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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 개편 윤곽이 잡혔다. 금융당국의 '교수 출신 사외이사 축소' 기조에 발을 맞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사회 내 유일한 소비자 보호 전문가를 잃게 되면서 ESG 전문성 측면에서 아쉬운 공백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5일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제안할 사외이사 후보로 신임 1명과 중임 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5일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제안할 사외이사 후보로 신임 1명과 중임 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최근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제안할 사외이사 후보로 신임 1명과 중임 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기존 임기가 만료되는 5명 가운데 조화준, 최재홍, 김성용, 이명활 사외이사가 중임 추천된 상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정성 사외이사가 사임하고 서정호 변호사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는 점이다.

◆ 이사회 다양성 상징하던 여정성 퇴임, 아쉬운 ‘소비자 보호’ 공백

이번 사외이사 개편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대목은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빈자리다.

2023년 3월 KB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된 여 이사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진 가운데 유일한 소비자학 전문가이자 여성 사외이사로서 상징성이 컸다. 한국소비자학회장과 소비자정책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ESG 경영 관점에서 이사회의 시각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금융지주는 여 이사 선임 당시 그를 ‘ESG 전문가’로 내세우며 “소비자중심경영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연계하기 위해 힘써 온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KB금융지주의 임기 차등화 정책에 따라 올해 3년 임기를 끝으로 퇴임하게 되면서, 최근 금융당국이 연이어 강조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아쉬운 공백이 발생하게 됐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회의 안정적 운영과 연속성 확보를 위해 특정 해에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가 쏠리지 않도록 2023년 사외이사 선임 때부터 임기를 차등화한 바 있다”며 “이를 통해 2024년부터는 매년 1명, 2명, 1명, 1명, 2명 순으로 최장 임기가 도래하여 사외이사 선임과 퇴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했었다”고 설명했다.

◆ ESG·소비자 자리에 들어온 법률가, 짙어지는 규제·리스크 관리 색채

여 이사의 후임으로 남성이자 관료, 법률가 출신인 서정호 신임 사외이사 후보가 추천된 것을 두고 이사회의 전문성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호 변호사는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국세청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거친 법률 전문가다. 조세, 금융, 행정 등 실무 경험이 풍부해 이사회의 법률 및 내부통제 전문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문제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진에는 이미 법률 전문가인 김성용 사외이사가 포진해 있다. 소비자 보호와 ESG에 특화된 전문가가 빠진 자리를 규제·리스크 관리에 특화된 법률가로 채우면서, 사실상 법률가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보수적 구도’로 재편된 셈이다.

기업분석플랫폼 리더스인덱스는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2023년 1분기 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법률, 정책, 규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의 비중이 31.4%로 가장 많았고 ESG와 고용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는 전체의 2%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재계는 ESG를 컴플라이언스(법률 및 규제 준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국내 재계에서 ESG나 내부통제 전문가 역할을 종종 법률가 출신으로 대체해 온 것은 오랜 관행으로 환경 공학자, 인권 운동가, 현장 전문가 등을 ESG전문가로 영입하는 해외 사례와 비교된다”고 말했다.

◆ ‘교수 배제’ 흐름 속 KB금융의 현실적 선택, 서정호 앞세워 ‘현장 전문가’ 수혈

다만 이번 인사가 이찬진 금감원장의 ‘교수 편중’ 지적과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시대적 흐름 사이에서 KB금융의 고민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교수 출신 인사들을 배제하면서 ESG분야의 전문가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법률가 출신의 선임으로 흐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1월5일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금융지주 이사회에 교수 출신 인사의 비중이 너무 크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이사회가 특정 직업 집단 중심으로 많이 쏠려 있는데, 특히 교수님들”이라며 “현장 전문가들이 주주 이익에 충실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에 맞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서정호 변호사 역시 단순히 ‘법조인’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복합적 경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금융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폭넓은 자문 활동을 병행하여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현대 캐피탈과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회사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에서 사외이사 활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법조인, 관료이자 금융업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부분의 개선이 필요한지 오랜 기간 고민해 온 ‘현장 전문가’이기도 한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인사는 기본적으로 특정 직업군에 사외이사 구성이 쏠려있는 것을 해결하는 데 더 방점을 찍은 것”라며 “KB금융지주의 임기 차등제에 따라 매년 한 두명 씩 사외이사 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필요한 부분은 추가적으로 보완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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