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구·경북(TK)과 대전·충남 행정구역 통합을 두고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TK 통합 특별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자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국민의힘 당론을 정리해와야 한다며 맞받았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기 위해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TK 통합 찬성으로 입장을 정리해 특별법안이 처리된다면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했던 지역 가운데 대전·충남만 통합하지 못한 채 남게 된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모두 대전충남 통합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를 정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구·경북(TK)과 충남·대전은 함께 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면 그 책임은 모두 국민의힘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안을 당장 처리하자고 요구하자 대전·충남 통합법도 함께 수용해야 한다고 맞받은 것이다.
한 원내대표는 이어 “대구·경북 통합을 하자고 했다가 찬성했다가 반대했다가 오락가락하면서 본회의 상정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라며 “충남·대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먼저 하자고 했다가 다시 반대로 돌아서 몽니를 부리는 건 국민의힘 단체장과 지방의회”라고 비판했다. 행정통합 무산의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행정통합법 처리를 논의했으나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한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통합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경북 소속 다수 시의회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 대전·충남 통합 추진을 위해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원내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대구·경북 통합과 관련해 경북에서 아직도 8개 시의회 의장단이 반대하고 있다”며 “통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의견을 정했으면 거기(시의회)도 의견을 빨리 정해서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남·대전 통합도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통합 의견을 만들어왔으면 좋겠다”며 “충남과 대전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 시장, 도지사에다가 의회 의장직도 맡고 있어서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필리버스터때문에 법사위를 못 연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전격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그런데도 법사위를 열지 않는 것은 대구·경북 주민을 우롱하며 몽니를 부린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이날(3일)까지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대비해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 논의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행정 통합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행정통합 논의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대전·충남 통합이라는 점도 짚었다. 광주·전남은 이미 통합 특별법안이 통과됐고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안도 처리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충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홍 정무수석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처음에 제가 봤을 때에는 사실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통과가 유력했었던 건 사실”이라며 “그런데 이후에 국민의힘 쪽에서 현재 지도부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서 충남 쪽에 계신 분들이 있다 보니까 대전·충남을 놔두고 대구·경북까지 하면 부담스럽다는 게 있어서 대구·경북을 같이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을 통과시키면 여당 의원들은 지금 대전·충남도 강력하게 통과시켜달라는 그런 상황이다”라며 “그러다 보니까 국회 내에서 여야 모두가 내부적으로 얽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래서 한병도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에 아예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모두 당론으로 정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강조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짧은시간 안에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안을 둘러싼 이견을 정리하기 매우 어려워보인다.
국민의힘 충남도당은 3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자치의 핵심인 자주재정과 권한 이양이 빠진 졸속 법안”이라며 “재정과 권한 이양 없는 물리적 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해 대전·충남 특별법안 처리에 반대 의사를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