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과거 외도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탄의 성범죄와는 무관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AI로 제작한 정면을 바라보는 빌 게이츠(왼쪽),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과 함께 찍힌 빌 게이츠의 사진. ⓒ허프포스트코리아, 미 하원 감독위원회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게이츠는 최근 게이츠 재단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엡스틴과의 관계에 대해 사과하며, 자신의 판단 착오가 재단의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그는 외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엡스틴의 범죄 행위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지난달 말 추가 공개된 ‘엡스틴 관련 문건’에서 촉발됐다. 해당 문건에는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성병에 감염됐으며, 이를 당시 아내였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에게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담겼다. 게이츠는 당시 이를 전면 부인했으나, 파장이 확산되자 결국 외도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게이츠는 이날 직원들에게 “브리지 행사에서 만난 러시아 국적의 브리지 선수 한 명과 사업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러시아인 핵물리학자 한 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013년 외도 상대였던 브리지 선수는 밀라 안토노바로 알려졌다. 엡스탄은 이후 안토노바의 학비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여성인 러시아 출신 핵물리학자는 게이츠 회사 출신 직원으로 알려졌으나, 재직 기간 중 관계가 시작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과 함께 찍힌 빌 게이츠의 사진. ⓒ미 하원 감독위원회
게이츠는 자신이 두 여성과의 관계를 맺은 사실을 엡스틴이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개된 문서 속에서 얼굴이 가려진 여성들과 함께 찍힌 사진에 대해서는 “회의 이후 엡스틴이 직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요청해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엡스틴과 시간을 보낸 것 자체가 큰 실수였다”며 재단 임원들을 관련 회의에 동석킨 점 역시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나의 판단 착오로 인해 이 일에 휘말리게 된 사람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2011년부터 엡스틴을 만나기 시작했으며, 당시 엡스틴이 약 18개월간 여행 제한 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범죄 전력을 충분히 검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3년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이후 만남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기준에서 보면 엡스틴의 과거 범죄뿐 아니라 이후에도 부적절한 행동이 지속됐다는 점이 훨씬 심각하게 느껴진다”며 “전 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회의적인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엡스틴은 개인 소유의 카리브해 섬 등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성매매 및 성 착취 범죄 혐의로 기소됐으며, 2019년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도 타살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의 사후 정·재계 유력 인사 다수가 그의 범죄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