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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은 현재 구자은 회장의 시대가 열린 지 어느덧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 당시 25조 원 수준의 자산 규모를 50조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임기 반기를 지나는 시점에서 자산 증액의 주요 수단인 계열사 기업공개(IPO) 전략이 정부의 '중복상장 금지' 기조에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K-밸류업 리포트] LS그룹 구자은 체제 반환점서 만난 악재 '중복상장 금지', 오너 3세 3명 4년 후 '대권' 놓고 실적 경쟁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1월2일 경기 안양시 LS타워에서 열린 '2026년도 신년하례'에서 올해를 'LS의 미래가치를 진일보'시키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LS

역대급 실적 행진은 중복상장 규제라는 악재를 돌파할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주력 계열사들이 전력기기 호황기를 지나며 거두고 있는 견고한 이익 창출력은 구 회장의 비전을 뒷받침할 동력으로 평가된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구 회장의 임기 후반기를 맞아 차기 승계 후보군으로 여겨지는 오너 3세들의 보폭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중복상장 금지, '자산 50조' 구자은의 '비전 2030' 변수로

13일 재계 안팎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2분기 안에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금지하기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부담이 커진 대표적 대기업집단으로 LS그룹이 꼽힌다.

지난해부터 상장 계획을 추진하다 철회한 LS의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다수의 계열사가 과거 프리-IPO(기업공개) 투자 유치 이력 등을 기반으로 상장을 진행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LS전선, LSMnM, LS이링크, LS엠트론, LS파워솔루션 등 비상장 계열사들이 그 대상이다.

중복상장의 범위가 △상장회사의 외부감사법상 종속회사 △상장회사의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로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 등을 중심으로 여러 예외기준을 더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S그룹 등 재계 전반에서 구체적 가이드라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감시망이 단순히 사업부의 물적분할에 이은 기업공개,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 전반에 걸친 중복상장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에 놓였기 때문이다.

주식을 시장에 내놓고 현금을 모을 수 있는 IPO가 비상장 계열사의 대표적 자금조달 수단인 만큼 구자은 회장에게는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이한 2023년 1월 그룹 신년행사(신년하례)에서 향후 8년 동안, 2030년까지 그룹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이 비전에서 구 회장이 글로벌 선도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와 함께 제시한 수치는 당시 25조 원가량인 자산을 2배 늘어난 50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이 LS그룹의 자산 성장을 위한 대표적 자금조달 방안으로 삼은 것은 비상장 계열사의 IPO가 꼽힌다. LS그룹은 올해부터 5년 동안 국내 7조 원, 해외 5조 원 등 모두 12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장기 비전의 목표인 자산 50조 원 규모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조달할 수 있는 IPO가 막힌 것은 변수로 여겨진다. 구 회장은 올해 초 신년하례에서 "향후 5년 동안 해저케이블·전력기기·소재 분야에 12조 원의 투자가 예정된 만큼 경기 상승 국면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투자를 위한 밑바탕을 강조하기도 했다.

◆ 한발 물러선 IPO, '전력 슈퍼사이클'이 이끄는 역대 최대 실적으로 부담은 덜어

구 회장은 정부의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계열사들의 IPO를 잠정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LS는 1월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신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하면서 "소액주주, 투자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상장 추진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보호 및 신뢰 제고를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며 "에식스솔루션즈 프리-IPO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와 새로운 투자 방안에 관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 회장이 계열사 상장을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과 1년여 전과 비교하면 한발 물러선 태도다. 구 회장은 지난해 3월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자금조달 창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복상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정부가 들어서고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이 LS그룹으로 추정되는 기업을 직접 언급하며 "중복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의 원인"이라고까지 지적하자 정부의 정책 취지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제도적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구 회장이 상장을 일단 멈출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LS일렉트릭, LS전선 등의 주요 계열사들이 구 회장 체제에서 전력산업 호황기 타고 거둔 역대급 실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전반에서 이익 창출력을 끌어올린 만큼 투자금 조달에 다양한 선택지 넓어진 셈이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LS일렉트릭은 매출 4조9658억 원, 영업이익 4264억 원, LS전선은 매출 7조5882억 원, 영업이익 2798억 원을 올렸다. 구 회장이 총수에 오르기 직전인 2021년과 비교해 LS일렉트릭은 매출이 86%, 영업이익이 175%, 같은 기간 LS전선은 매출이 30%, 26% 증가한 것이다.

LS일렉트릭과 LS전선은 글로벌 전력망,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인프라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올라탔고 특히 초고압 변압기,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LS일렉트릭이 5조154억 원, LS전선이 7조6300억 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한 점도 미래 실적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이 수치는 2021년 말(합산 수주잔고 3조8천억 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LS일렉트릭, LS전선 등 주요 계열사들을 연결실적에 품고 있는 지주사 LS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1조8700억 원, 영업이익 1조526억 원으로 집계됐다. 4년 동안 매출은 148%, 영업이익은 83% 뛰었고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을 유지했다.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복상장을 못 해도 지난해 (계열사 합산) 1조5천억 원 정도를 창출했기 때문에 투자자금 마련이나 경영에 큰 이상이 없을 것"이라며 "중복상장과 관련해 정부 지침이 나오면 충실하게 따를 것이고 당분간은 (계열사의) 기업공개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 위기와 기회 동시에, '구본혁 구본규 구동휘' 오너 3세 경영성과 레이스도 막 올라

LS그룹은 사촌끼리 번갈아 가며 회장직을 9년 동안 맡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구 회장은 2030년까지 LS그룹을 이끌고 차기 주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게 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오너 2세인 구 회장 이후에는 오너 3세가 그룹을 물려받아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LS그룹에서는 오너 3세 3명이 지난해 인사를 끝으로 부회장 또는 사장에 올랐다. 특히 2026년은 '구자은 체제'가 반환점을 도는 해인 만큼 구본혁 인베니 대표이사 부회장,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 구동휘 LSMnM 대표이사 사장이 펼치는 이른바 '승계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LS그룹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주력인 전력기기 시장 호황이라는 기회를 타고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고 자산 확대라는 중장기 청사진도 꽤나 명확한 상황이다. 다만 중복상장이라는 변수를 마주한 만큼 오너 3세들의 실질적 성과가 차기 후계 구도뿐 그룹의 성장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본혁 부회장은 인베니의 기업가치를 현재 4200억 원 수준에서 2030년까지 1조 원으로 늘리고 투자운용 규모도 1조 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안정적 이자와 배당을 목표로 하면서도 고성장 신기술, 혁신 산업 등에 투자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구본규 사장은 국내 유일의 HVDC 공급 경험을 무기로 북미 생산거점 확대, 호주 광산업체와 협력을 통한 비중국 희토류 공급망 투자 등을 더해 2030년 매출 10조 원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구동휘 사장은 주력인 제련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배터리소재 사업의 컨트롤타워 수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 사장은 비상장 계열사인 만큼 '상장 방정식'을 풀어야하는 숙제도 짊어지고 있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계열분리로 2003년 11월 독립해 출범했다.

지금까지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 대표이사 회장,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 회장 등 오너 2세들이 차례로 LS그룹 총수를 지냈다. 구본혁 부회장과 구본규 사장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이고 구동휘 사장은 구평회 명예회장의 손자로 구자은 회장과 삼촌-조카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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