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구호 뒤에서, 진짜로 위대해 진 것은 트럼프의 지갑이 아닐까. 927쪽에 이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 보고서는 공직과 사적 이익 사이의 구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취임 이후 각종 소송 합의금과 브랜드 사업, 연예 활동 관련 수입 등을 통해 약 22억 달러(약 3조4천억 원) 규모의 자산·수익 흐름을 형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유튜브 영상 캡처
BBC는 2일(한국시간) "성경부터 '나 홀로 집에', 향수까지: 트럼프 2025년 재산 공개로 드러난 6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공개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을 정리했다.
미국 정부윤리청(US Office of Government Ethics)이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연례 재산 공개 보고서는 총 927쪽으로, 그 두께부터 압도적이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2024년 마지막 임기 해에 제출한 보고서는 11쪽에 불과했다.
언론사 소송이 만든 또 하나의 수익원, 두둑한 손해 배상금
2026년 6월29일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노동부 본부 건물 외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먼저 눈에 띄는 건 소송 수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언론·미디어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해 총 8650만 달러(약 1185억 원)를 벌어들였다. 가장 큰 금액은 메타(Meta)에서 나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는 2021년 1월6일 워싱턴 D.C. 의사당 폭동 이후 트럼프의 계정이 정지된 것과 관련한 소송을 합의하면서 2450만 달러(약 336억 원)를 지급했다.
CBS 뉴스의 모회사 파라마운트(Paramount)와 ABC 뉴스 역시 소송 대상이었고, 각각 1600만 달러(약 220억 원)씩 지급했다. 이 소송 수익은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 건립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유튜브와의 합의로 2200만 달러(약 302억 원)를 받았다. 이는 2021년 폭동 이후 계정 정지와 관련한 소송 결과다. 이 금액은 워싱턴D.C. 내 내셔널 몰(National Mall)을 관리하는 신탁 기금으로 전달된다.
여기에 트위터(현 엑스)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로부터도 800만 달러(약 110억 원)를 받았다. 역시 폭동 이후 플랫폼 이용 제한과 관련된 지급이다. 다만 이 금액이 정확히 어디에 쓰일지는 문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
대통령 이전 연예 활동, 연금 계속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연예·방송 활동에서 나오는 '연금 수입'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 SAG-AFTRA에서 두 개의 연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수령액만 총 8만6532달러(약 1억2천만 원)였다.
그는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서 짧지만 강렬한 카메오로 등장했고, TV에서는 미국판 '어프렌티스' 진행자로도 유명하다. 1990년대에 방영된 미국 시트콤인 '벨에어의 신선한 왕자'에도 카메오로 출연한 바 있다.
두 개의 연금을 받는 이유는 영화 배우 조합(SAG)과 텔레비전 배우 조합(AFTRA)이 2012년 합병되기 전 각각 가입 이력이 따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의사당 폭동 관련 조사 이후 노조를 탈퇴했지만, 이미 확보된 연금에는 영향이 없었다.
트럼프 굿즈 사업 수익도 쏠쏠하다
트럼프 향수. ⓒ이베이 홈페이지 캡처
마지막으로 '굿즈 사업'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과 서명을 각종 상품에 붙이며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보집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는 지난해에만 180만 달러(약 247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화보집은 금박 장식이 들어간 대형 하드커버 형태의 두꺼운 사진집으로, 트럼프의 재임 시절 사진과 선거 유세 장면이 페이지마다 빼곡히 담겨 있으며, 각 사진 아래에는 짧은 정치적 코멘트가 덧붙여져 있다.
트럼프 성경은 20만8000달러(약 2억9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성경은 트럼프라는 정치인의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본래 신앙 서적이 지녀야 할 종교적 의미보다 정치적 지지와 상징을 드러내는 도구로 받아들여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브랜드 운동화와 향수도 판매됐다. 특히 여성용 '빅토리(Victory) 47' 향수는 개당 249달러(약 34만 원)에 판매되며 총 6만7000달러(약 9200만 원)를 기록했다.
여기에 마가(트럼프의 슬로건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 음악가들이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한정판 기타를 구매하면서 약 3만 6000달러(약 5천만 원)가 추가로 유입됐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과 개인 브랜드가 뒤섞인 채, 공적 권력의 무게가 사적 수익으로 환산되는 구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