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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업계가 단순 협찬을 넘어 브랜드를 ‘콘텐츠’로 확장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농심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신라면 영화’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농심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으로 콘텐츠 기반 마케팅의 효과를 입증한 데 이어, 이번에는 단편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면서 브랜드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프 트렌드] 농심 신라면 '영화가 되다' : 라면이 세대·감정·기억 연결하는 문화 도구로 확장
농심이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신라면 40주년 기념 영화 상영 협약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태엽 감독,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최영갑 농심 면마케팅실장, 오세연 감독. ⓒ농심

농심은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신라면 40주년 기념 영화 상영 협약식’을 가졌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협업의 핵심은 단순한 제품 노출(PPL)을 넘어, 브랜드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출품작은 출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 ‘라면이 뿔기 전에’와 ‘라면이 떨어지면’으로, 라면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세대와 감정, 기억을 연결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확장시켰다.

이는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기존 광고 방식과 달리, 소비자가 ‘경험과 감정’을 소비하도록 만드는 콘텐츠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다.

이러한 전략은 협업의 방식에서도 차별화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예술 영화 중심의 플랫폼으로, 상업 광고와는 결이 다른 콘텐츠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의 협업은 단순 노출을 넘어 구조적 시너지를 만든다. 기업은 소비재 이미지를 넘어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영화제는 재원과 함께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할 수 있다. 관객 역시 콘텐츠 관람과 브랜드 체험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농심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농심신라면상’ 시상과 단편영화 제작 참여, 체험형 팝업 운영까지 확장하며 기존 스폰서를 넘어 ‘공동 창작자’로서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영화제 기간 운영되는 ‘신라면 스튜디오’는 이러한 전략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관람객이 직접 재료를 조합해 라면을 만드는 체험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중심의 참여 구조, 영화제 공간과 결합된 팝업 운영은 단순 시식을 넘어선다. 이는 제품 소비를 체험과 공유로 확장한 것으로, 결국 라면을 콘텐츠처럼 소비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확장하는 흐름은 해외 시장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된 바 있다. 도쿄 하라주쿠와 후지큐 하이랜드 등에서 진행된 팝업은 하루 수천 명이 몰리고 장시간 대기가 이어지는 등 높은 관심을 끌었고, 10~20대를 중심으로 SNS 확산이 이어지며 신라면을 단순 식품이 아닌 K문화로 자리 잡게 했다. 브랜드 경험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콘텐츠 협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작품 자체의 흥행을 넘어 주요 시상식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다시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가 노출될 때마다 작품 속 장면과 함께 브랜드 역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한 번의 노출에 그치지 않고 여러 시점에 걸쳐 소비자에게 다시 인식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한 장기 유통 구조도 이러한 흐름을 강화한다. 콘텐츠가 공개 이후에도 추천 알고리즘과 이용자 재시청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되면서, 브랜드 노출 역시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처럼 콘텐츠 기반 전략이 강화되는 배경에는 시장 환경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라면이 ‘식사의 대체재’라는 인식이 약해지며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해외에서는 K콘텐츠 확산과 맞물려 K푸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라면 수출은 지난해 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최근 5년간 규모 역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는 2010년대 이후 2조 원대에 머문 국내 시장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결국 라면은 더 이상 내수 중심의 간편식이 아니라, K-콘텐츠와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되는 ‘경험형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챌린지, SNS 확산, 문화적 맥락이 결합되며 소비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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