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규정한 보고서를 내자, 우리 정부가 이를 정면 반박하며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당시 국가정보원과 쿠팡 사이에 오간 230여 차례의 통화 기록에 대한 해석이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현지시각으로 1일 '한국의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 : 무너진 경쟁' 보고서를 공개하며 쿠팡의 사례를 절반 이상 언급했다. ⓒ연합뉴스
미 하원 법사위는 1일(현지시각) 공개한 '한국의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 무너진 경쟁'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부당한 규제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총 35쪽 분량의 보고서 중 절반 이상이 쿠팡 사례에 할애됐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해 12월1일부터 26일까지 국정원과 쿠팡 간에 230건 이상의 통화와 수차례 대면 협의가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법사위는 지난 2월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로부터 제출받은 관련 자료와 증언, 국정원 공문 등을 근거로 국정원이 유출자 접촉 및 저장장치 회수 등 사태 전반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는 보고서 공개 직후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2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보고서가 쿠팡 측의 일방적 주장만 반영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쿠팡에 대한 조치는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고 비차별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동안 미 하원 법사위 측과 소통하며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역시 개입설을 일축했다. 국정원은 "개인정보 유출을 국가안보 사안으로 인식해 정보 수집 및 분석을 위한 업무 협의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쿠팡에 어떠한 지시나 명령을 내린 사실이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진 않지만, 미국 의회가 이번 사태를 한미 통상 문제로 엮으면서 쿠팡에 부과된 6,200억 원 규모의 과징금 논란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과징금 제재의 적법성과 개인정보 보호 책임이 주된 쟁점이었다면, 향후에는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형평성과 통상 마찰 여부가 핵심 변수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