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의 골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5 APEC 정상회의장에서 만났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13일 일본 정부가 규슈 나가사키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을 체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양국간 긴장은 다시 고조됐다. 이는 2022년 이후 약 4년 만의 조치다.
체포된 인물은 중국 국적의 47세 선장으로, 11명의 선원을 태운 채 일본 수산청 어업감독관의 현장 검사 정선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이미 예민해진 중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유사시 누구보다 큰 부담을 떠안는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향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린 쉐젠 오사카 중국총영사. ⓒ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대만 유사시 개입 의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중국에 굴하지 않는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높은 지지율을 얻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일 사이 영토분쟁에 있어서 대만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만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잇는 해상 요충지로, 중국이 이를 장악할 경우 군사력을 바탕으로 센카쿠 열도(중국 이름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더욱 공세적으로 펼칠 수 있다.
특히 일본 남서부 류큐 열도는 대만 바로 북쪽까지 이어져 있으며, 그중 요나구니섬은 도쿄에서 약 1900km 떨어져 있으면서도 대만과는 불과 110km 남짓 떨어져 있다. 중국이 대만을 확보한 뒤 미사일과 해군 전력으로 봉쇄에 나설 경우, 이 섬은 전쟁의 최전선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일본 담당 연구위원 로버트 워드는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중국의 손에 들어가면 아시아의 힘의 균형은 결정적으로 중국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카이치 총리, 한국과의 공조 카드 꺼내들 수 밖에 없는 이유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인사 중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 같은 긴장 국면 속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3월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한국·대만을 잇는 안보 협력 구상의 중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회담 장소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계 개선 제스처도 조심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오는 22일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각료를 보내지 않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대신 예년처럼 차관급인 후루카와 나오키 정무관만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문제로 한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셔틀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최근 총선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이 압승하자, 이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에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자”고 화답하며 우호적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 역시 선택의 폭이 넓지만은 않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와 북러 밀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적대시할 경우 ‘듀얼 컨틴전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본의 대만 관련 입장에 무조건 동조한다면 중국 정부의 즉각적 반발을 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