대표팀 선수의 징계 문제를 둘러싸고 FIFA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다른 한쪽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평화와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집트 대표팀 호삼 하산 감독이 꺼내든 메시지는 이렇게 극명하게 갈렸다.

트럼프의 '반칙' 와중에 이집트 감독은 '팔레스타인 연대'를 외쳤다 : 한 명의 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이집트 축구대표팀 호삼 하산 감독 ⓒAP/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월드컵 무대에서 또 한 번 영향력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표팀 공격수 플로린 발로군의 레드카드 징계가 부당하다면서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후 FIFA는 발로군의 출전 정지 징계를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검토를 요청했을 뿐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단순한 요청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집트 대표팀 호삼 하산 감독은 월드컵 무대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향한 연대의 메시지를 꺼냈다.

이집트 대표팀 호삼 하산 감독은 7일(한국시각) FIFA 공식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호소했다. 당초 이 기자회견은 이집트의 16강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열린 자리였지만, 하산 감독은 경기 전망을 넘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집트는 8일(한국시각) 오전 1시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트럼프의 '반칙' 와중에 이집트 감독은 '팔레스타인 연대'를 외쳤다 : 한 명의 인간
2026년 7월4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32강 호주전에서 승리한 뒤 이집트 대표팀 호삼 하산 감독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의 화두 중 하나는 지난 4일(한국시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32강전 이후 호삼 하산 감독의 팔레스타인 국기 퍼포먼스였다.

이집트가 호주를 꺾은 뒤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든 이유와 함께, 아르헨티나전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하산 감독은 "전 세계 어디에 있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인간성의 일부를 잃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제 행동은 그저 인간적인 반응에서 나온 것"이라며 "아랍인이기 전에, 무슬림이기 전에, 기독교인이기 전에, 혹은 다른 어떤 정체성이 있기 전에 저는 한 명의 인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의 소프트 파워인 축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제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선수들과 언론인들이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함께해 주길 요청한다"고 연대를 호소했다.

AP통신 등은 하산 감독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4분 넘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발언했고, 현장 기자들 일부가 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2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 대부분이 반복적인 피란과 삶의 터전 파괴를 겪고 있다. 가자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지금까지 7만3천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FIFA는 축구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정부나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월드컵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정치·사회적 메시지가 표출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하산 감독은 이번 발언이 특정 국가나 정치 세력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축구를 통한 인간적 연대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의 발언이 주목받은 배경에는 이집트가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아랍권의 핵심 국가로, 팔레스타인 문제와 오랜 역사적·정치적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도 있다.

하산 감독은 1966년 8월 1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난 이집트 축구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이집트의 전설적인 골잡이'로 불린 그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177경기에 출전해 69골을 기록하며 이집트 역대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남겼다.

하산 감독은 쌍둥이 동생 이브라힘 하산과 함께 이집트 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선수 시절 알아흘리 SC와 자말렉 SC 등 이집트 명문 클럽에서 활약했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이집트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며 세계 무대를 경험했다.

하산 감독은 현역 시절 이집트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1986년, 1998년, 200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함께한 이집트 축구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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