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일상과 경험 속에서 가볍게 즐기는 주류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권위'를 앞세운 레드와인이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화이트와인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쉬운 접근성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어필하며 와인 소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마트의 한 와인매장에서 소비자가 화이트와 스파클링 와인 코너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2일 이마트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와인 구매 비중은 화이트·스파클링에서 가장 큰 변화폭을 보였다. 이 가운데 특히 2030세대의 소비 변화가 두드러졌다.
스파클링와인을 포함한 화이트와인 비중은 지난해 5년 전보다 모든 연령대에서 평균 5.6%포인트 가량 상승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화이트·스파클링 와인 구매 비중은 2030세대가 44.2%로 가장 높았다. 소비 증가 폭도 이 기간 5년 전보다 7.5%포인트 가량 상승하면서 가장 두드러진 소비 변화를 보였다.
와인 소비의 무게중심이 2030세대 주도로 화이트·스파클링 와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2030세대가 화이트와 스파클링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은 이 세대의 주류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30세대의 주류 소비 트렌드는 코로나 19 펜데믹을 겪으며 홈술과 혼술, 저도수를 즐기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 단체 생활 속에서 의무적으로 마시거나 취하기 위해 마시는 주류 소비가 줄고 맛이나 상황, 경험을 즐기기 위해 마시는 주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술 소비가 점점 개인의 경험과 취향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소비 변화 속에서 와인 소비의 스펙트럼도 넓고 깊어지면서 화이트 와인 소비가 자연스럽게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레드와인으로 와인을 처음 접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고가 레드나 화이트 와인으로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와인업계 종사자들 얘기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와인 유통·판매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와인 경험 수준에 맞춰 레드부터 화이트와인까지 단계별로 추천하는 전략을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와인 취향을 찾아가면서 화이트 와인 소비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소비가 주를 이루면서 와인 접근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와인 시장의 판도를 바꾼 요소로 꼽힌다.
과거 레드와인은 탄닌과 바디감, 복합적인 풍미로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와인 입문자에게 다소 진입장벽으로 작용했고 레드와인을 프리미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카테고리로 자리 잡게 하는 요소가 됐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와인 경험이 많은 중년 남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레드와인이 와인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와인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권위나 프리미엄보다는 일상적 경험과 취향 중심으로 와인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와인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과 달리 산뜻한 산미와 가벼운 질감, 직관적 맛을 강조하며 음식과의 조화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에게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화이트와인과 화이트와인 품종을 주로 사용하는 스파클링와인은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이 거의 없어 해산물이나 튀김, 가벼운 안주부터 육류까지 다양한 음식과 비교적 충돌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일상적 소비에 적합한 선택지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화이트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이 일상 속 다양한 상황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주류로 떠오르는 배경이 되고 있다.
레드와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도 젊은 소비자 층을 사로잡는 데 한몫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수입가 대비 판매가 배율은 레드와인이 평균 11.4배, 화이트와인은 9.8배로 나타났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화이트가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좋은 것이다. 나아가 요즘 소비자들은 레드가 아닌 화이트와인으로 와인에 입문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이런 흐름은 국내외적으로 공통되는 추세로 나타난다. 국제와인협회(OIV)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레드와인 생산 비중은 2000~2004년 47.6%에서 2017~2021년 42.6%로 낮아졌다. 한국 역시 2023년 레드와인 비중이 60% 아래로 내려가면서 화이트와인 소비가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