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8일 1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 영화관 전광판에 걸려있는 '왕과 사는 남자' 홍보물. ⓒ연합뉴스
한국 영화로는 25번째 천만 영화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나온 일곱 번째 천만 영화다.
특히 이번 1000만 관객 돌파는 2024년 4월 개봉한 ‘범죄도시4’(1150만 명) 이후 이어졌던 ‘천만 공백기’를 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에 이번에는 ‘왕과 사는 남자’가 세운 몇 가지 의미 있는 기록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지태의 첫 천만 영화 ‘왕사남’
배우 유지태. ⓒ연합뉴스
‘올드보이’, ‘봄날은 간다’, ‘주유소 습격사건’ 등 다양한 작품으로 사랑받아 온 배우 유지태는 이번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처음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데뷔 28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가 맡은 역할 역시 의미가 크다. 단순한 단역이 아니라 작품의 긴장감을 이끄는 주연급 악역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지태는 극 중 단종 폐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권력가 한명회를 연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캐릭터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실제 체중보다 약 5kg가량 증량해 위압적인 체형을 만들었고, 치켜 올라간 눈매와 강한 인상을 통해 냉정하고 매서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 역시 유지태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캐릭터 연구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지태는 “한명회의 모습을 이미지로 보고 싶어 챗GPT를 활용해 이미지를 생성해봤다”며 “AI가 학습한 역사 속 한명회는 수양대군 뒤에 서 있는 건장한 인물로 표현되더라. 그런 이미지들도 캐릭터를 준비하는 데 참고가 됐다”고 밝혔다.
'범죄도시4'에 이어 또 천만 영화, 콘텐츠 강자로 떠오른 SLL
SLL이 제작한 영화 및 드라마. ⓒSLL 홈페이지 캡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SLL의 레이블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범죄도시4’에 이어 또 한 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하며 ‘천만 영화 제작사’라는 타이틀을 다시 한 번 거머쥐게 됐다.
공동 제작사 온다웍스 역시 창립작으로 천만 영화를 탄생시키는 성과를 냈다. 창립작이 천만 영화가 된 사례는 지금까지 ‘왕의 남자’, ‘명량’, ‘극한직업’ 정도에 불과해 더욱 의미가 크다.
제작 측면에서도 이번 성과는 SLL이 추진해 온 ‘멀티 레이블 전략’의 성과로 평가된다. SLL은 레이블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제작 환경을 보장하는 한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유통 전략으로 흥행 가능성을 높였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SLL 관계자는 “2년 전 ‘범죄도시4’에 이어 ‘왕과 사는 남자’로 다시 한 번 대기록을 달성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각 레이블의 개성과 전문성을 살려 전 세계 관객들이 열광할 수 있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12년 만의 사극 천만 영화, ‘왕사남’ 흥행 이유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쇼박스
‘왕과 사는 남자’는 제작비 부담이 크고 흥행 타율을 맞추기 어려운 사극 장르에서 12년 만에 등장한 천만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2005년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명량’(2014) 등으로 이어졌던 사극 흥행의 계보가 이후 한동안 끊겼는데, 장항준 감독이 이번 작품으로 그 흐름을 다시 이어가게 된 셈이다.
특히 ‘왕과 사는 남자’는 일부 평론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극적인 단종 서사에 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정서를 결합한 서사가 50~60대 관객층까지 폭넓게 호응을 얻었고, 전문 평론보다 “울었다”, “부모님이 좋아했다”와 같은 일반 관객들의 입소문이 흥행에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