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0만 전자’와 ‘100만 닉스’라는 상징적 고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설 연휴 이후에도 두 기업의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을 점치는 가운데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의 주가 랠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출하로 반격의 서막을 알렸고 SK하이닉스도 조만간 양산으로 응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BM 패권다툼이 본격적인 2회전에 돌입한 셈이다.
코스피 랠리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경쟁을 타고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식은 오전 11시 기준 전날보다 1.23% 오른 18만800원에 거래됐다. 전날 6.44% 뛰어 17만8600원에 장을 마감한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며 ‘18만 전자’를 돌파한 것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신년 랠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1만9900원으로 새해를 맞이한 삼성전자 주가는 한 달 반 사이 50% 이상 급등했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 주가 흐름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전날 88만8천 원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올해 1월2일과 비교해 36% 높아진 수치다.
전날 코스피 지수(종가 기준)가 ‘꿈의 고지’로 여겨졌던 5천 선을 돌파한 지 12거래일 만에 5500을 돌파한 가운데 파죽지세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투톱’에 연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설 명절로 잠시 쉬어가는 시장에서는 연휴 이후가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20만 원, SK하이닉스의 100만 원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다수의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20만 원 위로 오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4만 원으로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00만 원 돌파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46만 원으로 제시했다.
지금보다 삼성전자는 34% 이상, SK하이닉스는 최대 60% 이상의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셈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낙관론이 제기되는 것은 두 기업이 설 연휴 이후로도 사실상 HBM 시장을 계속 양분하면서 기술 우위를 입증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패권경쟁은 올해 들어 HBM4를 둘러싸고 2회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HBM 사업에서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1회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우위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는 HBM 점유율 57%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22%)를 두 배 이상 크게 앞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을 타고 지난해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추월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잠정치는 47조2063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43조6011억 원을 넘어섰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개시했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역전을 노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설 연휴 직후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로 추정되는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일정을 하루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움직임은 HBM4로 재편되는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쟁탈해 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HBM4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이에 삼성전자 HBM4는 반도체 국제산업표준기구(JEDEC) 업계 표준인 8Gbps(초당 기가비트)를 46% 웃도는 11.7Gbps의 속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시장 성장에 더해 경쟁력을 앞세워 구체적 목표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초의 HBM4 양산 출하와 동시에 향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 관한 청사진을 일정으로 제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하반기 HBM4E 샘플을 출하하고 2027년부터는 고객사별 요구에 맞춰 커스텀HBM 샘플링에 나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HBM4E는 HBM4의 기본 구조를 기반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차세대 메모리다. 커스텀HBM은 고객의 AI 가속기·GPU 설계구조(아키텍처)에 알맞게 맞춤 설계한 제품이다.
이에 맞서 SK하이닉스도 이달 안에 엔비디아를 포함한 고객사를 향한 HBM4 양산 출하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HBM4 최초 출하 소식을 알린 상황에서 지금까지 시장을 주도해 온 SK하이닉스가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할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HBM4도 HBM3E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쌓아온 시장 신뢰를 근거로 지난해 준공한 청주 M15X팹에 HBM 수요 대응을 위한 신규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단순한 적층 경쟁을 넘어 미세 공정과 시스템 최적화가 어우러진 커스텀HBM을 미래 핵심 경쟁요소로 보고 주요 고객사들과 기술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차세대 HBM 시장을 선점할 준비를 마쳤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은 전날 HBM4 양산 출하와 관련해 “삼성전자 HBM4는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하던 전례를 깨고 최선단 공정을 적용했다”며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성능확장을 위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성능 상향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세일즈앤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회사의 경쟁력에 관한 질문에 “SK하이닉스는 HBM2E 시절부터 고객사들 및 인프라 파트너들과 협업해 시장을 개척해온 선두주자”라며 “단순히 기술이 앞서는 수준을 넘어 그간 쌓아온 양산 경험과 품질에 관한 신뢰는 단기에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다”고 말했다.