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매출 1조 원대의 핵심 점포인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다시 한 번 손본다. 대구에서 이미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는 점포를 전면 재단장하는 배경에는 ‘승자의 함정’을 경계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읽힌다.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본점에 이어 대구점에서도 2조 점포로 도약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매출 1조 원대의 핵심점포인 대구점을 2027년까지 재단장해 매출을 2조 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3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리뉴얼은 시설 개선 차원을 넘어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공간을 구축하는데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그룹차원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구점과 같은 상위 점포는 기존 브랜드의 매출 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작은 변화로는 고객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매출 상위 점포일수록 고객의 체류시간이나 객단가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리뉴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이번 리뉴얼은 대구지역 매출 1위, 전국 백화점 매출 10위권이라는 안정적 성적에도 불구하고 성장 둔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 기준 매출 1조6629억 원을 내며 2024년과 비교해 신장율이 5.65%가량 늘었다.
대구점이 꾸준히 실적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 개편에 나선 것은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박 대표의 경영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판단된다.
박 대표는 이미 다른 핵심점포에서도 이러한 선제적 변화를 이어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센텀시티의 ‘하이퍼그라운드’, 강남점 식품관의 스위트파크·하우스오브신세계·신세계마켓, 본점의 ‘더 헤리티지’·‘디 에스테이트’ 등을 순차적으로 리뉴얼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힘써왔다.
특히 박 대표는 신세계센트럴 대표 시절 부동산 개발과 투자 의사결정을 맡으며 오프라인 공간의 기획 역량을 쌓았고 이를 백화점 사업에 접목해왔다. 박 대표는 단순 MD 조정이 아닌 동선과 체류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왔다.
하우스오브신세계의 와인셀라에는 2억 원이 넘는 희귀와인들이 담겼고 푸드홀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입점한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스위트파크는 오픈런이 벌어질 만큼 인기 있는 디저트를 꾸준히 입점시켰다.
스위트파크는 2024~2025년 2년간 구매 고객의 40% 이상이 직전 연도 신세계 강남점을 이용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으로 나타나며 신규 수요 창출 창구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연간 거래금액 3조 원을 돌파하며 공간 혁신 전략의 성과를 수치로 입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공간 혁신의 효과를 실적으로도 입증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거래금액이 3조원을 넘어섰고 센텀시티점은 비수도권 점포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공간 혁신으로 외국인 방문객 수요도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외국인 매출액이 70% 성장했고 외국인 매출이 연간 6천억 원대 중반 수준을 기록하는 등의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사업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 2조1535억 원을 내며 2024년보다 7.2% 성장했다. 지난해 누계 매출은 7조4037억 원을 기록하면서 2024년보다 2.2% 증가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공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고 대표직을 유지했다고 알려졌다.
박 대표가 유임한 뒤 시작된 이번 대구점 리뉴얼은 그가 입증한 역량을 확장해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점은 정유경 회장이 직접 개점 행사에 참석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전략 점포로 그룹 내에서도 상징성이 큰 매장인만큼 이번 리뉴얼은 단순 점포 개선이 아니라 경영진의 의지가 실린 프로젝트로 해석된다.
이번 리뉴얼은 스포츠·영컨템퍼러리·여성·잡화 카테고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명품관과 체험관을 포함한 전 층을 순차적으로 재단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세계백화점은 30~50대 핵심 고객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강화하는 한편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콘텐츠형 공간 확대도 병행할 계획을 세웠다. 1조 점포를 넘어 2조 점포로 도약하겠다는 승부수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고객들이 백화점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도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선제적 투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로 증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